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말이 살아 있는 글을 좋아한다. 김유정, 채만식, 이순원처럼 입말을 잘 살린 작가들의 글은 편안하고 구수하다.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시백도 마찬가지다. 그가 최근 펴낸 단편 소설집 '갈보콩'은 어찌나 능청스럽게 지방 사투리를 구사했는 지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워낭소리' '두물머리' '충청도 아줌마' 등 함께 묶어놓은 11편의 이야기들은 농촌의 현실을 질퍽한 입담으로 모질게 쏟아놓았다. 농사꾼들이 옮기기도 쉽지 않은 사투리로 이죽거리며 풀어놓는 이야기는 절로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다. 단순히 재미있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뼈가 있다. 한미FTA, 개발사업에 희비가 엇갈리는 농촌의 현실을 길지 않은 이야기로 알맹이만 콕 찍어 재미있게 버무렸으니, 작가의 글 재주가 놀랍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