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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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인호&박보밴드 '왜 불러'

엄인호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블루스 음악인. 박보는 좀 특이하다. 1955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쉰이 넘었다. 데뷔 당시 이름은 히로세 유고. 일본에서 태어났고 어머니가 일본인이다. 아버지는 한국인.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박보로 개명하고 우리 노래를 즐겨 부른다. 국내에는 '도쿄 비빔밥' 밴드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부른 '왜 불러'는 참 맛깔스럽다. 사자후를 토하던 젊은 날의 송창식을 연상케 한다. 비록 발음은 약간 어색하지만 송창식 다음으로 이 노래의 맛을 제대로 살린 가수가 아닐까 싶다. 신촌블루스의 '앤솔로지'와 엄인호&박보밴드의 '레인보우 브릿지' 합본 CD에 수록됐다.

...ing

영상원 1기 졸업생 이언희 감독의 데뷔작 '...ing'(2003년)는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여고생과 엄마, 그리고 아래층 청년 사이에 벌어지는 안타까운 사랑을 담았다.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 다분히 소녀 취향의 멜로물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할 사건 없이 소소하게 흘러간다. 스토리는 그렇더라도 소녀가 죽는 이유나 인물들의 관계 설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옥탑방 고양이'로 뜬 김래원과 '장화, 홍련'의 임수정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말고 이렇다 하게 끌리는 것이 없는 작품.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투명하지 못하다. 필터를 사용한 색감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해 깨끗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잔잔한 편. 서라운..

손지연 '실화'

가수 손지연의 목소리는 단아하다. 마치 아마추어가 노래하듯 꾸밈이나 기교 없이 담백하게 노래한다. 그래서 더 호소력 있게 들린다. 그의 데뷔 앨범 가운데 가장 와닿는 곡은 자작곡에 기타까지 연주한 '실화'. 편안하고 단정한 현악 반주 위에 실린 노래가 더없이 자분자분 감정을 밟는다. 특히 가사를 눈으로 따라가며 들어보면 그의 편지나 일기장을 슬쩍 들쳐보는 것 같다. '호떡'같은 노래도 재미있고 좋은데, 내지르는 고음에서 약간 음이 흔들린다. 어찌 보면 그것도 그의 매력일 듯. 좋은 노래이고 좋은 가수이지만 방송을 얼마나 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많이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슈렉

녹색 괴물이 주인공인 기상천외한 애니메이션 '슈렉'(Shrek, 2001년). 앤드류 아담슨(Andrew Adamson)과 빅키 젠슨(Vicky Jenson)이 공동 감독한 이 작품은 기발한 패러디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해 디즈니 꼬집기였다. 디즈니에서 쫓겨나 드림웍스를 만든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는 한풀이하듯 이 작품에서 디즈니 작품들을 흠씬 두들겼다. 백설공주는 관짝에 실려 슈렉의 식탁에 올랐고, 피노키오는 헐 값에 팔리는 존재가 됐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는 서로 뺨을 때리며 싸우고 팅커벨은 병에 갇히니 이런 난리가 없다. 심지어 디즈니랜드마저 탐욕스러운 군주의 소굴로 전락해 조롱을 당했다. 어쨌거나 이 같은 디즈니 비틀기가 관객에게 먹혀 흥행에 크게 성공했..

데스티네이션2

데이비드 엘리스(David R. Ellis) 감독의 '데스티네이션 2'(Final Destination 2, 2003년)는 죽음을 다룬 영화다. 미친 살인마나 귀신의 소행이 아닌, 일상 속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느닷없는 죽음이다. 그래서 더 섬뜩하다. 원래 공포영화를 싫어해 기자 시사회 때 별로 보고 싶지 않았으나,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봤더니 아주 흥미진진했다. 공포 영화가 아닌 재앙 영화였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 즉 운명처럼 그렸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러나 미국 평론가들은 이번 작품의 1편의 신선한 소재를 그대로 답습했다며 혹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한 것은 재미있다는 증거. 다만 사람들을 덮치는 죽음의 과정이 다소 작위적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