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홍경표 6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블루레이)

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19년)는 해외판 '아저씨' 같은 영화다. 살인청부업으로 먹고사는 전직 비밀공작원 인남(황정민)이 엄마를 잃고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하필 인남이 의뢰를 받아 죽인 야쿠자 두목에게는 잔혹한 킬러 동생 레이(이정재)가 있다. 복수심에 불타는 레이는 태국까지 인남을 쫓는다. 인남은 태국의 장기밀매 조직과 레이 모두에게 추격을 당하면서 힘든 싸움을 벌인다. 뛰어난 싸움꾼이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단신으로 장기밀매 조직과 싸우는 얘기는 '아저씨'와 닮았다. 다만 싸움의 스타일과 스케일이 다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인남은 '아저씨'의 원빈이 목욕탕에서 보여준 화려한 개인기 액션과 달리 총싸움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잔혹..

설국열차 (블루레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년) 블루레이가 최근에 국내 출시되자마자 화질 논란에 휩싸였다. DVD프라임에서 일부 이용자들이 문제제기를 한 부분은 두 가지다. 검은 부분에서 기름때가 번지듯 둥글게 곡선을 그리며 번지는 현상(벤딩)과 파편처럼 깨지는 현상, 그리고 전체적으로 블랙의 밝기가 떠서 회색에 가깝게 보인다는 것. 급기야 전량 회수(리콜) 논란이 일고 일부 이용자가 봉 감독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제작사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봉 감독이 직접 나섰다. 불거진 화질 논란...제작사 측, '리콜은 없다'는 의견 그가 DVD프라임 게시판에 전달한 글을 보면 자신의 소장기기(삼성DLP 프로젝터 800B)에서는 문제 없었다는 것이고, 이용자들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프랑스판과 비교했을 때 장단점이 있다는 요지였..

반칙왕 (블루레이)

1970년대 흑백 TV 시절 최고의 스포츠 중계방송은 단연 프로레슬링이었다. 레슬링이 있는 날이면 집으로 뛰어들어와 책가방을 던져두고 TV 앞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김일, 여건부, 천규덕 등은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고 상대적으로 일본의 이노키 선수는 최고의 악당이었다. 레슬링 인기가 얼마나 높았던지, 일본에서 만든 '타이거마스크'라는 TV 만화영화도 들여와 방송했다.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2000년)은 과거 레슬링에 대한 향수가 어린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7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으나 지금은 쇠락한 프로레슬링을 통해 현대인들의 꿈과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웃음과 페이소스가 공존하는 작품이다. 그다지 유능하지 못한 은행원(송강호)이 어느 날 우연히 레슬링 도장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우상..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에 대한 기대가 컸는 지, 반대로 그가 느낀 부담이 좋지 않게 작용했는 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봉 감독이 새로 내놓은 영화 '설국열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살인의 추억'을 필두로 '괴물' '마더' 등 일련의 작품들이 나름 기대를 충족시켰기에 이 작품 역시 기대가 컸는데, 기대치를 너무 높였던 모양이다. 내용은 지구에 한파가 몰아쳐 빙하기를 맞은 뒤 무한궤도를 달리는 열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재산 규모에 따라 앞 칸은 돈 많은 사람들이 차지해 쾌적한 생활을 하고, 소위 꼬리로 불리는 뒷 칸은 가난한 사람들의 전쟁터다. 결국 빈자들은 열악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앞 칸으로 쳐들어가려는 반란을 모의한다. 그때부터 열차는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병사를 실은 전투열차가 돼버린다. 달리는 열..

영화 2013.08.04

마더 (블루레이)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년)는 내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남의 자식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을 마다않는 무서운 모정을 다루고 있다. 엄마가 내뱉는 "우리 아들 발톱의 때만도 못한 새끼가"라는 한 마디의 대사가 이를 함축하고 있다. 바보 취급을 받는 아들(원빈)이 어느날 살인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잡혀가면서 엄마(김혜자)의 고난은 시작된다. 아무도 아들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엄마는 아들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한다. 공포 영화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선악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다"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 속의 섬뜩한 모정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선과 악이 버무려져 있다. 이를 미스테리 소설처럼 재미있으면서 긴장감 넘치게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김혜자의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