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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팬텀 스레드: 블루레이

울프팩 2018. 12. 15. 13:56

맹목(盲目)적인 사랑. 

열렬한 사랑에 빠지면 눈을 가린 말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사방팔방 질주하게 만든다.


그 결과는 누군가 다치게 할 만큼 위험할 수 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 2017년)는 맹목적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1950년대 상류층 여인들을 위한 고급 수제 의상실을 운영하는 유명 디자이너와 그를 위해 모델로 일하는 여성의 위험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디자이너의 열정은 온통 그가 만드는 드레스에 꽂혀 있다.


모든 것이 옷에 집중되다 보니 가까운 여인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죽을 정도로 아픈 순간을 넘기고 나서 곁에 남은 여인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조차도 착각이다.


반면 여인은 남자의 모든 것을 올곧이 가지려고 한다.

그렇게 가지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대결을 통해 영화는 사랑도 권력관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가학적이거나 피학적인 모습을 띄고 있더라도 심연에는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한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남자를 고통스럽게 해서라도 소유하려는 여인의 가학과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남자의 피학은 결국 권력관계에서 오는 지배와 복종의 또 다른 이름이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한 꺼풀 뒤에 감춰 놓는다.

'펀치 드렁크 러브'나 '매그놀리아'처럼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빚어내는 여러 가지 현상을 통해 관객이 이를 은근히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때로는 어려울 수 있고 엉뚱할 수 있지만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비틀기를 통해 묘한 재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한 번 보게 되면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보고 싶게 만드는 점이 앤더슨 작품의 묘미다.


더불어 이 작품에서는 유럽의 유화를 연상케 하는 은은하면서도 아름다운 영상이 일품이다.

한 호흡으로 길게 이어지는 롱 테이크 영상은 주인공의 직업만큼이나 은근하고 품위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을 떠올리게 만드는 촛불 조명 속에 이뤄지는 만찬 장면과 정적인 카메라, 그 위로 은은하게 깔리는 부드러운 조명은 그동안 앤더슨 감독이 만든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확연하게 결을 달리 한다.


여기에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보여주는 우아한 연기, 결코 감정 과잉으로 치닫지 않는 빅키 크리엡스와 레슬리 맨빌의 차분한 연기는 영상에 기품을 더한다.

또 장면 곳곳을 수놓는 훌륭한 클래식 음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모처럼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한 수작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전체적으로 약간 뽀얀 편이어서 화질이 부드럽게 보인다.


필름 촬영한 작품인 만큼 필름의 그레인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의도적으로 필름의 질감을 살린 작품이지만 취향에 따라 두드러진 입자감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DTS X를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저음은 둔중한 편.


부록은 배우들의 카메라 테스트와 비하인드 씬, 우드콕의 집에 대한 설명, 갤러리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이 작품의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했으며 촬영까지 담당했다.

작품의 배경은 런던을 중심으로 한 1950년대 영국이다.

감독은 스페인의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전기를 읽고 패션에 빠지게 됐다.

감독은 발렌시아가의 각진 잘 생긴 얼굴이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시골집 장면은 영국 남쪽의 코츠월드에 있는 집을 빌려 찍었다.

주연을 맡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한때 구두 디자인을 공부했다.

런던, 요크셔, 코츠월드 등에서 주로 촬영.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패션계는 샤빌 로의 전통 주문 제작 방식을 고수했다. 그래서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숍이 많았다.

감독은 오디션 테이프를 보고 룩셈부르크 출신의 여배우 빅키 크리엡스를 여주인공으로 선택.

영국 연극계의 관록 있는 베테랑 배우인 레슬리 맨빌이 주인공의 누나 역할을 연기.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연기를 위해 뉴욕시티 발레단의 의상 감독 마크 하펠에게 재봉법을 배웠다.

영화 속 50가지 이상의 의상은 마크 브릿지 의상 감독이 담당. 그는 '인히어런트 바이스' '데어 윌 비 블러드' '마스터' 등 앤더슨 감독의 다른 작품에서도 의상을 맡았다.

극 중 나오는 모자들은 밀리네르 소피 램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90회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

은은한 촛불 조명 속에 벌어지는 만찬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을 닮았다. 뚱뚱한 상류층 여인의 결혼 상대로 나온 남성은 도미니카의 카레이서이자 바람둥이로 유명한 포르피리오 루비로사를 모델로 했다..

앤더슨 감독은 일부 장면의 대사를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함께 썼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2017년 6월 20일에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은퇴를 번복하지 않는 한 그의 마지막 출연작인 셈이다.

감독은 500 텅스텐 필름을 사용해 전체 채도를 가라앉게 만들었다.

영화 속 신발들은 1958년 메이페어에 부티크가 있었던 조지 클레베리의 수제 구두들이다.

제목인 팬텀 스레드는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 공장처럼 운영되던 의상실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장시간 일하던 여자 재봉사들을 가리킨다. 마치 청계천 피복공장의 재봉사들처럼 고된 노동을 하던 그들은 퇴근 후 걸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실(팬텀 스레드)을 꿰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런던의 피츠로이 스퀘어에 있는 타운하우스를 주인공의 의상실로 설정.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팬텀 스레드 (1Disc)
폴 토마스 앤더슨
팬텀 스레드 (1Disc) : 블루레이
폴 토마스 앤더슨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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