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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엽문4(블루레이)

울프팩 2021. 6. 6. 13:32

엽위신 감독의 '엽문 4 더 파이널'(ip Man4: The Finale, 2019년)은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답게 예상대로 엽문의 죽음을 다뤘다.

생전에 담배를 많이 피운 엽문은 인후암에 걸려 1972년 79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영화는 엽문의 실제 이야기보다 가상의 이야기로 채웠다.

엽문은 아들이 학교에서 싸움질을 하는 바람에 퇴학을 당하게 되자 미국으로 유학 보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건너가 아들을 전학시킬 학교를 알아본다.

 

이 과정에서 엽문은 현지 중화인회 회장과 갈등을 빚는다.

엽문의 제자인 이소룡이 백인들에게 무술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일본 가라테를 배운 미 해병대 교관들이 중국 쿵후를 얕잡아보고 차이나타운에 쳐들어와 사범들을 두들겨 패는 만행을 부린다.

결국 살인적인 무술 실력을 지닌 해병대 상사를 무찌르기 위해 엽문이 나서 대결을 펼친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는 재미를 위해 이소룡의 이야기가 엽문의 일화로 둔갑해 들어갔다.

학교에서 싸움질을 일삼아 미국으로 쫓겨가는 얘기는 엽문 아들이 아닌 이소룡의 이야기다.

 

또 이소룡이 미국 무술인과 대결하며 절권도뿐만 아니라 쌍절곤 실력까지 뽐낸다.

그가 가라테 대회에서 1인치 펀치를 시범 보이는 장면 등 이소룡을 유명하게 만든 일화들이 가미됐다.

 

여기에 엽문과 영춘권을 앞세워 중국 무술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특히 미국의 인종차별 등 불평등한 현실을 지적하며 이를 타파하는 수단으로 영춘권이 쓰인다.

 

근래 들어 부상한 미중 갈등을 반영하듯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미국을 낮추고 중국을 높이는 반미 코드들이 어찌나 노골적인지 중국 국뽕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미국에 건너간 중국인 노동자들, 즉 쿨리가 미국의 철도 건설을 도운 덕분에 서부 개척을 할 수 있었는데 미국 정부는 그 공을 인정하지 않고 걸핏하면 쫓아내려고 안달이라는 내용이 여러 대사에 등장한다.

 

특히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겪는 중국인들의 설움과 갈등을 부각하는 "어찌나 거들먹 대는지, 평등은 개뿔..."이라는 대사를 보면 요즘 중국이 강조하는 중국 굴기의 시진핑의 정치관을 엿볼 수 있다.

중국과 시진핑이 최근 부쩍 강조하는 것이 세계 평등이다.

 

언뜻 들으면 평등이라는 말은 모두에게 좋은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중국이 강조하는 평등이란 G2, 즉 미국 독점이었던 세계 패권을 중국과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미국 넘버 원이 아닌 이제는 중국도 미국과 대등한 대접을 받아야겠다는 철저한 중화 중심주의의 평등이다.

그 속에는 철저한 미국 견제와 중국 패권의 확장이 숨어 있다.

 

이 영화 또한 인종 차별 없는 평등을 강조하며 절대적인 쿵후의 강력함을 강조하는 중국 굴기의 또 다른 모습이 들어 있다.

한마디로 미국 우월주의를 깨부수는 영화다.

 

미 해병대 교관을 향해 던지는 "당신의 패권은 순전히 증오와 편견"이라는 대사를 보면 이를 여실히 알 수 있다.

'2001년 미 해병대는 공식적으로 무술 훈련을 도입했다'는 막판 자막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엽문을 앞세운 영화 제작의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떠나 견자단이 보여주는 액션은 절도 있으면서 통쾌하다.

견자단이 이 작품 이후 더 이상 정통 액션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해서 더더욱 그의 액션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깔끔한 윤곽선과 함께 필터를 사용한 진한 색감이 강조됐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리어 채널을 확실하게 활용하며 타격음이 묵직하게 울린다.

 

부록으로 스페셜 영상과 갤러리, 예고편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소룡이 1964년 가라테 시범을 보인 대회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소룡 역할은 진국곤이 연기.
1인치 거리에서 뻗은 주먹으로 상대를 날려버린 1인치 펀치는 이소룡의 절권도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소룡의 에피소드에 묻어가는 느낌이다. 이소룡은 엽문이 죽은 이듬해 사망했다.
견자단은 이번 작품에서 주연 뿐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했다. 태극권을 구사하는 중국인협회장과 갈등이 초반 중요한 내용이다.
미 해병대의 가라테 사범을 연기한 크리스 콜린스는 실제 미 해병대 출신으로 영춘권 사범이기도 하다. 또 주짓수 블랙벨트이며 아마추어 종합격투기 대회 우승 경력이 있다.
이 작품은 전세계에서 1억7,0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시리즈 가운데 최다 수익을 거뒀다. 전체 시리즈 수익은 3억 달러다.
무술은 3편과 마찬가지로 원화평이 담당.
목인장을 두드리는 엽문을 연기한 견자단의 모습이 더 이상 그의 액션 연기를 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아쉽고 안타깝다. 음악은 카와이 켄지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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