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9/09 7

분노의 질주 6 : 더 맥시멈(4K 블루레이)

198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의 시작인 '레이더스'를 내놨을 때 언론은 형편없는 오락 영화라고 혹평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스필버그 감독은 "팝콘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지만 입에서 살살 녹고 달콤하다. 이 영화는 팝콘처럼 가볍게 여러 번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주장했다. 남는 건 없지만 재미있으면 되지 않느냐는 스필버그의 항변에서 팝콘무비라는 말이 유래했다. 저스틴 린 감독의 '분노의 질주 6: 더 맥시멈'(The Fast and the Furious 6, 2013년)은 대표적 팝콘무비다. 아니, 시리즈 전체가 팝콘 무비다. 미국인들이 환장하는 자동차와 근육질 사나이들이 울퉁불퉁 알통을 뽐내며 스피드와 힘을 겨루는 이 시리즈는 전형적인 아메리카 마초이즘의 환상을 보여..

카지노(4K 블루레이)

마틴 스콜세지는 드라마에 강하다. 그가 만든 '좋은 친구들' '성난 황소' '갱스 오브 뉴욕' 등의 작품을 보면 이야기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만큼 줄거리를 탄탄하게 잘 만들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다. '카지노'(Casino, 1995년)도 마찬가지. 1970년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주름잡던 실제 갱들의 실화를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3시간의 상영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후딱 지나간다. 위대한 실화의 힘도 있지만 이야기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공이 가장 크다. 로버트 드 니로, 조 페시, 샤론 스톤, 제임스 우즈 등 호화 배역진의 개성있는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라스베이거스가 무대인 만큼 화려한 스타 못지 않게 다채로운 의상도 볼거리. 국내 출시된 4K 타이..

매트릭스2 리로디드(4K 블루레이)

지금은 자매가 된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매트릭스 시리즈는 원래 3부작으로 기획됐다. 2편은 아예 3편과 묶어 하나의 영화로 찍었고 개봉만 마치 전편 후편 나누듯 갈라서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전체의 이야기가 하나로 묶여 있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The Matrix Reloaded, 2003년)는 매트릭스 세계의 창조자를 찾아가는 네오의 이야기를 다뤘다. 네오는 가상의 세계인 매트릭스의 창조자를 만나지만 자신도 그 안에서 불거져 나온 변종 코드라는 것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는다. 결국 그의 존재 자체가 뜻하지 않은 우발적 프로그램이었다. 세상의 변화와 혁신은 이렇듯 우발적인 사건이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를 결과로 이끌어내는 과정은 우연이 아닌 의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영화는 네오의 남..

매트릭스(4K 블루레이)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돼서 놀았다는 호접몽은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이는 곧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으로 이어진다. 물아일체를 이야기한 장자의 호접몽이 현대에 와서 디지털 복제로 다시 태어난 것이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인 셈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현실과 동일한 복제를 통해 사실과 복제의 세계를 구별할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래리와 앤디 워쇼스키 형제는 장 보드리야르의 책을 읽고 시뮬레이션 세계에 빠져들었고 이를 영화화한 것이 바로 '매트릭스'(The Matrix, 1999년)다. 20년전에 나온 이 영화는 현실과 디지털이 혼재된 하이퍼 리얼리티의 세계를 다루며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

어느 가족(블루레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万引き家族, 2018년)은 가족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내용은 연금을 받는 어느 할머니를 중심으로 뭉친 희한한 도둑놈 가족 이야기다. 구성원들은 모두 피를 나눈 사람들이 아니다. 각자 사연을 지닌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도둑질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겉모습만 보면 더할 수 없이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이다. 비록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좀도둑질을 하고 성인업소에서 일을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친가족 이상의 끈끈한 정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 어느날 이들은 뜻하지 않게 합류한 여자아이 때문에 졸지에 유괴범으로 몰릴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오히려 학대하고 방치하는 친부모보다 낯선 이들에게 따뜻함을 느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