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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오브 쓰시마(PS4)

울프팩 2020. 8. 16. 00:50

오랜만에 칭찬할 만한 게임이 나왔다.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4(PS4)용으로 출시된 '고스트 오브 쓰시마'(Ghost of Tsushima)다.

 

써커펀치에서 만든 이 게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1274년 몽고군이 일본 정벌을 위해 대마도, 즉 쓰시마에 상륙하면서 벌어지는 싸움을 다뤘다.

역사적으로 당시 몽고군의 전력이 우세했지만 때마침 불어닥친 태풍 때문에 몽고군 함대는 일본 본토에 상륙하지 못하고 수장됐다.

그때 일을 기려서 일본은 그 태풍을 신의 바람, 즉 신풍(神風)이라는 뜻의 카미카제라고 부른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함대를 향해 비행기 충돌을 감행한 일본군의 자살특공대인 카미카제 특공대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게임은 쓰시마에 상륙한 몽고군에 맞서는 사무라이 진을 주인공으로 한 오픈월드 액션 게임이다.

성장 요소도 잘 구성돼 있다. 적을 무찌르면서 커리어를 쌓으면 각종 검법 자세와 기교 등을 하나씩 익혀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다.

오픈월드 액션 게임인 만큼 자유도는 상당하다.

드넓은 쓰시마섬을 돌아다니며 각종 임무를 수행하고 몽고군을 무찌르면 된다.

 

이 게임에서 압권은 경치다.

실제로 쓰시마섬이 저럴까 싶을 만큼 신록이 우거진 들판부터 바람에 억새가 나부끼는 초원, 붉은 단풍잎이 꽃처럼 흩날리는 호숫가, 흰 눈이 가득 쌓인 고원 등 4계절의 그림 같은 풍광들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4계절의 변화를 공간에 따라 잘 담아냈다.

따라서 여기저기 쏘다녀도 질리지 않을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여기에 사무라이가 주인공이어서 칼을 주 무기로 한 액션 또한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칼을 쥔 사무라이의 4가지 자세다.

창을 든 창병과 방패병, 칼을 쥔 검병 및 덩치 큰 거한 등 적의 상태에 따라 칼의 자세를 변경하며 싸워야 한다.

그에 따라 각기 다른 액션이 발동하는데 이 재미가 또한 쏠쏠하다.

키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자세를 바꾸는 게 귀찮을 수 있지만 똑같은 액션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사무라이들의 결투처럼 일 대 일 대결을 펼칠 수 있는 모드도 있다.

적과 정면 승부를 선택하면 일촉즉발의 순간에 타이밍을 잘 맞춰 키를 누르면 적을 일격에 쓰러트릴 수 있다.

탈 것으로 말이 등장하는데 언제 어디서나 소환할 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타이밍을 맞추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여기에 공력을 쌓으면 적이 꼼짝 못 하는 사이에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쓰러트리는 특수 액션을 발동할 수  있는데 이 장면 또한 영화처럼 화려하다.

 

아울러 이 게임은 두 가지 액션 형태를 즐길 수 있다.

칼을 빼들고 정면으로 대결하는 사무라이 모드와 어쌔신 크리드처럼 소리 없이 다가가 적을 암살하는 고스트 모드다.

캐릭터를 다양하게 꾸밀 수 있어 인물의 변화를 계속 꾀할 수 있다.

게임에서는 고스트 모드를 사무라이답지 않은 방법이라며 주인공을 비난하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주인공은 백성을 위해서라면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암살자의 방법을 사용한다.

 

어찌 보면 이런 부분은 닌자와 닮았다.

실제로 게임 속에서 주인공은 닌자처럼 갈퀴를 던져 높은 곳을 기어오르고 쿠나이라는 표창을 날린다.

 

이런 점이 '어쌔신 크리드'(ASSASSIN'S CREED)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사무라이 액션 등은 어쌔신 크리드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만큼 액션과 게임성이 훌륭하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감탄이 절로 나온다.

더불어 특이하게도 흑백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별도 모드가 있다.

일본의 1960년대 사무라이 영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제작진이 일본 문화에 상당히 경도된 느낌이다.

줄거리나 게임성, 액션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을 만큼 아주 훌륭하게 잘 만든 게임이다.

서브미션이나 숨겨진 장소를 찾아내면 갑옷, 무기 등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가장 큰 단점을 꼽는다면 왜색 문화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시대 배경과 주인공이 그렇다 보니 이 점은 어쩔 수 없다.

 

여기에 소소한 단점이라면 칼로 종이문이나 다른 기물을 부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만 보강이 됐다면 좀 더 현실감 있는 게임이 됐을 것이다.

벌써부터 후속편이 기대되는 게임이다.

비록 우리 입장에서 왜색 문화가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게임을 재미있게 잘 만들고 그래픽도 훌륭해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워낙 대박을 친 게임이어서 후속작이 나올 것 같은데, 어쌔신 크리드처럼 시대 배경과 공간을 달리하며 사무라이가 주인공인 후속작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