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280

새(4K 블루레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익숙한 존재에 이만큼 강한 공포감을 불어넣은 영화도 드물다.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영화 '새'(The Birds, 1963년)는 어느날 느닷없이 인간을 공격하는 새떼를 다룬 이야기다. 다프네 드 모리에의 단편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원작처럼 왜 새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지 끝까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무섭다. 그저 새들은 거대한 무리를 지어 맹목적으로 인간을 공격하고 온 도시를 뒤덮는다. 새떼가 사람을 습격해 눈을 파먹고, 나무 문을 뚫는 장면은 공포 그 자체다. 이를 위해 히치콕 감독은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 공포를 시각화했다. 컴퓨터그래픽이 없던 시절, 히치콕은 순전히 아날로그 기술로 공포를 창조했다. 소듐조명을 이용한 매트프린팅 기법..

싸이코(4K 블루레이)

영화 사상 걸작 공포물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작품이 바로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싸이코'(Psycho, 1960년)다. 다중 인격의 젊은이가 벌이는 살인 행각을 다룬 이 작품은 공포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미스테리물의 궁금증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관객이 끝까지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특히 잔혹한 장면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공포감을 절정으로 끌어 올리는 점이 놀랍다. 이를 위해 히치콕은 행위 직전에 커트를 넘겨 칼에 찔리는 잔혹한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관객이 상상하게 만드는 교묘한 방법으로 관객의 공포심을 자극하며 검열의 잣대도 피해갔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공포는 관객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셈이다. 히치콕이 참 영리한 감독이라는 것을 재삼 느낄 수 있다. ..

미드소마(블루레이)

아리 애스터(Ari Aster) 감독의 '미드소마'(Midsommar, 2019년)는 참으로 아름다운 공포물이다. 공포와 아름다움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공포는 배가 된다.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현듯 닥치는 공포는 그럴 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공포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공포 어떻게 공포가 아름다울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면 일단 영상을 봐야 한다. 영화는 스웨덴의 가상 마을인 호르가에서 90년에 한 번, 9일 동안 벌어지는 백야의 하지 축제를 다뤘다. 제목 미드소마는 바로 이 하지 축제를 의미한다. 늦은 밤까지 해가 눈부시도록 밝은 이 마을의 여름 축제는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다. 사방에 꽃들이 만발하고 푸른 초원은 마음마저 시원하게 만든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4K 블루레이)

1985년 '매드 맥스3'(Mad Max: Beyond Thunderdome) 이후 30년 만에 돌아온 조지 밀러(George Miller) 감독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 2015년)는 폭발적인 파워와 응집력 강한 이야기로 전작들을 능가한다. 세기말적 분위기와 도로를 질주하며 벌어지는 싸움 등 기본적인 구성은 전작들과 비슷하지만 이야기의 얼개는 완전히 다른 리부트 작품이다.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물과 기름을 독차지해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악당에 맞서 떠돌이 주인공이 싸우는 내용이다. 세기말적 암울한 미래에 짐승처럼 살아남은 사람들의 처절한 싸움은 전작과 비슷한데, 악당이 물과 기름뿐 아니라 여성들까지 독차지한 점이 달라졌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주인..

음식남녀(블루레이)

음식은 누군가에게 기쁨일 수 있고 누군가에는 슬픔이나 잔인한 추억일 수 있다. 대만(Taiwan)의 이안(Ang Lee) 감독은 '음식남녀'(飮食男女, Eat Drink Man Woman, 1994년)에서 요리를 통해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인생을 그렸다. 호텔 주방장을 지내며 오래도록 요리를 한 주 선생(랑웅)은 매주 한 번씩 홀로 키운 세 딸들을 위해 성대한 저녁을 차린다. 그에게는 근사한 만찬을 준비하는 것이 나름 가족의 유대와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저녁 자리가 즐겁지는 않다. 의례히 치르는 통과의례처럼 세 딸과 아버지는 저녁자리에 함께 앉지만 그다지 많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버지가 한 상 가득 차린 음식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매주 한 번의 만찬을 고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