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히로스에 료코 3

철도원(블루레이)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철도원'(鐵道員: ぽっぽや, 1999년)은 눈발이 펄펄 날리는 풍경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 속에 검은 제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플랫폼에서 오롯이 눈을 맞으며 서 있는 영상은 한 폭의 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영상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그렇다고 영상이 전부인 작품은 아니다. 이야기나 서정적인 연출,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 또한 영상 못지않게 훌륭하다. 아사다 지로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일본 단카이 세대의 아픔과 회한을 그리고 있다. 일본 단카이 세대는 1960년대 이념적 갈등의 시기인 전공투 시절을 거쳐 경제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가족과 일터를 위해 개인을 버려야 했던 그들은 일과 직장, 가족이 전부였던 세대다..

비밀 (블루레이)

빙의(憑依)란 다른 영혼이 사람의 육신을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무속에서 귀신들림이라고 말하는 현상으로, 신 내림을 받았다고 하는 무당들한테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다른 영혼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고 빙의를 다중인격의 발현으로 보고 있다. 타키타 요지로 감독의 '비밀'(1999년)은 바로 빙의를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백야행'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용의자 X의 헌신' 등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독특하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의 영혼이 하필 고교생인 딸의 몸으로 스며든 것. 졸지에 남편은 아내같은 딸과 부부 생활 아닌 부부 생활을 한다. 대충 짐작이 가듯 이 기묘한 상황은 적당히 애틋하고 어느 정도 에로틱하며 살짝 유머러..

폭렬닌자 고에몬

키리야 카즈아키 감독의 '폭렬닌자 고에몬'(Goemon, 2009년)을 보면 플레이스테이션(PS)용 게임으로 유명한 '귀무자' 시리즈가 생각난다.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음모의 장본인으로 그린 점이나 과장된 사무라이의 액션 등이 그러하다. 내용은 전국을 손아귀에 쥐기 위해 음모를 꾸민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맞서는 닌자의 활극이다. 실제 전국시대 대도로 이름을 떨친 이사카와 고에몬이라는 실존 인물을 닌자로 둔갑시켜 영화의 소재로 삼았다. 역사적 배경 뿐만 아니라 영상도 컴퓨터 그래픽을 과도하게 사용해 꼭 게임 화면 같다.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 또한 눈길을 끌기 위해 퓨전식으로 희한하게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유명 배우들을 대거 동원해 3년 동안 만든 작품이어서 세계를 겨냥한 대작이라고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