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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봉오동 전투(블루레이)

울프팩 2020. 9. 21. 08:17

봉오동 전투는 청산리 전투와 더불어 일제강점기 시절 항일 무장투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20년 6월 7일 중국 지린성 왕칭현 봉오동에서 벌어진 이 전투에서 홍범도, 최진동, 안무 등이 지휘한 독립군 연합부대는 만주 깊숙이 추격해 들어온 일본군 제19사단 월강 추격대를 유인 포위해 섬멸했다.

 

병력과 무장에서 열세였던 독립군이 기관총과 대포로 무장한 일본군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은 홍범도 장군의 지휘 아래 지리적 특성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봉오동은 입구만 트였고 삼면을 높은 산봉우리들이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말발굽 형태로 생겼다.

 

이곳까지 이화일 소대장이 영리한 유도 작전을 벌여 일본군을 끌어들였다.

일본군이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포위된 상태였고 높은 산봉우리에서 내리 갈기는 총탄 세례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역사 교과서나 독립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군은 이 전투에서 157명이 전사하고 200여 명의 부상자를 냈다.

반면 독립군은 장교 1명, 병사 3명이 전사하고 일부 부상자만 발생했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봉오동에 서 있는 전적비 등을 근거로 이 숫자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독립군은 이 전투에서 대승하면서 청산리에서도 이겨 성가를 드높이고 억눌린 우리 민족에게 자긍심을 불어넣어 줬다.

 

그런 점에서 봉오동 전투는 커다란 역사적 의의를 갖고 있다.

원신연 감독의 '봉오동 전투'(2019년)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재구성한 팩션이다.

 

독립군이 일본군 월강 추격대를 무찌르기까지 과정에 다양한 캐릭터를 집어넣어 드라마틱하게 구성했다.

이 구성과 인물들이 역사적 사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렸다.

 

커다란 칼을 휘두르는 마적 출신의 해철(유해진)과 일본군 유인이라는 임무를 맡아서 몸을 사리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독립군 장하(류준열), 마적 출신의 명사수 병구(조우진) 등 캐릭터들마다 사연과 특징이 뚜렷해 이야기를 끌고 가기에 충분하다.

그에 비해 일본군 추격대장 지로(카타무라 카즈키)와 쿠사나기 소좌(이케우치 히로유키), 일본군 장교 시게루(박지환)는 아주 악랄하거나 비열한 악당으로 묘사돼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으로 등장한다.

 

그만큼 인물의 성격이 고정적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배우들이 출중한 연기로 캐릭터들의 개성을 잘 살렸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시원한 전투 장면이다.

 

바디캠과 드론까지 동원해 전투 현장을 누비며 다양한 앵글로 묘사한 전투 장면은 요란하면서도 긴장감 넘친다.

특히 칼싸움에 능한 해철의 싸움 장면은 다소 과장되고 지나치게 영웅주의적 시각으로 부각된 측면이 있지만 카타르시스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통쾌하고 시원하다.

 

여기에 맥심 기관총까지 동원하는 등 고증을 살려 재현한 총격전 장면 또한 요즘 액션 영화 못지않게 역동적이다.

반면 작전을 총지휘한 홍범도(최민식) 장군의 역할이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원 감독은 봉오동 전투가 1인의 영웅보다는 이름 없는 민초들의 활약으로 일궈낸 승리라고 봐서 이들에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홍범도 장군의 활약을 다루기에는 사초가 부족한 상황에서 드라마를 만들기에 어려운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민초들의 활약은 감독이 재량을 발휘해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만들어낼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기에 국사 교과서에 몇 줄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두 시간이 넘는 액션 활극으로 구성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구성한 감독의 연출과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잘 살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충분한 눈요기거리를 제공하는 다양한 촬영 등이 잘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며 필터링된 진중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전투 장면에서 포탄이 터지는 소리를 들어보면 저음도 묵직하게 무게감이 있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해설, 제작과정 등이 들어 있다.

 

제작과정은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요 전투장면 등 대부분의 촬영을 제주에서 했다.
제작진은 촬영 4개월 전에 1만평 가까운 땅에 옥수수, 보리, 메밀 등을 심어 키워서 일본군이 잔인한 학살을 벌이는 삼둔자 마을 세트를 만들었다.
홍범도 장군의 대한독립군이 1920년 6월에 두만강 너머 일본의 헌병 순찰대를 공격하자 일본군이 만주의 삼둔자 마을까지 쫓아가 우리 민족을 잔인하게 학살했다.
독립군도 일본군의 삼둔자 마을 학살을 좌시하지 않고 매복 공격해 타격을 가했다.
삼둔자 전투는 함북 나남에 있던 일본군 제19사단이 월강추격대를 만들어 독립군을 추격하게 된 빌미가 됐다.
실제 총기를 사용해 싸우는 장면을 촬영. 총을 쏘고나면 총기전문가들이 다시 탄을 재장전해준 뒤 찍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수냉식 맥심 기관총 사격 장면은 촬영 중 총알이 걸려 한 번만 찍었다.
박지환이 말타는 장면 등 일부 기마장면은 실제 말이 아닌 스턴트맨들이 초록색과 푸른색 슈트를 입은채 말안장을 들고 말 역할을 대신하며 그 위에 배우가 앉아 찍었다.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일부 싸움장면은 서부극이나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대결 구도를 닮았다.
유해진은 직접 바디캠 촬영을 제안해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싸우는 장면을 연기하며 촬영했다.
높은 산봉우리에서 총을 쏘는 독립군을 연기한 배우들은 떨어지지 않도록 모두 와이어로 몸을 묶고 촬영했다.
봉오동 전투 장면에 나오는 숲의 일부는 '이재수의 난' 촬영 당시 심은 나무들이 자란 것이다.
독립기념관에 보존된 항일무장투쟁 당시 태극기를 그대로 흉내내 만든 국기를 사용. 감독은 후반 작업때 막판 류준열의 싸움 장면을 심각하게 부상당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두 가지를 만들어 놓고 고심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봉오동 전투 (1Disc)
 
봉오동 전투 (1Disc)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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