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오션스 일레븐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감독의 '오션스 일레븐'(Ocean's Eleven, 2001년)을 좋아하는 이유는 라스베이거스에 얽힌 기억들을 떠오르게 해 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과거 출장으로 자주 갔던 라스베이거스의 밤 풍경이 그대로 들어있다. 영상뿐 아니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터는 내용도 아주 재미있다. 구성과 줄거리도 깔끔했으며 인물들의 개성도 분명하게 살아있다. 미국 평론가들도 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등이 주연한 1960년대 원작 영화보다 낫다고 평했다. 덕분에 소더버그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 됐다. 이에 비하면 최근 상영한 '오션스 트웰브'는 아쉽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 영상은 괜찮은 화질이다. 밤 장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투모로우

서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 참사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가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 감독의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2004년)다. 이 작품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남극에 빙하가 녹으면서 바닷물의 염분이 희석되고, 이 때문에 난류를 실어 나르는 기후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고장 나 북반구가 빙하로 뒤덮이는 무시무시한 재앙영화다. 이 같은 설정은 가설이 아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고 기후학자들이 누차 경고한 내용이어서 더욱 무시무시하게 다가온다. 더군다나 쓰나미 참사를 보고 나니 영화에서 언급한 해일, 폭설, 우박 등의 이상기후가 영화 속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1억 5,000만 달러의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영화답게 각종 재앙을 재현한 장면들이 볼 만하다..

청춘스케치

민태원은 '청춘예찬'에서 청춘이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과 끓는 피 때문이다. 그만큼 꿈도 많고 할 일도 많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불안한 시기이기도 하다. 코미디언 벤 스틸러(Ben Stiller)가 감독한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 1994년)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수석 졸업한 레이나(위노나 라이더 Winona Ryder)는 방송국 인턴에서 해고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트로이(에단 호크 Ethan Hawke)는 기약 없는 밴드 생활에 목을 맨다. 새미(스티브 잔 Steve Zahn)는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비키(재닌 가로팔로 Janeane Garofalo)는 재미없는 의류매장에서 일하..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감독이 70대에 만든 '란'(Ran, 1985년)은 셰익스피어 희곡 '리어왕'이 원작이다. 그는 연극으로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장대한 서사 드라마로 탈바꿈시켰다. 줄거리는 '리어왕'의 뼈대를 따르고 있지만 시대 배경, 그림과 캐릭터의 개성 등을 일본 전국시대에 맞춰 독자적으로 구성, 그만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상영 시간이 무려 160분에 이르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원작이어서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으나 의외로 현란한 색감과 시원스러운 구도 때문에 열심히 화면을 쳐다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영상을 지원한다. 오래된 작품인데도 해상도가 약간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 색감이 비교적 깨끗하다. 그러나 ..

걸 온 더 브릿지

파트리스 르콩트(Patrice Leconte) 감독의 '걸 온 더 브릿지'(The Girl On The Bridge, 1999년)를 잊지 못하는 까닭은 음악 때문이다. 이 작품을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강렬한 흑백 영상과 함께 두고두고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한 곡의 노래였다. 남자(다니엘 오테유 Daniel Auteuil)가 여자(바네사 파라디 Vanessa Paradis)를 향해 칼을 던질 때마다 느릿느릿 끊어질 듯 흘러나오던 노래는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Who Will Take My Dreams Away'였다. 삶의 극한까지 몰려 자살을 꿈꾸다 과녁으로 나선 여자와 생존을 위해 불안과 긴장 속에 칼을 던지는 남자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한 노래는 영상과 잘 어우러져 묘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