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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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를 판 남자(블루레이)

튀니지 출신의 카우타르 벤 하니야(Kaouther Ben Hania) 감독의 '피부를 판 남자'(The Man Who Sold His Skin, 2020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기에 미술가 빔 델보예(Wim Delvoye)는 2008년 스위스 사람 팀 스타이너의 등에 작품을 문신으로 새겨 발표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델보예는 살아있는 돼지에게도 문신을 새겨 작품으로 발표했다. 워낙 특이한 작품을 많이 만드는 델보예이지만 사람을 비롯해 살아있는 생명체를 화판으로 썼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작품 활동도 좋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행동이라는 비난과 예술가의 독창성을 옹호하는 의견이 엇갈렸다. 벤 하니야 감독은 여기에 이야기를 입혔다. 2011년..

삶의 애환이 깃든 부산 감천문화마을

부산 관광의 명소로 떠오른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동에 있는 감천문화마을은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시작됐다. 1945년 30만 명이었던 부산 인구는 피란민들이 몰려들면서 1951년 84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결국 사람들은 살 곳을 찾아 산꼭대기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천마산 옥녀봉 아래 모여 산 것이 지금의 감천마을 효시가 됐다. 시초에는 피란민들과 태극도 신도 4,000여 명이 산비탈에 층층이 판잣집을 짓고 모여 살았다. 태극도는 대순진리회의 모태가 된 종교로 감천2동에 총본부가 있다. 동네 사람들은 예전처럼 태극도라고 부른다. 마을 이름 감천(甘川)은 물이 달고 좋다는 뜻. 얼핏 들으면 신선놀음 같지만 감천의 삶은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미국 비벌리힐스나 트윈픽스처럼 전망 좋은 ..

여행 2023.02.10

미녀와 야수(블루레이, 실사판)

빌 콘돈(Bill Condon) 감독의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2017년)는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으로 히트한 작품을 실사로 옮긴 영화다. 내용은 마법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댄 스티븐스 Dan Stevens)와 그를 감화시킨 미녀 벨(엠마 왓슨 Emma Watson)의 사랑 이야기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판은 두 가지 경향이 있다.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새롭게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이 작품은 전자를 따랐다. 즉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똑같이 재현했다. 관건은 야수를 비롯해 가구로 변한 사람들과 '환타지아'처럼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한 비현실적인 화려한 군무다. 콘돈 감독도 이 부분은 대안이 없어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하고 일부 구성을 ..

태풍이 지나가고(블루레이)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영화는 잔잔한 일상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태풍이 지나가고'(海よりもまだ深く, 2016년)도 그런 영화다. 유명 작가를 꿈꾸며 사립 탐정사무소에서 일하는 료타(아베 히로시 阿部寛)가 태풍이 닥친 날 어머니(키키 키린 樹木希林)의 집에서 헤어진 아내(마키 요코 真木よう子), 아들과 함께 보내며 일어나는 일상을 다뤘다. 료타는 한때 촉망받는 작가였지만 도박으로 돈을 날리면서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탐정 일을 하는 친구(릴리 프랭키 Lily Franky) 사무소에서 보조로 근근이 먹고사는 처지다. 마침 어머니의 집에 들렀다가 태풍을 만나면서 료타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되짚어 보게 된다. 이 작품에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자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료타는 도박으로 재..

소나티네(블루레이)

비트 다케시라는 예명의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던 기타노 다케시(北野武)는 배우 겸 감독이 되고나서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만들었다. '모두 하고 있습니까'처럼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작품이 있고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기쿠지로의 여름' '키즈 리턴'처럼 서정적인 작품도 있다. 반면 '브라더' '아웃레이지' 등은 피로 점철된 과격하고 어두운 작품이다. 그 중에서 '소나티네'(ソナチネ 1993년)는 '그 남자 흉포하다' '3-4x10월'과 함께 흉포한 남자 3부작으로 꼽힌다.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을 하고 각본 및 편집, 주연까지 맡은 이 작품은 야쿠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야쿠자 중간 보스인 무라카와(기타노 다케시)는 조직 내부의 분쟁에 휘말려 잠시 오키나와의 바닷가로 피신한다. 부하들과 천진난만했던 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