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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끝까지 간다 (블루레이)

울프팩 2014. 12. 20. 12:05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2013년)는 신나는 액션게임 같은 영화다.

이 영화는 아무때나 시작해도 간단한 조작만으로 즐길 수 있는 액션게임처럼 이야기의 전후맥락을 거두절미하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집중했다.

 

내용은 어느날 우연히 교통사고를 낸 뒤 시체를 감춘 형사가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협박 당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일이 꼬여도 너무 꼬인 주인공의 상황이 긴장감 넘치는 순간들을 만들어 내며 이를 통해 보는 사람의 아드레날린이 솟게 만든다.

 

그렇다보니 영화는 시종일관 이선균이 맡고 있는 형사 위주로 흘러간다.

주변 동료 형사들은 거의 곁가지 수준이며, 주인공을 압박하는 악당 조차도 캐릭터 설명이 불충분하다.

 

이처럼 지나치게 주인공에만 집중하면 영화가 속도감있게 흘러 갈 수는 있지만 상투적 묘사로 일관할 수 밖에 없다.

초반 형사가 음주운전을 거부하는 설정이나 악당이 대비책을 세워 놓지 않은 부분들을 보면 자연스런 느낌보다 이야기 진행을 위해 꿰어맞춘 듯한 억지스런 요소가 강하다.

 

그렇다 보니 설득력과 개연성이 떨어진다.

특히 블루레이에 실린 잘려 나간 장면들을 보면 악당의 성격을 명확히 묘사하는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은데 모두 삭제돼 아쉽다.

 

감독 입장에서는 속도감을 살리기 위해 잘라 낸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살리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블랙코미디 요소가 가미된 액션을 통해 관객을 즐겁게 하는 철저한 오락 영화로, 리얼리티를 따지지 않는다면 볼 만 한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깔끔한 영상을 보여준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부록으로 감독과 이선균 조진웅 신정근 정만식 신동미가 참여하는 음성해설, 제작과정, 삭제장면, 액션장면 촬영, 칸영화제 풍경, VIP 시사회 장면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김 감독은 2008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귀향'을 보다가 극 중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여인이 시체를 유기하는 장면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려 이 작품을 만들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며 14자리의 주민등록번호를 대는 장면은 감독의 경험담이란다. 

김 감독은 원래 휴대폰 벨소리로 '태양은 가득히'에 니노 로타 음악을 쓰고 싶었으나 저작권료 때문에 공짜인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을 사용했다. 

악역을 맡은 조진웅. 그는 영화 '명량' 촬영 때문에 머리를 밀어서 가발을 쓰고 촬영했다. 신정근 정만식 김동영 등이 맡은 형사들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화장실 변기에 머리를 처박는 장면은 새 변기에 생수를 받아 놓고 촬영. 

금호동 재건축지역에서 촬영한 장면들. 대부분 빈 집이어서 고함치는 장면을 민폐없이 촬영했다. 

제 6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은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무덤까지 간다'였다. 

블랙코미디적 요소로 집어넣은 장면들도 그다지 웃기지 않고 실소를 자아낸다. "미행을 그렇게 못해서 어떡하나, 형사가."라는 대사는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송강호의 대사 "형사가 싸움을 그렇게 못해서 어떻게 하나"라는 대사를 흉내냈다. 

김 감독은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흥행에 실패한 뒤 7년 만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 

아파트 창을 건너 뛰는 장면은 이선균이 실제로 와이어에 매달려 19층 아파트에서 촬영.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끝까지 간다
끝까지 간다(싸인판)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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