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강남1970 (블루레이)

울프팩 2015. 12. 26. 00:31

유하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만들며 기획한 거리 3부작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 편에 해당한다.

1970년대 서울의 강남 개발 붐을 타고 이권에 눈이 먼 정치가들과 조직 폭력배들이 불나방처럼 달려 들어 충돌하고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 등 3부작의 앞 이야기들이 개인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 작품은 강남 개발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저변에 깔아 놓은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 과정을 농밀하게 그리지 못하고 두 깡패의 피비린내 나는 충돌만 부각시킨 듯 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 과정은 마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카지노'를 연상케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개발 과정에 뛰어든 갱단 패거리들이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과정이 많이 닮았다.

 

심지어 '갱스 오브 스트리트' '카지노' '좋은 친구들'로 이어지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미국의 갱단 3부작 식의 구성도 비슷하다.

다른 게 있다면 유하 감독의 작품은 그 시대를 함께 호흡한 사람들의 추억이 올올이 묻어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말죽거리 잔혹사' 만큼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1970, 80년대 익숙한 모습들이 나와 '비열한 거리'보다 흥미로웠다.

특히 혜은이의 '제 3 한강교', 이시다 아유미가 부른 '블루라이트 요코하마', 프레디 아길라의 '아낙' 등 레코드방에서 녹음해 준 카세트 테이프를 닳고 닳도록 돌려 들었던 노래들이 흘러 나와 너무 반가웠다.

 

언제나 스타를 캐스팅하는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이민호 김래원 투 톱을 세웠다.

좀 더 비중이 쏠려 있던 이민호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극장판과 함께 내용이 6분 가량 더 들어 있는 무삭제판 등 2가지 판본이 함께 수록됐다.

화질은 최신작답게 아주 깨끗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적절하게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부록으로 유하 감독과 이민호, 설현, 정진영이 함께 한 음성해설, 삭제장면과 제작과정, 액션 연출, 시사회 풍경, 1970년대 강남 추억 등 다양한 내용들이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다리 밑 넝마주이, 물지게 등 지금은 사라진 것들이지만 1970년대 흔했던 풍경들이다. 유하 감독은 15세때 완전 깡촌이었던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판자촌 장면은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모티브로 했다. 예나 지금이나 재개발은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한다. 당시 강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배밭이었던 강남 깡촌이나 지금의 경기 광주, 하남시 등으로 몰려가 무허가 집을 짓고 살다가 강남 개발 붐에 다시 쫓겨났다. 판자집은 임실의 빈 움막을 개조해 찍었다. 

드라마 '모래시계'처럼 1970년대 여당에 매수된 김태촌의 신민당사 습격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은 김태촌 조양은 이동재 등 나중에 3대 패밀리가 된 실제 조폭들의 이야기를 따왔다. 

유하 감독은 손정목씨가 쓴 '서울도시계획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작품을 구상했다. 따라서 픽션과 넌픽션이 섞였다. 

넝마주이들이 학생들 돈을 빼앗다가 쫓기는 장면, 선혜가 민호에게 이불을 건네 주는 장면 등이 무삭제판에 추가된 장면들이다. 정진영의 집으로 나온 곳은 임실의 수몰 예정 지역으로 주민들이 퇴거 된 빈 동네에서 찍었다. 

혜은이의 노래 주제가 된 '제3한강교'. 지금의 한남대교다. 한남대교를 찍은 뒤 컴퓨터그래픽으로 주변 건물들을 지웠다. 

허허벌판인 강남으로 나온 초록빛 밭 장면은 나주에서 찍은 뒤 주변 풍경을 CG로 지웠다. 

강남 부동산거리 장면도 임실에서 촬영. 이 작품의 원제는 '강남블루스'다. 

이민호가 연기한 배역 이름인 종대는 최인호 소설 '지구인'에 나오는 이종대에서 따왔다. 이종대는 1970년대 문도석과 함께 훔친 카빈총을 들고 구로공단을 털고 나서 비극적 최후를 마친 유명한 범죄자다. 

제작진은 담양의 야산에서 한 달 동안 땅을 고른 뒤 흙을 덮어서 패싸움 공간을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주제가처럼 프레디 아길라의 '아낙'이 몇 번 나오는데, 유하 감독은 이 노래를 들으며 시나리오를 썼단다. 

쏟아지는 비 속에서 패싸움을 하는 장면은 개각도로 고속 촬영을 했다. 

사실적인 액션을 위해 1주일 동안 비를 뿌리며 스테디캠을 써서 되도록 롱테이크로 찍었다. 이때 이민호는 부상을 당해 발톱이 빠져 마취 주사를 맞고 촬영했다. 

극장 장면에 나오는 전쟁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증언'이다. 주차장으로 쓰이는 원주의 폐업한 극장을 빌려서 빔 프로젝터로 영상을 쏘며 촬영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강남 1970 (2Disc)
강남 1970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붐2 (블루레이)  (4) 2016.01.16
라 붐 (블루레이)  (2) 2016.01.02
내일을 위한 시간(블루레이)  (3) 2015.11.28
오리지널 씬 (블루레이)  (2) 2015.10.31
공각기동대 S.A.C 2nd GIG(블루레이)  (0) 201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