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2001년)는 여러 사람에게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1999년 PC통신 나우누리에서 견우74라는 필명을 사용한 김호식씨가 연재한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견우라는 청년이 우연히 독특한 성향의 여대생을 만나 사랑과 이별을 겪는 이야기다. 원작 소설은 작가의 실화를 토대로 했지만 곽 감독이 이를 영화에 맞게 고쳤다. 우선 결말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고 중간에 시각적 재미를 줄 수 있는 여대생의 소설 이야기 등이 들어갔다. 어쩌면 원작 소설 그대로 만들었다면 영화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 수 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랑에 대한 기대를 아련한 아픔과 함께 잘 버무려 이야기를 만드는데 탁월한 솜씨를 갖고 있는 곽 감독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보여준 감수성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