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430

인어공주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2004년)는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개봉한 작품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 그런지 흡족하지 않았다. 판타지에 의존한 사랑과 부정이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느낌이 달라진 것은 DVD 타이틀을 보면서였다. 다음 달에 미리 나올 DVD를 곱씹어 보며 아련한 감정이 서서히 차올랐다. 극장에서 미처 보지 못한 덧정 속에 숨은 진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판타지에 의존한 박 감독의 이야기 진행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가 만든 아련한 느낌의 그림만큼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HD텔레시네를 했다는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의 DVD 타이틀은 우리 영화치고 뛰어난 화질을 갖췄다. 원본 필름의 손상 때문에 생긴 잡티와 스크래치..

빅 피쉬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의 '빅 피쉬'(Big Fish, 2003년)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다니엘 월라스의 단편집을 원작 삼아 이 영화를 구상했다. 이 작품은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슬리피 할로우' 등 그의 판타지물과 많이 다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매개로 영화를 만들어서 궁극적으로 가족의 화합,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를 강조한다. 그는 DVD 음성해설을 통해 "정신과 의사도 이만큼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기 힘들 것"이라며 이 작품이 결국 아버지에게 못다 한 말을 고백한 송가였음을 밝혔다. 커다란 물고기, 집채만 한 거인, 유령 마을 등 덧칠해진 판타지 요소들은 결국 데코레이션일 뿐.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낭만적이 된다. 이게 기억의 본성이다..

고하토

'감각의 제국'을 만든 오시마 나기사 감독은 1999년 '고하토'(御法度)를 만들때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3년간 투병했지만 회복이 되지 않았기 때문. 그래서 그런지 위로 쳐다보거나 앉은 키에 맞춘 앵글이 많다. 이 작품은 19세기말 사무라이 집단인 신선조에서 일어난 동성애 사건을 그렸다. 칼과 충절만 아는 사무라이에게도 사랑이 존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오시마 감독은 동성애로 대답했다. 교도소나 병영처럼 남자들만 모여 있는 곳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다. 오시마 감독은 이성애자들이 보기에 다소 혐오스러울 수 있는 소재를 미묘하게 표현했다. 주로 행동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 묘사에 치중했다. 어찌보면 더 소름끼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오시마 감독의 사랑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16 대 ..

스타스키와 허치

'스타스키와 허치'(Starsky & Hutch, 2004년)는 1970년대 미국 인기 TV시리즈를 토드 필립스(Todd Phillips) 감독이 다시 만든 영화다. 마이애미의 가상도시 베이시티에서 일하는 두 형사가 마약거래상을 쫓는 얘기. 액션보다 코미디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 주연인 스타스키와 허치에 각각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 있는 벤 스틸러(Ben Stiller)와 오웬 윌슨(Owen Wilson)을 캐스팅했다. 덕분에 영화는 시종일관 재미없는 개그에 초점을 둔 코미디가 돼버렸다. 원래 TV시리즈는 국내에서도 흑백 TV 시절 방영돼 꽤 인기를 끌었다. 국내 방영시 배한성, 양지운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 원작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스타스키와 허치의 인기 비결은 미국판 '투캅스'식 일탈에 있다. 일하기 ..

춤추는 대수사선2-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

1998년 일본에서 개봉해 700만 명 관객을 동원한 일본판 블록버스터 '춤추는 대수사선'의 속편. 전편과 마찬가지로 모토히로 카츠유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춤추는 대수사선 2'(踊る大搜査線 The Movie2, 2003년) 역시 일본에서 8주 동안 2,000만 명 관객을 동원한 대히트작이다. 그렇지만 국내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일본에서는 TV 드라마로 인기를 끄는 등 성공 배경이 충분했지만 국내에서는 인물도 낯설고 정서도 달라 관객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한 듯싶다. 실제로 일본식 개그와 액션이 와닿지 않아 보는 내내 지루했다. 오히려 사건 수사보다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경찰 관료들의 신경전을 다룬 부분이 더 볼 만했다. 내용은 도쿄의 오다이바 지구를 관할하는 완간 경찰서 형사들이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