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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나를 찾아줘 (블루레이)

울프팩 2017. 7. 31. 18:18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년)는 사라진 아내의 실종을 다룬 미스터리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한 여인의 욕망과 결혼생활의 갈등을 다룬 심리극이다.
내용은 어느 날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감쪽같이 사라진 아내를 찾는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 실종이 아니라 살인사건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속속 발견된다.
발견된 정황들은 모두 남편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때부터 남편과 아내의 실종에 관련된 미스터리들은 졸지에 살인극으로 치닫는다.
과연 아내는 어디로 사라졌으며, 남편이 정말 아내를 죽였는지 풀어가는 과정은 한편의 스릴러이면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남녀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정치(精緻)한 드라마 연출이다.
이야기의 기본 뼈대는 길리언 플린이 쓴 원작 소설이 탄탄한 만큼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를 설득력 있는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일은 전적으로 감독의 연출력에 달려 있다.
핀처 감독은 미스터리 형국으로 진행되는 전반부를 통해 관객의 의혹을 증폭시키고 후반부에 사라진 여인을 등장시켜 사건의 근원적 문제를 짚는다.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며 무서운 드라마로 치닫는다.
이 과정이 정교하게 짜인 그물처럼 서로 맞물려 어색하지 않고 깊게 빠져들게 만든다.

 

예를 들어 남편을 살인범으로 의심할 만한 증거들이 발견되는 과정을 사라진 여인의 기억을 복기하는 지점에 배치해 자연스럽게 앞뒤 과정을 추론하게 만든 점이 그렇다.

보통 스릴러들은 사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증거 발견 장면 등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핀처 감독은 굳이 그러지 않고 시간보다는 인과 관계에 따른 배열을 원칙으로 했다.

 

경우에 따라서 이런 편집이 정교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오히려 관객을 헷갈리게 만들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핀처 감독은 장면 배열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내, 남자를 향한 동정이나 여인을 향한 분노 등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아마도 핀처 감독은 촬영 전에 사전 준비를 그만큼 철저하게 하고 필요한 연기를 배우들에게 정확하게 요구한 게 아닐까 싶다.

사실 핀처 감독은 '세븐' '조디악' '패닉룸' 등 전작들에서 미뤄 알 수 있듯 스릴러에 강하다.

 

그가 만든 스릴러들은 사건 해결을 위한 범인 잡기보다 사건과 관련 인물들의 인과관계를 풀어 가는데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사람이고 종착점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

 

이 작품도 그렇다.
극 중 남녀 주인공의 연애부터 결혼, 그리고 실종에 이르는 과정은 이들의 연애감정의 변천사다.

 

여기에는 두 사람의 자라온 환경과 처지, 그리고 장래에 대한 설계와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결코 풀어내기 간단치 않은 얘기다.
핀처 감독은 이를 스릴러의 형식을 빌려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더불어 이야기의 핵심인 여주인공 에이미를 맡은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 또한 훌륭했다.
그는 아름다운 외모 못지않게 에이미의 성격 변화를 제대로 묘사했다.

 

파이크의 연기가 핀처 감독의 연출 못지않게 관객이 몰두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드라마에 강한 감독의 연출과 여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결합해 흡입력 강한 드라마를 만들었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어두운 장면이 많은데 결코 디테일이 묻히지 않고 잘 살아 있으며 윤곽선도 깔끔하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영화 특성상 서라운드 효과가 요란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리어를 적절히 활용해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핀처 감독의 음성해설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밀가루가 눈처럼 휘날리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유니버셜스튜디오에서 촬영.

극 중 여주인공이 쓴 에이미 시리즈 작품들. 원작을 쓴 길리언 플린이 각본도 썼다.

감독은 이 작품을 섬광현상이 없는 구형 렌즈로 촬영. 특히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기 위해 라이카렌즈를 사용했다.

감독은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벤 애플렉이 로자먼드 파이크를 벽에 부딪치게 만드는 장면을 18번 촬영했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18번째 부딪치는 순간 별을 봤다고 한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로자먼드 파이크. 원래 감독은 캐롤린 베셋을 염두에 뒀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투 다이 포'에 나온 니컬 키드먼,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 연기를 참고했다. 모텔 장면은 일리노이의 자이언트 시티에서 촬영.

마을 장면은 미시시피의 작은 마을인 케이프 지라도에서 촬영.

LA 고속도로 옆 노먼디가에 있는 카지노를 촬영해 매트 페인팅으로 배 부분을 붙였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체중을 5.5kg 불린 뒤 뚱뚱해 보이는 옷을 덧입고 촬영.

리즈 위더스푼, 나탈리 포트만, 샤를리즈 테론, 제시카 채스테인 등도 여주인공 역으로 물망에 올랐다.

벤 애플렉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역에 브래드 피트도 고려됐다.

로자먼드 파이크는 극 중에서 긴 금발머리 가발을 썼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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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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