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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 (블루레이)

울프팩 2013. 2. 24. 17:25

미국의 그림책 작가 모리스 센닥이 아이들을 위해 펴낸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처음 출간됐을 때 냉대를 받았다.
말썽꾸러기 주인공이 부모의 말을 거역해 반항하며 이상한 괴물들과 어울리는 어둡고 칙칙한 내용이 동화답지 않다고 봤기 때문.

그래서 미국 도서관들은 이 책을 갖다 놓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의 진가는 오히려 아이들이 먼저 알아보고, 아이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책이 됐다.

아이들이 이 책을 좋아한 비결은 센닥의 접근법에 있다.
그는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책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어렸을 때 기억을 더듬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고민을 다뤘다.

즉, 아이들의 심경을 누구보다 가장 잘 헤아린 책을 낸 것이다.
이 작품이 기존 판타지나 동화와 다른 생경함을 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어른들의 눈높이가 아닌 아이들의 관점을 다뤘기 때문에, 이미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 입장에서는 낯설고 이상할 수 밖에 없다.
원작의 이 같은 분위기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Things Are, 2009년)에 고스란히 옮겨갔다.

늑대 옷을 입은 소년 맥스나 커다란 머리의 괴물들과 그들이 사는 황량한 사막과 숲을 그대로 살렸다.
이를 위해 존즈 감독은 원작을 쓰고 그림을 그린 센닥과 긴밀히 의논했다.

차이가 있다면 정지된 동화의 세계가 움직이는 영상으로 변신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과 또다른 분위기가 있다.

바로 묘한 슬픔이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는 아이의 외로움과 슬픔, 여럿 속에 섞여 있어도 그들과 다른데서 오는 고독과 적막감, 괴물들과의 우정과 이별 등이 아련한 음악, 황량한 풍경과 함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어쩌면 주인공 맥스를 통해 지금은 기억조차 아스라한 어린 시절의 단면을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점이 낯설고 기괴하며 어색하기만한 이 작품을 무조건 내치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석양에 물드는 바닷가, 황갈색 사막 등의 색감이 아련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주며, 저음이 부드럽다.
부록으로 단편영화, 제작과정, 인물캐스팅에 얽힌 인터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모리스 센닥의 원작 그림책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소년 맥스가 이상한 나라의 괴물들과 어울리는 내용을 담았다.
원작 동화는 소년 맥스가 말썽을 부려 저녁을 굶은 채 방에 갇힌 뒤, 소년의 방이 점차 이상한 숲으로 변하면서 배를 타고 가 괴물들을 만나는 내용이 특이한 그림과 함께 전개된다.
재미있는 것은 원작 그림책의 경우 현실 속 맥스의 이야기는 그림에 여백이 많은 반면, 괴물들의 세계는 여백없이 그림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반면 영화에서는 이 같은 시각적 변화는 없다. 또 맥스가 괴물들을 만나러 가는 과정도 그림책처럼 공간의 변화가 아닌 맥스가 집을 뛰쳐나가 실제로 먼 세계로 배를 타고 나가는 것처럼 묘사됐다.
포레스트 휘트테이커, 캐서린 키너, 로렌 앰브로스, 제임스 갠돌피니, 캐서린 오하라 등이 괴물들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캐릭터들의 표정과 움직임은 애니매트로닉스 기법을 이용해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한 뒤 컴퓨터로 구현했고, 일부 장면에선 대역 배우들이 탈을 쓰고 촬영했다.
맥스 역의 맥스 레코즈는 수 많은 오디션 끝에 선발됐다.
아이들 동화답지 않게 황갈색의 우울한 서정이 영화 전반을 지배하며 아련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원작자인 센닥은 괴물들의 이름을 그의 친척들에게서 따왔다. 카렌 O가 맡은 음악들도 좋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저/강무홍 역
괴물들이 사는 나라 : 블루레이
스파이크 존즈 감독/포레스트 휘태커 주연/폴 다노 주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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