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9/10 12

헬보이(4K 블루레이)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Hellboy, 2004년)는 마이크 미놀라의 원작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지옥에서 태어난 어둠의 영웅이 부활한 악령 라스푸틴과 대결을 벌여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독특한 설정 만큼이나 희한한 헬보이라는 주인공 캐릭터다. 기존의 사람 형상을 한 영웅들과 달리 헬보이는 거대한 뿔이 자라는 악마다. 거기에 오른손은 비정상적으로 크며 온 몸이 피처럼 새빨갛다. 칼에 베이면 피를 흘리기는 하지만 어지간한 충격은 곧잘 견딘다. 심지어 불에 대한 내성이 대단해서 타지 않는다. 지옥에서 온 존재이니 그럴 법 하다. 영화에서는 이를 론 펄만이 연기했는데, 개성 강한 그의 마스크가 만화 속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졌다. 마치 만화책 속에서 걸어나온 것처럼..

스카페이스(4K 블루레이)

'세상은 나의 것이다.(The World is Yours)' 브라이언 드 팔머(Brian De Palma) 감독의 '스카페이스'(Scarface, 1983년)는 강렬한 문구 만큼이나 화끈한 영화다. 1932년 폴 무니를 유명하게 만든 흑백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쿠바 이민자 출신의 갱이 마약으로 떼돈을 벌었다가 허망하게 스러져가는 얘기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밑바닥 인생이 부의 정점까지 올랐다가 쓰러지는 과정을 냉정하게 묘사했다. 그 속에는 레이건 정권 시절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하던 미국의 어두운 그늘도 녹아 있다. 개봉 당시 미국은 영화처럼 마약이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겉으로는 흥청망청 번영을 누리는 것 같았지만 속으로는 내홍을 겪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게 미국은 1980년대 아메리..

더 보이(4K 블루레이)

데이비드 야로베스키 감독의 '더 보이'(Brightburn, 2019년)는 전형적인 안티 히어로물이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노심초사하던 어느 부부에게 느닷없이 아이가 생긴다. 자연스러운 임신이 아니라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모를 아이가 이상한 괴물체와 함께 뒤뜰에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이 귀엽고 평범하다. 양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곱게 자란 아이가 사춘기 성장통처럼 반항적으로 변하면서 부모는 이상하다고 느낀다.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괴물체를 알게 된 아이는 엄청난 힘으로 사람을 집어던지거나 차를 들어 올리고 하늘을 날며 눈에서 광선을 뿜어 내면서 보통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자각한다. 이때부터 아이와 관객은 같이 고민한다. 만인을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초능력을 사용하면 슈퍼..

샤이닝(4K 블루레이)

오래도록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샤이닝'(The Shining, 1980년)은 2004년에 DVD로 나왔다. 언론에서는 금단의 벽이 무너졌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영등위에서 펄쩍 뛸만큼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별로 없다.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의 공포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가 그동안 국내에 소개될 수 없었던 이유는 존속살인 때문이다. 아버지가 미쳐서 가족을 죽인다는 내용이 윤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 어쨌든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샤이닝'은 심리 공포의 걸작이다. 무엇보다 잭 니콜슨(Jack Nicholson)의 광기어린 연기가 압권이며 이를 절제된 연출로 소화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솜씨 또한 높이 살..

블룸형제 사기단(블루레이)

많은 사람들이 사기극 영화를 보면서 기대하는 것은 '유주얼 서스펙트' 같은 반전이다. 그러려면 시나리오도 탄탄해야 하고 감독의 연출이 짜임새 있어야 하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본격 사기극을 표방한 라이언 존슨 감독의 '블룸형제 사기단'(The Brothers Bloom, 2008년)은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우선 전 세계 상위 1% 안에 드는 백만장자만 노린다는 블룸형제의 사기극이 그다지 치밀하지 못하다. 할리우드 액션 같은 눈속임과 특수효과 만으로 엄청난 부를 누리는 백만장자를 속인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어수룩하다. 아마 영화 속 등장하는 순진무구한 석유재벌 상속녀인 페넬로페(레이첼 와이즈) 정도나 속을까, 닳고 닳은 상술로 무장한 백만장자들이 자신의 부를 그렇게 어설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