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71

쎄시봉

서울 명동에 있었던 통기타 살롱 쉘부르, 무교동에 자리 잡았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은 1960년대말, 70년대를 풍미했던 통기타 문화의 상징이다. 이런 곳들을 통해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양희은 이태원 박은희 남궁옥분 이문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당연히 지금도 쉘부르, 쎄시봉 하면 이들의 얼굴과 함께 유명했던 노래들이 떠오른다. 그만큼 쎄시봉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1960, 7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를 대표하는 노래들과 가수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쉘부르와 쎄시봉으로 대표되는 시대의 노래들과 가수들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을 소품처럼 차용해 남녀의 흘러간 사랑 이야기를 신파극처럼 써..

영화 2015.02.07

아메리칸 스나이퍼

요즘 미국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가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 2014년)다. 국내에서도 개봉해 상영 중인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이었던 미국 네이비실의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그는 이라크전에 네 차례나 파병돼 공식적으로 160명, 비공식적으로 255명을 사살했다. 그만큼 미군들 사이에서 그는 전설적 존재가 됐다. 그의 저격 덕분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많은 미군 병사들이 구사 일생으로 살아나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나온다. 반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은 탈레반, 특히 여자 어린이 할 것 없이 미국에 저항하는 세력들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악마의 화신이다. 이렇게 어긋나는 두 지점이 서로 다른 입장의 ..

영화 2015.02.03

국제시장

입소문이란 무서운 게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은 별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좋든 나쁘든 입소문이 돌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11번째 우리 영화가 됐다니 도대체 어떤 영화인 지 궁금했다. 아버지 세대의 추억을 그린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 세대 입장에서도 영화의 상당 부분은 공유할 만한 이야기꺼리가 많았다. 저녁 6시면 울려 퍼지는 애국가 소리에 길가던 사람이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 못밖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던 기억이나 온 식구가 눈물 콧물 쏟으며 TV 앞에 못박혀 이산가족 찾기 중계를 봤던 기억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가끔 말썽을 부릴 때면 부모님이나 할머니는 우리를 불러앉혀 놓고 6.25 때 1.4 후퇴 이야기를 들려주고, 피난 시절 배 곯았던 이야기와 죽을 뻔 했던..

영화 2015.01.15

나를 찾아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년)는 결혼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잔혹 스릴러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아름답고 동화같은 사랑스런 결혼을 깨뜨린다는 점에서 잔혹하고, 그 안에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핏빛 싸움이 또한 잔혹하다. 영화는 한 여인의 실종에서 시작된다. 평소와 다름없이 평범하게 시작된 어느날, 아내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살인을 연상케 하는 흔적 속에서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남편은 뜻밖의 사실들을 발견하다. 여인을 찾기 위해 주변에 머물렀던 사람들은 남편의 놀라운 진실을 찾아낸다. 이렇게 두 가지 숨겨진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하나의 강물이 돼서 넘실거리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기본 토대다. '파이트클럽' '세븐'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

영화 2014.11.14

비긴 어게인

'원스'를 만든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3년)은 두 남녀의 애잔한 사랑과 음악 이야기로 감동을 준 '원스'(http://wolfpack.tistory.com/entry/원스-SE)의 후속작 같은 영화다. 인물과 이야기는 다르지만 음악을 매개로 맺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점이 닮았다. 내용은 뉴욕의 대도시 한 복판에서 이제는 퇴락한 음반 프로듀서와 무명의 가수가 의기투합해 음반을 만드는 이야기다. '원스' 만큼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이나 진중한 느낌은 덜하지만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든 캐릭터와 음악이 '원스'와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작품이다. 한때 음반 작업을 했던 존 카니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잘 녹여내 꽤나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자연스런..

영화 2014.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