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휴 그랜트 7

젠틀맨(블루레이)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은 앞뒤 복선을 정교하게 깔아서 이야기를 뒤집는데 탁월하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스내치'(Snatch), '맨 프롬 엉클'(The Man from U.N.C.L.E) 등 그가 만든 영화를 보면 이런 복선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막판의 시원한 결말로 치닫는다. 마치 처음에는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으나 시간이 지나서 하나 둘 아귀가 맞으면 커다란 그림이 나타나는 퍼즐 같다. '젠틀맨'(The Gentlemen, 2020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정교한 추리소설처럼 복선을 깔아놓은 범죄 드라마다. 영국 최고의 대마초 공급책인 믹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 Matthew McConau..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블루레이)

브리짓 존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낙천성이다. 그는 어떤 곤란한 상황에서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이를 긍정적 에너지로 받아들인다. 낙하산이 잘못 떨어져 돼지우리에 곤두박질치거나 자동차가 심하게 튀긴 빗물을 홀랑 뒤집어 써서 새로 맞춘 옷과 머리가 몽땅 젖어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오물투성이가 된 채로 방송을 하고 연인을 찾아간다. 그런 낙천성과 대책없는 저돌성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짠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브리짓 존스 시리즈는 하이틴 로맨스 같은 판타지에 가깝다. 아무리 힘들게 비비 꼬여도 결국 아름다운 사랑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워킹타이틀이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장점이면서 흥행 포인트이기도 하다. 적어도 영화보는 동안 관객들은 복잡한 세상사를 잊고 브리짓 존..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블루레이)

마크 로렌스 감독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and Lyrics, 2007년)은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고 갈등을 겪다가 다시 사랑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이다. 휴 그랜트가 등장하는 작품 대부분이 그렇듯 결말은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심각하게 남녀간의 관계나 이상적인 사랑에 대해 고민할 필요없이 팝콘을 먹으며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색다른 요소가 있다면 주연인 휴 그랜트와 드류 배리모어가 각각 1980년대 흘러간 팝스타와 작사가를 연기하다보니 음악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두 배우는 극중에서 직접 노래까지 부른다. 이들이 부른 'Way Back Into Love'는 영화와 잘 어울리는 감미로운 주제가다. 연출을 맡은 마크 로렌스는 휴 그랜트..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블루레이)

사람들의 인연에 천착했던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작품 '사양'에서 인연의 붉은 실을 이야기했다. 사람은 태어날 때 발가락 끝에 보이지 않는 수 많은 붉은 실을 달고 나온단다. 발가락에 매어 있는 그 실들을 따라가면 그 끝에 평생 만나야 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다자이 오사무가 얘기하는 인연이다. '러브 액츄얼리'의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각본을 쓰고 마이크 뉴웰 감독이 연출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Four Weddings And A Funeral, 1994년)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연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이 친구들 결혼식에 네 차례나 참석하고 한 번의 장례식을 치르며 마주쳤던 사람 중에 진정한 인연을 만난다는 내용이다. 결국 영화는 반드시 만나야 할 인연은 어..

브리짓 존스의 일기(블루레이)

연애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심리전이다. 하지만 완벽한 전술이 없듯,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방법이 없다 보니 때론 어긋나기도 하고 때론 운명처럼 이어지기도 한다. 샤론 맥과이어(Sharon Maguire) 감독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2001년)는 연애가 얼마나 힘든 전쟁인 지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다. 하물며 마음이 급한 30대 노처녀에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헬렌 필딩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30대 노처녀가 두 명의 남성 사이에서 운명처럼 얽힌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내용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배역이 기가 막혔다. 이미 영화 제작 이전부터 소설이 잘 팔린 덕분에 노처녀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브리짓 존스를 르네 젤위거(Ren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