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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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피타 : 이노우에, 가우디를 만나다 (DVD)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여러 번 가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이다.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부터 구엘공원,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 등 그의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는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나 다름없다. 선과 면으로 곧게 뻗은 기존 건축물만 보다가 가우디의 건물을 처음 접하면 충격적이다. 나무 줄기처럼 기괴하게 뒤틀린 장식과 울퉁불퉁한 건물 외관, 그리고 사선으로 기운 기둥까지 일반적인 건축물의 상식을 모조리 파괴한다. 어린 시절부터 류머티즘을 앓아서 지팡이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한 가우디는 조용히 한 곳에 앉아서 식물과 동물 등 자연을 관찰했다. 그렇게 자연에서 배운 식물의 원리와 구조가 자연스럽게 건축물에 녹아 들었다. 학산문화사에서 내놓은 '페피타 : 이노우..

2013.03.06 (4)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는 동양인으로서는 드물게 서양적 감성을 지닌 작가다. 일본 전통의 가부키나 하이쿠, 다도와는 거리가 멀고 재즈와 칵테일, 팝 음악이 더 어울린다. 서구 문화에 대한 동경은 일본 전후(태평양전쟁) 세대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를 피부처럼 체화시켰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마치 미국판 페이퍼북 같은 느낌이 든다.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는 하루키의 그런 경향이 다분한 수필집이다. 이 책은 그가 1980년대 잡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와 '랑게르한스섬의 오후' 두 권을 하나로 묶었다. 하루키가 일상에서 겪은 소소한 일들을 안자이 미즈마루의 컬러풀한 그림을 곁들여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기 실린 글들을 읽어보면 그가 좋아한 음악..

2013.02.05

수리부엉이 & 게릴라들

국내 번역 출간된 두 권의 만화 와 는 영화같은 작품들이다. 내용도 그렇고, 정교한 그림과 화려한 채색 등이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뛰어나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저항하는 인간들을 다뤘다는 점. 더불어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고, 성적인 부분도 주저없이 묘사했다. 그렇다고 포르노 수준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볼 만한 수준도 아니다. 그림과 이야기 등을 놓고 볼 때 소장가치가 충분한 만큼 그냥 묻히기에는 아까운 작품들이다. 얀 & 로맹 위고 / 길찾기 먼저 얀이 시나리오를 쓰고 로맹 위고가 그림과 채색을 맡은 는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독소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구 소련을 침공한 나치 독일의 전투기 조종사와 조국 방위전에 나선 구 소련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창공에서 대결을 펼치는 내용. 언뜻보면 단순 총질..

2012.03.30 (2)

축구, 그 빛과 그림자

콘솔 게임 가운데 물리지 않고 즐기는 게임이 2가지가 있다. 바로 축구게임 '위닝 일레븐'과 미식축구게임 '메이든 NFL'이다. 두 가지 모두 축구게임인데, 하나는 발을 주로 쓰고, 하나는 손을 주로 쓰는 점이 다르다. 실제로는 잘 하지 못하니 게임으로 대신 하는데, 분신을 만들어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식축구는 국내 팬이 많지 않지만, 축구는 온 국민의 스포츠다. 60,70년대부터 국가대항전 등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단결시키는데 그 만한 운동이 없었다. ### 축구의 기원 - 발로 찬 드로잉 ### 사실 축구는 서양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이 기원이다. 약 5,000년 전 중국 사람들은 발로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는 운동을 즐겼다. 송나라를 배경으로 한 '수호지'에도 고구가 축구를 즐..

2011.02.11 (2)

갈보 콩

나는 입말이 살아 있는 글을 좋아한다. 김유정, 채만식, 이순원처럼 입말을 잘 살린 작가들의 글은 편안하고 구수하다.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시백도 마찬가지다. 그가 최근 펴낸 단편 소설집 '갈보콩'은 어찌나 능청스럽게 지방 사투리를 구사했는 지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워낭소리' '두물머리' '충청도 아줌마' 등 함께 묶어놓은 11편의 이야기들은 농촌의 현실을 질퍽한 입담으로 모질게 쏟아놓았다. 농사꾼들이 옮기기도 쉽지 않은 사투리로 이죽거리며 풀어놓는 이야기는 절로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다. 단순히 재미있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뼈가 있다. 한미FTA, 개발사업에 희비가 엇갈리는 농촌의 현실을 길지 않은 이야기로 알맹이만 콕 찍어 재미있게 버무렸으니, 작가의 글 재주가 놀랍다. ..

2010.08.2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