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1399

바보선언(블루레이)

고난은 때론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1983년)이 그런 영화다.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해 주목받던 그는 1976년 대마초 파동으로 단속에 걸려 4년간 영화를 만들 수 없었다. 힘들게 4년의 공백을 보낸 후 그는 다시 영화를 만들게 되면 소외계층 이야기를 다루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등장한 작품이 바로 1980년대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다룬 이 영화다.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원작자 이동철이다. 이동철을 알아야 더 잘 보이는 영화 이동철을 모르면, 특히 그가 구술하고 작가 황석영이 대필한 자전 소설 '어둠의 자식들'을 읽지 않으면 이 영화를 이해하기 힘들다. '어둠의 자식들'은 온통 욕설과 괄호 속 뜻풀이가 없으면 알아듣기 힘든..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블루레이)

매튜 본(Matthew Vaughn) 감독의 '킹스 맨 퍼스트 에이전트'(The King's Man, 2020년)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킹스맨 골든 서클'을 잇는 세 번째 작품이다.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연출뿐 아니라 각본을 쓰고 제작까지 참여한 본 감독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킹스맨의 탄생을 그린 프리퀄을 만들었다. 1910년대 세계 전쟁을 일으켜 세상을 뒤집어 엎으려는 악당들의 음모를 영국이 비밀 정보 조직 킹스맨을 결성해 막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킹스맨은 비밀 결사에 가깝다. 단순히 정보만 캐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사격과 무술 실력을 갖춘 용사들이 적진에 침투해 악당 처치에 나선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의 젊은 신예 못지않은 노련한 용사 옥스퍼드 공작(랄프 파인즈 Ralph F..

레슬러

김대웅 감독의 '레슬러'(2017년)는 우연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짧은 동영상이 재미있어서 뒤늦게 찾아보게 됐다. 내용은 아들 성웅(김민재)을 혼자 키우는 아버지 귀보(유해진)가 아들과 갈등을 빚으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귀보의 꿈은 아들 성웅이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따서 레슬러로서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다. 그런데 성웅이 좋아하는 여자 친구 가영(이성경)이 귀보를 짝사랑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그 바람에 성웅은 아버지 귀보에게 반발하며 비뚫어지는 바람에 부자간에 갈등이 깊어진다. 귀보는 부자지간은 물론이고 가영과 관계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각본을 쓴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부자간 관계에 초점을 맞춘 휴먼 드라마를 지향하면서 자잘한 웃음으로 이야기..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블루레이)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 감독이 각본, 연출, 제작까지 겸한 공상과학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Independence Day: Resurgence, 2016년)는 1996년에 개봉한 '인디펜던스 데이'를 20년 만에 이어 받은 속편이다. 내용은 지구에서 물러간 줄 알았던 외계인들이 재침공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전작과 달리 지구인들도 가만히 앉아서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는다. 그동안 유엔 주도로 각국이 연합해 지구연합방위군을 만들어 그동안 연구한 외계인들의 무기로 침략군에 맞선다. 이 과정에서 게임과 다른 영화를 흉내낸 듯한 부분이 보인다. 외계인 기술을 이용해 지구인들이 무기를 개발하는 설정은 게임 '엑스컴'을, 여왕의 존재가 중요하고 여왕을 지키기 위해 외계인들이 결집하는..

토요일 밤의 열기(4K)

신나는 댄스 음악인 디스코는 사실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장르다. 1970년대 베트남전이 끝난 뒤 미국의 젊은이들은 억눌렸던 욕망의 배출구를 섹스와 디스코에서 찾았다. 그만큼 1970년대 미국의 디스코는 흑인과 게이 등으로 대표되는 언더그라운드 문화였다. 긴 나팔바지에 현란한 색깔의 의상을 뽐내며 심하게 몸을 흔드는 모습은 주류 문화에서 보면 저질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미국인들이 의외로 많아 거대한 운동장에 모여 디스코 LP를 부수고 불을 태우기도 했다. 그야말로 현대판 분서갱유 같은 일이 일어난 셈이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뚫고 태어난 영화가 바로 존 바담 감독의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 1977년)다. 실제로 워낙 반 디스코 정서가 사회에 팽배했던지라 제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