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히로세 스즈 2

세 번째 살인(블루레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세 번째 살인'(三度目の殺人, 2017년)은 특이한 영화다. 고용주를 죽여 체포된 중년의 공장 노동자 미스미(야쿠쇼 코지)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사건을 조사하는 변호사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바꾸며 사건을 오리무중에 빠트린다. 마치 일부러 죽으려고 작정한 것처럼 미스미는 유리한 증거나 증언이 나오면 이를 뒤집는다. 심지어 살해된 사장의 딸 사키에(히로세 스즈)가 결정적인 증언을 하겠다며 나서지만 미스미는 이 조차도 거부한다. 이쯤 되면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 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헷갈린다. 도대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영화 속에 진실은 없고 팩트, 즉 사실만 있다. 팩트는 미스미가 사장을 죽였다는 것. 사실은 현상을 보여줄 뿐이다. 현상 뒤에 숨은 의미를 알려면 진..

바닷마을 다이어리(블루레이)

어느날 바람이 나서 딴살림을 차린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서먹한 아버지의 장례식에 갔다가 뜻하지 않게 이복 여동생을 만난다. 도저히 이복 동생만 홀로 놔두고 오기 힘든 환경에서 같이 살지 않겠냐는 말을 해본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인데 선뜻 그러겠다는 대답을 한다. 그때부터 배 다른 네자매의 한 살림이 시작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diary, 2015년)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룬 영화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네 자매가 한 식구가 돼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조용하게 짚어 나갔다. 부모가 모두 집을 나가서 배 다른 자매끼리 살아가는 과정은 언뜻보면 막장 드라마의 소재 같지만 결코 자극적이나 선정적으로 흐르지 않은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