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히사이시 조 11

소나티네(블루레이)

비트 다케시라는 예명의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던 기타노 다케시(北野武)는 배우 겸 감독이 되고나서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만들었다. '모두 하고 있습니까'처럼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작품이 있고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기쿠지로의 여름' '키즈 리턴'처럼 서정적인 작품도 있다. 반면 '브라더' '아웃레이지' 등은 피로 점철된 과격하고 어두운 작품이다. 그 중에서 '소나티네'(ソナチネ 1993년)는 '그 남자 흉포하다' '3-4x10월'과 함께 흉포한 남자 3부작으로 꼽힌다.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을 하고 각본 및 편집, 주연까지 맡은 이 작품은 야쿠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야쿠자 중간 보스인 무라카와(기타노 다케시)는 조직 내부의 분쟁에 휘말려 잠시 오키나와의 바닷가로 피신한다. 부하들과 천진난만했던 어린..

하나비 (블루레이)

기타노 다케시의 초창기 영화들, '소나티네' '하나비' '그 남자 흉폭하다' 등을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다. 전통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징은 서양 애니메이션, 특히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달리 정적인 이미지의 연결이라는 점이다. 즉 프레임 내 다양한 움직임의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마치 정지 사진을 보는 듯한 프레임들이 점프 컷으로 이어진다. 마치 만화책을 옮겨 놓은 듯한 구성이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초창기 폭력영화들도 이런 느낌을 자아낸다. 잔잔하게 흘러가던 이야기 중간에 느닷없이 돌출 화면처럼 급작스럽게 폭력 장면이 이어진다. 빤히 상대를 쳐다보다가 느닷없이 총을 뽑아 쏘거나 상대를 공격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나름 시각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연출과 편집이기도 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블루레이)

일본 저패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매년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찾는 산장을 신슈에 갖고 있다. 그는 그 곳에 친구 내외와 딸을 자주 초대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당시 10세 남짓한 친구의 딸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또래 소녀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구상했다. 그렇게 만든 작품이 바로 장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년)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단순히 영감을 받은 것 뿐만 아니라 주인공 치히로의 모습도 친구 딸과 똑같이 그렸다. 나중에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본 친구 부부는 딸이 나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영화 개봉 뒤 많은 사람들은 작품 해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미하엘 하네케 감독 말마따나 그것은 보는 사람들의 시각일 뿐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평론가..

키즈 리턴 (블루레이)

일본의 유명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작품을 언급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작품이 '키즈 리턴'(1996년)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고교 시절 단짝 친구인 두 청춘이 진로를 놓고 갈등과 고민을 하다가 서로 엇갈리는 내용이다. 이 과정을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로 풀어 낸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유머는 사회의 부조리와 문제점을 비웃듯 꼬집기 때문에 섬뜩하다. 두 친구는 권투를 배운 사람에게 두들겨 맞은 뒤 권투를 시작하지만 결코 쉽지 않는 훈련 과정 때문에 하나는 야쿠자가 되고 하나는 선수가 된다. 그 과정에서도 숱한 유혹이 도사린다. 늘 미완성인 미생의 삶을 사는 아이들로서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선택이 그들에게..

바람이 분다 (블루레이)

1941년 태평양 전쟁 개전 초기 일본이 자랑할 만한 전력은 해군이었다. 아카기, 히류, 즈이가쿠, 카가 등 6척의 항공모함과 여기 탑재된 제로센 전투기는 태평양 전쟁의 서막인 진주만 기습의 주역이었고 세계 해전의 향배를 거함 거포주의에서 항공결전 시대로 바꿔 놓는데 일조했다. 당시 일본군들이 레이센, 즉 영전(零戰)이라고 부른 제로센 함상전투기는 가벼운 기체 덕분에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시속 533km의 속도를 자랑했다. 그만큼 빠르고 기동성이 좋아서 개전 초기 공중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로센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4척의 항모와 함께 경험많고 우수한 조종사들이 대거 수장되며 더 이상 개전 초기의 우위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당대 세계 최정상급 전투기였다. 이를 만든 사람이 미쓰비시 중공업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