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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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는 스타일리시 무비의 전형을 보여준 작품이다.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옥상 결투 장면과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준 빗속 결투, '전함 포템킨'의 오뎃사 계단 학살을 연상케 하는 계단 살인사건 등에 쓰인 영상들은 한 편의 그림 같다. 이 감독이 그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영상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증거. 악역을 맡은 안성기의 변신과 느물 느물한 박중훈의 표정 연기도 좋았다.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형사들의 리얼 액션도 볼 만한, 드라마와 액션 두 가지를 모두 잡은 수작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SE 판 DVD는 레터박스로 나왔던 일반판과 달리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은 스크래치와 잡티가 보이지만 일반판보다 한결 나아졌다. 오히려..

투 가이즈

영화를 보다 보면 간혹 도대체 왜 만들었을까 싶은 작품이 있다. 만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재미도 없고 남는 것도 없으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박헌수 감독의 '투 가이즈'(2004년)도 그런 영화다. 제목부터 '투캅스'를 흉내 낸 듯한 이 작품은 잘 웃기는 남자 박중훈과 차태현 콤비를 내세운 버디물로 대리운전기사와 3류 건달이 우연히 주운 반도체 가방 때문에 국제범죄조직에 쫓기는 내용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넘어지고 쓰러지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두 배우의 익살에만 의존한다. 그렇지만 박중훈, 차태현의 코미디는 그동안 두 사람의 출연작에서 많이 봤던 이미지의 중첩이어서 씁쓸함을 자아낸다. 오히려 이 작품은 두 배우의 한계를 드러낸 듯해서 아니 출연한 것만 못하게 됐다. 1.85 대 1 애너모픽..

아는 여자 (SE)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 DVD 타이틀이 출시됐다. 여자들이 즐겨 쓸 듯한 수첩 모양을 닮은 패키지가 제법 예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영상은 무난한 편. 세방현상소에서 촬영 필름을 디지털 스캔한 뒤 색보정을 거치는 DI(디지털 인터미디어트) 작업을 거쳤다고 해서 화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일단 플리커링 외에 특별한 잡티는 없지만 색상이 극장에서 봤던 것보다 탁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평범한 수준. 요란한 소리가 울릴 만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서라운드 효과도 많지 않다. 2장으로 구성된 만큼 부록이 많다. 장진 감독, 정재영, 이나영의 재미있는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장진 감독이 진행하는 정재영과 이나영..

NFL 커티스 마틴 & 단테 컬페퍼

9월. 미국은 바야흐로 NFL(National Football League)의 계절이다. 풋볼 하면 우리는 축구를 떠올리지만 미국은 미식축구가 대세다. 구기 가운데 가장 격렬하고 박진감 넘쳐서 NFL에 흠뻑 빠졌다. 미국은 슈퍼볼이 열리는 날 대통령도 집무를 쉬고 온 국민이 일손을 놓은 채 경기에 몰두한다. 맥팔레인사에서 만드는 NFL 공식 피겨는 아주 정교하다. 선수들 팔뚝의 힘줄까지 보일 정도. 크기는 6인치여서 작은 편이지만 오히려 섬세한 맛이 있다. 컬페퍼가 스타로 떠오른 것은 2001년. 그러나 당시 프로 2년 차 쿼터백이었던 그는 준결승전에 해당하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뉴욕 자이언츠에게 져 슈퍼볼에 나가지 못했다. 쿼터백의 등번호는 1~19번. 지난해 컬페퍼는 등뼈 골절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