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네버 엔딩 스토리'(The NeverEnding Story, 1984년) 제작을 위해 만난 볼프강 페터젠(Wolfgang Petersen) 감독과 원작자인 소설가 미하엘 엔데(Michael Ende)는 처음부터 맞지 않았다.
'특전 유보트'로 대박을 친 페터젠 감독은 할리우드 스타일의 대작 영화를 꿈꿨다.
반면 미하엘 엔데는 원작 소설의 구성을 그대로 지키기를 원했다.
순수함을 잃은 어른들 때문에 사라져 가는 상상과 꿈의 세계를 아이들의 동심으로 회복하는 원작의 정신이 바뀌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자와 페터젠 감독은 방대한 원작에서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국제적으로 통할 만한 블록버스터급의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있어야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페테전 감독과 엔데는 크게 싸워 영화가 제작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엔데는 자신의 뜻과 다른 영화를 용납하지 못해 법원에 상영 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해 개봉했지만 엔데는 영화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페터젠 감독은 원작자인 엔데가 영화와 책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불만스럽게 생각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때문인지 영화는 여러 가지로 엉성하고 아쉬운 작품이 돼버렸다.
내용은 허무가 집어삼키려는 판타지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소년 전사 아트레이유(노아 해서웨이 Noah Hathaway)의 모험을 다뤘다.
영화는 바스티안(바렛 올리버 Barret Oliver)이 우연히 구한 책 속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이야기 속 이야기의 액자식 구성을 따랐다.
페테전 감독은 원작 소설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기이한 캐릭터들과 세트를 모두 만들었다.
몸길이가 15미터를 넘어가는 용, 25명이 달라붙어 조종해야 하는 바위 인간, 말을 집어삼키는 늪지대와 거대한 거북, 길목을 지키는 스핑크스 등을 직접 만들어 촬영했다.
요즘처럼 컴퓨터 그래픽이 발달하지 않은 1980년대에 만든 영화이니 직접 만드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여기에 유압 펌프로 움직이는 무대 장치를 만들어 90도로 뒤집으며 바람에 아트레이유에 몸이 날리는 장면을 찍고, 천천히 내려가는 승강 장치에 말을 올려놓고 늪에 가라앉는 장면을 찍는 등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요즘 시각이 아닌 당시 관점으로 보면 꽤 그럴듯한 볼거리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셈이다.
하지만 영화가 그렇게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것은 이야기의 부실함 때문이다.
원작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덜어내고 볼거리에 집중하는 바람에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판타지아 세계나 소년 전사 아트레이유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 각종 캐릭터에 대한 설명 등이 모두 부재하다.
각 캐릭터들은 갑자기 등장하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 존재인지를 알 수 있는 인과관계 장치들이 하나도 없는 채 각각 따로 논다.
그 바람에 엔데의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며 난해한 작품이 돼버렸다.
그래도 건진 게 하나 있다면 1980년대 유명한 팝 음악 작곡가였던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가 만든 주제가 'Never Ending Story'다.
팝 밴드 카자구구의 리드 싱어였던 리말(Limahl)이 부른 이 노래는 사실 유럽에서 상영한 오리지널 독일판 영화에는 없다.
페터젠 감독이 국제적으로 히트하려면 대중적 느낌의 노래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모로더에게 의뢰해 미국 등 해외판에만 유명한 주제가를 삽입했다.
이 노래는 빌보드 차트에도 오르면서 당시 국내 FM에서도 많이 틀어 영화와 별개로 인기를 끌었다.
그나마 페터젠 감독이 판단을 잘한 부분이다.
페터젠 감독은 이 작품 이후 완전히 할리우드 대중 영화감독으로 돌아서 '사선에서' '아웃 브레이크' '에어포스 원' '퍼펙트 스톰' '트로이' '포세이돈' 등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었다.
국내에는 개봉 30주년 기념판이 블루레이로 출시됐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과 비교하면 떨어지지만 옛날 영화 치고는 무난한 화질이다.
오래된 작품이어서 필름 입자감이 두드러지며 윤곽선이 두텁고 약간 퍼져 보이지만 잡티나 스크래치 등 필름 손상 흔적은 없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천둥소리 등 각종 효과음이 리어 채널을 적절하게 울린다.
부록으로 페터젠 감독의 해설, 제작과정과 제작 배경, 디지털 복원작업 설명 및 촬영 일지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이 가운데 디지털 복원작업을 설명한 부록은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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