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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터가이스트 (블루레이)

울프팩 2014. 2. 14. 08:26

폴터가이스트는 시끄러운 귀신이란 뜻의 독일어다.
한마디로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요란한 소리를 내거나 물건을 움직이는 유령을 의미한다.

프로이드와 융을 갈라 놓은 폴터가이스트

폴터가이스트는 심리학의 두 거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와 칼 융이 갈라서는데도 한 몫했다.
프로이드의 제자였던 융은 어려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여러 번 목격했다.

부엌에 있던 커다란 식탁이 두 동강 나고, 칼이 여러 조각으로 산산조각 나기도 했다.
융은 어려서 봤던 기이한 현상들이 계속되는 자발적 염력(RSPK) 현상이라고 봤다.

즉,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서 뻗어나온 에네르기파가 일으킨 현상이라는 뜻이다.
융은 부엌에서 되풀이된 이상한 현상들로 미루어 어머니와 여동생이 RSPK와 관련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는 융과 밀접한 사이였던 독일 프라이부르크 심령과학연구소장 한스 벤더의 영향이 컸다.
융은 이 문제를 프로이드와 논의했다.

1909년 프로이드가 융을 집으로 불러서 후계자로 삼겠다고 선언한 날, 융은 프로이드에게 RSPK 등 심령현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프로이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는데, 이때 융의 한쪽 눈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서재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발음이 울렸다.

프로이드와 융이 놀라서 당황한 순간, 융은 다시 눈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자 또다시 폭발음이 날 것이라고 얘기했고 실제로 융의 말대로 잠시 후 폭발음이 터져나왔다.
이 일로 프로이드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융이 심령현상에 매달린다는 사실에 분노해 신뢰하지 않고 갈라서게 됐다.

저주받은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하고 공포영화 전문인 토브 후퍼 감독이 연출한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1982년)는 제목 그대로 믿기 힘든 심령 현상인 유령들의 장난을 그린 공포물이다.
하지만 유령들의 장난은 결코 애교로 봐 줄 수준이 아니다.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며 온 가족을 벌벌 떨게 만든다.
스필버그와 후퍼 감독은 이를 특수효과를 섞어 그럴 듯 하게 만들었다.

요즘 컴퓨터그래픽 수준과 비교하면 많이 뒤쳐지지만 제법 탄탄한 스토리로 눈길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영화가 유명한 이유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뒷 얘기 때문이다.

1988년까지 이어진 3편의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이 차례로 사망해 배우들이 기피하는 저주받은 작품이 됐다.
1편에 큰 딸로 나온 도미니크 던은 영화가 개봉한 해에 남자 친구에게 목을 졸려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며칠 만에 사망했다.

도미니크 던은 당시 22세였다.
1편의 사실상 주인공이었던 막내딸 헤더 오루크는 3편까지 출연하고 1988년 장협착증으로 13세 나이에 세상을 떴다.

2편에 나온 윌 샘슨은 1987년 신장 수술 중 사망했고, 줄리안 벡도 1985년 대장암으로 타계했다.
배우들의 죽음과 영화의 인과관계를 직접적으로 말하긴 힘든데도 불구하고 호사가들이 저주 운운하니 배우들로서도 출연을 꺼릴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제작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기획 제작을 맡은 스필버그나 후퍼 감독 모두 유명한 인물이다보니 연출이 쉽지 않았던 것.

후퍼 감독이 연출방향을 정해 촬영하면 스필버그나 나타나 이를 다시 조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 보니 영화의 절반은 스필버그가 만들었다는 말이 퍼져 나왔다.

스필버그는 애써 이를 부인했지만, 원래 이 영화를 그가 만들고 동시에 제작한 'ET' 감독을 후퍼에게 맡기려던 의도를 감안하면 이 작품에 대한 스필버그의 애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잡음 덕분에 이 영화가 더 유명해졌지만,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만든 후퍼 감독의 공포스런 분위기의 연출과 가족주의를 강조한 스필버그의 아이디어가 곁들여져 영화는 흥미진진한 작품이 됐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최신작처럼 좋지는 않지만 무난한 편이다.
윤곽선이 두텁고 링잉이 보이며 일부 장면에서는 렌즈 수축 때문에 주변부가 일그러져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클로즈업이나 일부 중경 장면 등은 디테일이 좋아 화질 편차가 있는 편이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음량이 작은 편이다.

부록으로 폴터가이스트 현상 및 제작과정에 얽힌 2부작 비하인드 스토리가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폴터가이스트는 관심을 끌려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거나 물건을 움직이는 등 물리적 현상을 일으키는 유령을 말한다. 특히 자신이 죽은 사실을 몰라 관심을 끄는 유령들이라고 심령학자들은 말한다.
아버지로 나온 크레이그 넬슨이 당시 할리우드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제작자인 프랭크 마샬과 스티븐 스필버그는 일주일 동안 스필버그의 집에서 폴터가이스트에 대한 책들을 읽었다.
서양의 심령술사들은 유령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찾아온 죽은 자의 영혼이라고 생각한다. 저승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사이에 묶인 존재로, 편안한 죽음을 맞지 못하면 유령이 된다고 믿는다.
유령들이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린 의자 장면은 카메라가 돌아간 사이 제작진들이 미리 의자를 쌓아놓은 식탁으로 빠르게 교체해 촬영했다.
방 안의 모든 물건들이 벽장으로 빨려들어가는 장면에서 막내로 나온 헤더 오루크는 진짜로 겁을 먹어 침대에 매달려 울었다.
큰 딸로 나온 도미니크 던은 당시 TV배우로 이름을 떨쳐 영화 개봉 후 1983년 촬영 예정이었던 TV 시리즈 'V'에 캐스팅된 상태였다. 그의 남자친구는 최고급 프랑스요리 레스토랑인 마 메종에서 수석요리사로 일하던 존 토마스 스위니. 그는 이별을 선고한 던을 목졸라 뇌사상태에 빠뜨렸다. 4일 만에 던이 숨져 스위니는 우발적 살인죄로 2년 반의 옥살이를 한 뒤 나와 여러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이 작품은 던의 유일한 영화가 됐다.
스필버그는 토브 후퍼 감독에게 'ET'의 감독을 제안했으나 후퍼가 거절해, 이 작품의 연출을 후퍼 감독에게 맡기고 대신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동시에 'ET'를 감독했다.
심령학자들은 영화 속에서 소녀가 유령들과 접촉할 때 발생하는 백색소음, 즉 전자음성현상(EVP)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필버그는 콜로라도 덴버의 치즈맨파크의 히스토리를 토대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치즈맨파크는 원래 공동묘지였는데 20세기 초에 시에서 공원으로 바꿨다. 당시 시에서는 추가 비용을 지급하고 이장을 추진했으나 공사를 맡은 측에서 무덤을 옮기지 않고 공원을 만들어 이후 이상한 일들이 종종 발생했다고 한다.
스필버그는 '텍사스전기톱 학살'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아, 이를 만든 후퍼 감독을 섭외했다. 스티븐 킹도 대본을 맡을 뻔 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광대 인형과 창 밖의 나무가 공격하는 장면은 스필버그가 어려서 이들에게 가졌던 공포에서 착안했다. 광대인형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시저스팰리스 호텔에 있는 플래닛 할리우드에 전시됐다.
어머니로 나온 조베스 윌리엄스는 촬영 중 초자연현상을 경험했다. 촬영 후 집에 왔는데 벽에 걸린 그림들이 삐뚫어져 바로 잡았더니 계속 비뚫어지는 현상이 되풀이됐다. 셜리 맥클레인도 출연을 제의 받았으나 '애정의 조건' 출연 때문에 고사했다.
영화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것보다 싸기 때문에 실제 해골을 사용. 막내 딸 역으로 드류 배리모어도 고려됐으나 스필버그가 스크린테스트에서 비명을 잘 지른 헤더 오루크를 섭외하고, 배리모어는 'ET'에 출연시켰다. 이 작품과 'ET'는 모두 같은 장소인 캘리포니아 시미밸리시에서 촬영. 도미니크 던과 헤더 오루크도 같은 묘지인 LA의 웨스트우드 메모리얼파크에 묻혔다.
폴터가이스트
토브 후퍼
폴터가이스트 (프레스티지 콜렉션) : 블루레이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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