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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블루레이)

울프팩 2022. 3. 19. 14:10

2003년 일본에서 발생한 쁘띠 엔젤 사건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해 7월 17일 발생한 이 사건은 29세 청년인 요시자토 코타로가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4명을 납치해 감금한 사건이었다.

 

범인 요시자토는 여고생들을 꼬셔서 원조 교제를 시키거나 입었던 속옷과 나체사진을 찍어 팔아먹는 일종의 성매매 알선책이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만든 쁘띠 엔젤이라는 성매매 조직이었다.

 

충격적인 쁘띠 엔젤 사건

이곳에 속한 여학생들은 친구 등 다른 여학생들을 꼬드겨 요시자토에게 연결시켜 주고 돈을 받았다.

즉 쁘띠 엔젤의 여학생들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했다.

 

여학생들은 다른 여학생 1명을 연결시켜줄 때마다 요시자토에게 3만 엔의 소개비를 받으며 성매매 공범이 됐다.

급기야 요시자토는 가출한 초등학교 여학생 4명을 감금했다가 가족들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며 수사가 시작되자 연탄불을 피워 놓고 자살했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사히 풀려난 초등학교 여학생들은 알고 보니 감금된 것이 아니라 다른 여고생들처럼 또래 여학생들을 요시자토에게 데려다주고 돈을 받는 공범이었다.

 

그렇게 요시자토에게 연결된 초등학교 소녀들은 포르노를 찍거나 원조 교제를 하는 등 아동 성범죄의 대상이 됐다.

그의 아파트에서는 1,000개 이상의 포르노 테이프와 2,000명 이상의 고객 명단이 발견됐다.

 

여기에 유명 정치인, 관료, 연예인, 판검사, 기업인, 의사, 교수 등 알만한 사람들이 숱하게 포함돼 있었다.

이후 사건이 서둘러 종결되면서 오히려 더 큰 의혹을 낳았다.

 

무려 35억 엔이라는 거금을 갖고 있던 범인 요시자토가 급히 자살한 것도 석연치 않았고 경찰이 고객 명단을 계속 수사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평소 요시자토의 뒤를 봐주던 야쿠자 조직이 누군가의 사주 또는 더 큰 배경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아 정리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잔혹 무비

소설가 후카마치 아키오는 당시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쁘띠 엔젤 사건과 1990년대 발생한 하치오지 슈퍼의 총기 살인 사건 등 두 사건을 토대로 '끝없는 갈증'이라는 소설을 썼다.

이를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갈증'(渇き, 2014년)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었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전직 형사 출신 아키카주(야쿠쇼 코지)가 이혼한 전처로부터 여고생인 딸 카나코(고마츠 나나)가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는 딸을 찾는 과정에서 뜻밖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착하고 공부 잘하며 아이들에게 인기 많았던 카나코는 알고 보니 마약 거래의 주범이었고 친구들을 협박해 성매매를 시킨 사악한 존재였다.

결국 아키카주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딸을 죽여 사건을 종결하기 위해 딸을 찾아 나선다.

 

테츠야 감독은 '고백'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불량공주 모모코' 등 다소 충격적이며 특이한 소재의 범상치 않은 작품들을 주로 만들었다.

그의 전작들에서 미뤄 짐작하듯 이 작품 역시 평범하지 않다.

 

무엇보다 사악한 스토리 못지않게 폭력 묘사가 잔혹하다.

소설을 읽었을 때 상상하는 것을 뛰어넘는 극단적인 폭력을 통해 시종일관 화면에 피가 철철 넘쳐흐른다.

 

그러면서도 폭력적 영상과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음악들이 흐르면서 언밸런스한 서정미를 더한다.

여기에 야쿠쇼 코지도 '쉘 위 댄스' '실낙원' '우나기' '게이샤의 추억' 등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파괴적 캐릭터로 변신해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순진무구한 아이들이라는 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작품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성선설에 대한 회의와 함께 과연 사람은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 존재인지 의문이 든다.

 

소재 자체도 충격이지만 배우들의 파격적인 연기와 테츠야 감독의 폭력적 영상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그만큼 논란의 여지가 많은 영화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강렬한 색감이 잔혹 영상을 부각한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를 잘 살렸다.

채널 분리가 우수해 소리의 현장감이 살아 있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고마츠 나나의 인터뷰, 원작자 후카마치 아키오 인터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작자 후카마치 아키오는 쁘띠 엔젤 사건과 함께 1990년대 하치오지 슈퍼마켓에서 총으로 여성 3명을 죽이고 달아난 미제 사건도 참고로 원작 소설 '끝없는 갈증'을 썼다.
원작자 후카마치 아키오는 처음에 테츠야 감독이 내정된 것을 보고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흐를까봐 걱정했다. 그러나 테츠야 감독이 각색한 시나리오가 군더더기 없이 완성된 것을 보고 안심했다.
테츠야 감독은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를 의식한 듯 만화처럼 글자와 아이콘을 집어넣는 등 다채롭게 영상을 꾸몄다.
테츠야 감독은 메이지 대학 졸업 후 CF 감독을 했다.
원작 소설은 일본에서 미스테리 소설상을 받으며 47만부 이상 팔렸다.
과격한 캐릭터를 연기한 야쿠쇼 코지. 그는 이 작품으로 2014년 시체스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소설에서 아키히로였던 주인공의 이름이 영화에서 아키카즈로 바뀌는 등 일부 이름이 변경됐다.
우리에게 낯익은 오다기리 죠가 비열한 형사 아이카와로 나오고, '곡성'에 출연한 쿠니무라 준은 츠지무라 역을 맡았다.
딸 카나코를 연기한 고마츠 나나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출연 당시 고교생이었던 그는 모델로 데뷔했다가 이 작품으로 처음 영화에 출연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으로 일본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나카타니 미키가 카나코의 담임으로 등장. 설산 장면은 니가타현의 우오누마에서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