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주홍글씨

욕망은 초콜릿 같다. 핥을수록 달지만 달콤함 뒤에 식욕을 떨어뜨리고 나른한 나락으로 끌어들이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변혁 감독은 '주홍글씨'(2004년)에서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나른한 욕망을 그렸다. 이브가 유혹의 사과를 아담에게 건네는 대목인 성경의 창세기 3장 6절로 시작한 영화는 식욕이나 물욕, 명예욕도 아닌 색욕을 이야기한다. 등장인물도,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사건도 모두 헤어날 수 없는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혹의 초콜릿을 핥은 인물은 강력계 형사 기훈(한석규). 그는 아내 수현(엄지원)과 애인 가희(이은주)를 오가며 욕망의 달콤함을 한껏 즐긴다. 그런 그에게 과제처럼 주어진 살인 사건은 욕망이 파국으로 치닫는 굴레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 점에서 살인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경희(성현아..

발레교습소

변영주 감독의 청춘 영화 '발레교습소'(2004년)는 여러 가지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낮은 목소리'와 '밀애' 등 무거운 작품을 만든 변감독이 고3생들의 진로 고민과 사랑을 다룬 청춘물을 만든 것이 새로운 발견이고, 낯익은 얼굴들의 색다른 변신을 볼 수 있는 것이 또다른 발견이다. 특히 윤계상, 온주완, 김민정 등 청춘스타들은 발견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열연했다. 윤계상은 한 번도 연기를 해보지 않은 가수여서 많은 사람들이 주연을 맡는 것을 우려했으나 고3생 민재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민재 친구이자 춤에 미친 창섭 역을 맡은 온주완도 눈에 띈다. 첫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반항끼 가득한 창섭 역을 제대로 소화했다. 아울러 김민정의 변신도 돋보였다. 긴 생머리에 인형처럼 고운 ..

007 썬더볼

007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 '썬더볼'(Thunderball, 1965년)은 1편을 만들었던 테렌스 영(Terence Young)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편에 처음 등장한 스펙터가 나토군의 핵폭탄을 실은 폭격기를 납치해 간 뒤 007 제임스 본드(숀 코네리 Sean Connery)가 이를 되찾는 비밀 작전을 다뤘다. '썬더볼'은 비밀작전의 암호명. 이번 작품은 앞의 세 작품에 비해 볼거리가 늘었다. 그만큼 007이 줄거리 위주의 스릴러 형태에서 볼거리 위주의 액션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강한 목소리의 톰 존스가 부른 주제가도 인상적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입자가 거친 편. 이중 윤곽선이 보이고 잡티도 눈에 띈다. 음향은 예전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로리타(애드리안 라인판)

고교시절 모음사에서 나온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의 소설 '로리타'를 읽은 것은 우연이었다. 당시 모음사에서 나온 프레드릭 포사이드 소설에 빠져있을 때여서 시리즈를 몽땅 구입했더니 같은 출판사에서 '로리타'를 사은품으로 보내줬다. 그때는 나보코프와 로리타 콤플렉스도 모르던 시절이어서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 하지만 두툼한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너무 지루해 괜히 읽었다는 후회가 들었다. 나보코프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세밀한 상황 묘사를 따라갈 만큼 이해의 폭이 깊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소설의 위대함을 깨달은 것은 영화를 보고 나서였다. '플래시 댄스' '나인 하프 위크'로 유명한 애드리안 라인(Adrian Lyne) 감독이 1997년 만든 '로리타'(Lolita)는 스..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림형제의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월트 디즈니(Walt Disney)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Seven Dwarfs, 1937)는 영화 사상 최초이자 디즈니가 만든 최초의 장편만화영화다. 1930년대 만화영화는 극장에서 극영화 상영에 앞서 광고를 틀어주듯 8~9분짜리를 상영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따라서 약 1시간 30분에 이르는 이 작품은 당시로서 모험이나 마찬가지였다. 월트 디즈니도 이 작품을 만들어놓고 마음을 졸였으나 개봉 전 시사회에서 많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는 후문이다. 데이비드 핸드(David Hand가 감독한 이 작품의 특징은 수채화 같은 그림이다. 수백 명 애니메이터들이 달라붙어 그린 그림은 그림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