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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광해, 왕이 된 남자 (블루레이)

울프팩 2013. 5. 20. 22:59

추창민 감독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가 돋보이는 점은 영리하게도 역사적 빈틈을 파고 들어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중에서 재위 기간 15일이 비어 있는 점에 착안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내용은 끊임없이 암살을 의심했던 광해군이 자신과 똑닮은 가짜를 내세워 위기를 모면하는 줄거리다.
쌍둥이처럼 닮은 가짜를 내세워 암살 위험을 피하거나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카게무샤'(http://wolfpack.tistory.com/entry/카게무샤) 등에서 일찍이 써먹었던 방법이어서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제작진은 이를 자잘한 에피소드와 우리식 웃음으로 채워넣어 차별화를 꾀했다.
그렇다보니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앞서는 가짜 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몇몇 장치들은 일부러 눈물을 짜내려 드는 듯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대신 일부 인물과 당쟁의 큰 흐름만 가져왔을 뿐 역사적 사실은 과감히 무시했다.
왕의 대역을 한 광대 하선이나 기미나인 사월이는 물론이고, 폐비 윤씨와의 로맨스 등은 당연히 허구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지난해 이 영화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1,000만 관객을 넘었다는 점과 대종상에서 무려 15개 부문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김기덕의 '피에타', 민규동 감독의 '내 아내의 모든 것', '범죄와의 전쟁', '은교' 등 쟁쟁한 작품을 누르고 작품상부터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무려 15개상을 받아 '광해상'이라는 놀림까지 받았다.

여기에 1,000만 관객을 채우기 위한 배급사 CJ의 지나친 마케팅과 과도한 스크린 점유까지 겹쳐 더욱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영화 외적인 요소로 지나치게 폄하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다.

나름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성도 설득력있고 재미있으며, 배우 이병헌의 훌륭한 1인2역 연기와 영상 또한 눈여겨 볼 만 하다.
특히 은은한 촛불 효과를 살린 조명과 촬영, 웅장하면서도 외로운 궁궐 분위기를 살린 미술은 충분히 상을 받을 만 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부터 블루레이로 나오면 볼 만 할 것이란 기대를 했다.
(http://wolfpack.tistory.com/entry/광해-왕이-된-남자)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괜찮은 화질로 기대에 부합한다.

은은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부드러운 조명을 잘 살렸고, 상대적으로 진홍색 곤룡포 등 색감은 선명하게 부각된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전체적으로 넓게 퍼지는 소리를 들려주며, 부밍이 일 정도로 저음의 울림이 좋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촬영 및 미술, 삭제장면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지붕 위에 눈이 쌓인 풍경은 종묘에서 촬영. 실제 공간이 좁아 넓게 만든 영상이다.
조선 15대 왕 광해군은 "숨겨야 할 일을 기록하지 말라"고 지시해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에 보름치 분량이 비어 있다. 촬영은 2대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
뜰 앞에 엎드린 수 많은 유생들은 컴퓨터작업으로 숫자를 늘렸다. 원래 이 작품은 강우석 감독이 맡기로 했으나 투자사와 문제 때문에 추 감독으로 바뀌었다.
1인2역을 훌륭하게 연기한 이병헌. 촬영은 '아저씨'의 촬영을 맡았던 이태윤 촬영 감독이 담당. 이병헌은 사극을 처음했다.
광해군은 16년간 왕세자로 있으면서 왕권 수업을 착실히 닦은 준비된 왕이란 평가다. 선조의 둘째 아들이었던 그는 형을 제치고 세자가 될 만큼 총명했고 학문에 열심이었으며, 임진왜란 때 선조와 함께 조정을 둘로 나누어 험한 산간을 누빈 국란극복의 공이 있었다.
전신에 침을 꽂고 누워 있는 모습은 인형이다. 실제 광해군은 울열증을 앓아 침을 많이 맞았다. 어려서부터 몸에 열이 많던 그는 열이 쌓여 속이 괴로운 화증이 됐고, 눈에 이상을 주는 울열증 때문에 안질이 잦았다.
변소가 없던 궁중에 왕의 변기였던 매화틀을 이용하는 장면을 재미있게 묘사했다. 궁궐 실내 장면은 부안에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웅장하면서도 외로운 느낌이 드는 궁궐을 잘 살린 세트. 광해군은 선혜청을 설치해 토지 보유량에 따라 과세하는 대동법을 실시했고, 명이 후금과 싸울 때 지원군을 파견하긴 했으나 강홍립에게 일부러 패해 후금을 자극하지 않도록 지시해 실리적인 양면 외교를 폈다.
또 임란 이후 끊어졌던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해 대일 외교를 재개했고, 일본으로부터 담배를 들여 왔다. 이 시절 허균이 '홍길동전'을 지었고 허준의 '동의보감'도 나왔다.
하지만 영창대군을 죽였고 그의 어머니인 인목대비를 폐비하는 바람에 인조반정으로 폐위됐다. 인조반정은 지방에서 일어난 은상살인사건을 취조하는 과정에서 대북파가 서인과 남인들을 몰아내려고 배후에 영창대군과 인목대비가 있다고 꾸며, 두 사람을 몰아낸 것이 계기가 됐다.
남원 광한루에서 촬영한 장면. 중전인 폐비 윤씨 역할은 한효주가 연기.
희미한 조명 아래 어둡게 펼쳐진 공간이 왕의 고독과 불안을 나타낸다. 서인들은 어머니를 폐하고 동생인 영창대군을 죽인 패륜과 명의 은혜를 저버렸다는 사대를 이유로 인조 반정을 일으켜 광해군을 쫓아냈다. 광해군은 제주로 유배돼 18년을 살았다.
광해군에게는 총애하는 여인이 있었다. 바로 궁녀 출신 김개시라는 여인이다. 개시라는 이름은 끼일 개(介), 똥 시(屎), 즉 개똥이라는 뜻이다. 즉, 천민 출신이었던 그는 못생겼으나 총명했고, 어려서부터 광해를 돌 본 덕에 나중에 상궁으로 뽑혔다.
문제는 김개시가 권력에 물든 뒤 매관매직을 하고 중전인 폐비 윤씨를 심하게 투기했다는 점이다. 결국 인조반정 때 김개시는 반정군에게 참살당했다.
안동포구에서 촬영한 장면. 광해군은 폐위되고도 67세까지 살았는데, 이는 당시 허준도 인정한 최고의 침의 허임이 베푼 침술 덕이라고 한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광해(초회 한정판) : 블루레이
이병헌 출연/김인권 출연/류승룡 출연/한효주 출연
광해(초회한정판)
추창민 감독/이병헌 출연/김인권 출연/류승룡 출연/한효주 출연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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