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9/05 13

쓰리 빌보드(블루레이)

1991년 5월 14일, 미국의 텍사스 비더에서 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됐다. 나이는 34세, 두 딸의 엄마인 캐시 페이지였다. 마치 사고가 난 것처럼 보이는 자동차 속에서 발견된 캐시의 죽음은 의문 투성이었다. 안전벨트를 하지도 않았고 몸에 상처도 없었으며 겉에 입은 옷에 피도 전혀 묻지 않았다. 또 외출을 한 여인이 화장도 하지 않았고 장신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캐시는 코가 부러진 상태였으며 속옷과 피부에서 혈흔이 발견됐다. 검시 결과 캐시는 죽기 전에 성관계를 한 흔적이 발견됐다. 흔적 분석을 통해 드러난 특이 사항은 상대 남성이 정관 수술을 받은 점이었다. 경찰은 캐시가 다른 곳에서 살해된 것으로 보고 남편 스티브를 의심했다. 그는 캐시가 죽기 몇 달 전에 정관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스티브는 ..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블루레이)

브리짓 존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낙천성이다. 그는 어떤 곤란한 상황에서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이를 긍정적 에너지로 받아들인다. 낙하산이 잘못 떨어져 돼지우리에 곤두박질치거나 자동차가 심하게 튀긴 빗물을 홀랑 뒤집어 써서 새로 맞춘 옷과 머리가 몽땅 젖어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오물투성이가 된 채로 방송을 하고 연인을 찾아간다. 그런 낙천성과 대책없는 저돌성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짠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브리짓 존스 시리즈는 하이틴 로맨스 같은 판타지에 가깝다. 아무리 힘들게 비비 꼬여도 결국 아름다운 사랑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워킹타이틀이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장점이면서 흥행 포인트이기도 하다. 적어도 영화보는 동안 관객들은 복잡한 세상사를 잊고 브리짓 존..

미스 발라 (블루레이)

2008년 12월 22일 멕시코에서 전 세계에 보도될 만한 사건이 터졌다. 과달라하라에서 거대 마약 조직인 후아레즈 카르텔 일당이 체포됐는데 여기에 멕시코를 대표하는 미인 대회 우승자가 있었다. 주인공은 라우라 엘레나 수니가 우이사르. 23세의 라우라는 AR15 자동소총 2정, 9밀리 권총 등 각종 무기와 미화 10만 달러를 실은 차량을 타고 가다가 과달라하라 외곽의 사포판 검문소에서 후아레즈 일당들과 함께 체포됐다. 교사 출신이었던 라우라 수니가는 그해 7월 시날로아주 미인대회에서 우승해 9월 열린 미스 멕시코에서 3위로 입상해 전 세계 미인들이 참가하는 2009년 미스 인터내셔널에 멕시코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어 그는 한 달 뒤 볼리비아 산타크루스에서 열린 미스 히스파노아메리카 대회에서도 우승..

공작 (블루레이)

기사로 언론에 많이 소개된 박채서는 참으로 독특한 인물이다. 3 사관학교를 나와 각종 훈련과 교육을 받고 소령 계급으로 국군정보사령부 공작단 본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지시로 이중 스파이 노릇을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남북한을 오가며 이중 스파이 활동을 한 것처럼 가장한 안기부의 공작원이었다. 당시 안기부가 그에게 부여한 암호명이 흑금성이었다. 사업가를 가장해 중국과 북한을 드나들던 박채서는 북에서 꽤나 신임을 얻어 김정일까지 만났다. 덕분에 그는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이 주도한 북풍을 막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 북풍이란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뿌리를 둔 신한국당에서 선거에 이기기 위해 북한에 무력 도발을 부탁하고 몰래 지원한 것으로, 북에서 일어난 바람이라는 뜻의 북풍 ..

엽기적인 그녀(블루레이)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2001년)는 여러 사람에게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1999년 PC통신 나우누리에서 견우74라는 필명을 사용한 김호식씨가 연재한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견우라는 청년이 우연히 독특한 성향의 여대생을 만나 사랑과 이별을 겪는 이야기다. 원작 소설은 작가의 실화를 토대로 했지만 곽 감독이 이를 영화에 맞게 고쳤다. 우선 결말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고 중간에 시각적 재미를 줄 수 있는 여대생의 소설 이야기 등이 들어갔다. 어쩌면 원작 소설 그대로 만들었다면 영화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 수 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랑에 대한 기대를 아련한 아픔과 함께 잘 버무려 이야기를 만드는데 탁월한 솜씨를 갖고 있는 곽 감독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보여준 감수성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