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페인 감독의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 2006년)는 아주 놀랍고도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다.
국내의 경우 극장에서는 개봉하지 않고 DVD로만 출시됐는데, 우리도 모르는새 등장했다가 소리 소문없이 사라져버린 전기자동차의 비밀과 여기 얽힌 자동차 업계의 음모를 보여준다.

# 100년 전에 등장한 전기차 ##
전기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놀랍게도 1835년, 네델란드의 크리스트 파벡카가 처음 만들었다.
실제로 1900년대 초반에는 전기자동차가 휘발유차보다 더 많았다.
그러나 휘발유차의 대량 생산과 싼 가격에 밀려 전기자동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100년 가까이 지난 1996년 미국 3대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제네럴 모터스(GM)는 EV1이라는 전기자동차를 만든다.
GM이 전기차를 만든 이유는 당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날로 늘어나는 공해를 견디다못해 '배기가스 제로 법'이라는 것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배기가스 제로법은 자동차 업체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를 팔려면 전체 판매량의 일정 부분(10~20%)은 배기 가스가 나오지 않는 전기차를 판매하도록 강제한 법이다.
어쩔 수 없이 GM은 EV1을 만들었고 톰 행크스, 멜 깁슨 등 유명 스타들을 비롯해 일부 이용자들에게 장기 리스를 했다.

## 놀라운 성능을 보인 전기차 ##
그런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4시간 정도면 완전 충전되는 EV1은 배기 가스는 물론이고 소음도 없이 시속 130km의 속도로 거리를 내달렸다.
1회 충전이면 16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충전소만 충분하면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

GM도 놀랐다.
이용자들의 입소문 덕분에 EV1 신청자들이 쇄도하면서 휘발유차의 판매가 위협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자동차 업계, 석유업계, 자동차 부품 업계는 전기차에 위기 의식을 느꼈고 황당한 결과를 내놓았다.
전기차를 죽이기로 한 것.

## 자동차 업계의 음모 ##
GM은 전기차가 배터리에 문제가 많고 비용이 비싸다는 등 억지로 문제점을 퍼뜨렸고, 온갖 로비를 통해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압박을 가해 공청회를 가진 뒤 결국 2003년에 '배기가스 제로법'을 철폐시켰다.
법이 사라지자 GM은 EV1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관련 직원들을 해고한 뒤, EV1을 소리 소문없이 회수했다.

EV1에 너무나 만족했던 이용자들은 온갖 항의와 시위로 회수를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회수된 EV1 200여대는 사막 한 가운데서 모두 폐차 처리됐다.
그렇게 공해도 없고 소음도 없고, 엔진오일이나 부속품을 바꿀 필요도 없는 전기자동차는 조용히 사라져갔다.

GM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기차의 배터리를 개발했던 옵신스키의 회사마저 적대적 M&A로 인수한 뒤 석유회사에 팔아버렸다.
이유는 당시 옵신스키가 한 번 충전에 500km를 달리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했기 때문.
GM은 이를 숨기고 전기차용 배터리가 100km 정도밖에 못달린다고 선전했다.

## GM은 그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다 ##
치솟는 기름값과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 오염 때문에 요즘 전기자동차의 필요성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만약 GM이 전기자동차를 계속 생산해 팔았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오늘처럼 구제금융을 받지못하면 파산으로 내몰리는 처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혼다, 도요타의 전기차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보였던 EV1을 통해 GM은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미래를 주도했을 수 있다.
당장 눈 앞에 이익에만 매달린 GM의 탐욕이 전기자동차 뿐 아니라 GM 자신의 목을 조른 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평범하다.
일부 장면의 경우 샤프니스도 떨어지고 색도 번지는 등 화질 편차가 있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는 거의 없다.
부록으로 10분 가량의 삭제장면과 전기차에 관한 배경 지식 등을 소개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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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이 1996년 개발한 전기차 EV1. 배기가스, 소음이 전혀없이 시속 130km로 달렸다. 휘발유차의 경우 개솔린 1갤런당 10kg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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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특징은 내연 기관이 아닌 전기 모터로 달리기 때문에 오일필터, 엔진오일 등을 교환할 필요가 없다. 이는 정유업계 및 자동차 부품, 수리점과 판매점에게도 위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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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와 더불어 EV1 사용자였던 멜 깁슨. 그는 인터뷰를 통해 EV1을 몰았던 놀라운 경험에 대해 소개하며 전기차가 사라진 것을 너무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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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충전 방식. 저렇게 플러그를 꽂은 뒤 4시간이면 완전 충전된다. 이용자들은 퇴근 후 플러그를 꽂은 뒤 자고 일어나 EV1을 몰고 다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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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벽에 설치된 충전기는 소형으로, 액자 정도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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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 차례로 EV1을 폐차하다가 마지막 남은 78대의 EV1을 2005년 사막 한가운데서 조용히 폐차시켰다. GM은 외부인의 폐차장 접근을 막아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공중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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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한 옵신스키와 그의 부인. 옵신스키는 한 번 충전에 500km를 달리는 배터리를 발명했다가 회사가 GM에 적대적 인수된 뒤 석유회사에 매각됐다. 옵신스키는 다시 투자를 받아 태양열 발전설비 등 친환경 에너지 시설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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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주 정보의 배기가스 제로법(제로 에미션)에 따라 설치됐던 전기차용 충전시설. 전기차는 대량 생산했다면 가격이 충분히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GM을 비롯해 전기차를 판매했던 혼다, 도요타 등 자동차 업계는 일부러 대량 생산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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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이용자들이 GM에 몰려가 EV1의 폐차 반대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자동차, 석유업계, 미국 정부와 더불어 소비자 또한 전기차를 죽이는데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큰 차를 좋아한 미국 소비자의 성향과 전기차에 대한 무관심, 즉 무지를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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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GM 본사 모습. GM내부에서도 앞선 전기차 기술을 키우면 2,3년 이내에 자동차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이사회가 이를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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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기존 휘발유차를 전기차로 바꿔주는 업체들이 있다. 전기차 개조는 차종에 따라 3~7일 정도 걸리며 비용은 1만7,000~10만달러 정도란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전기 탱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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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공공전기차도 논의되고 있다. 출퇴근용으로 가까운 거리를 운행하는 소형 전기차를 공용으로 만들어 보급하자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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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울프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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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재 2008.11.27 1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GM 이 그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다는 말씀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몇몇 포럼에 올라오는 미국에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의 상용화된 전기자동차 이야기를 들으며 상당한 괴리를 느꼈는데 이건 순전히 GM 측의 잘못이었군요. 우리나라에 보급화가 된다면 누진세 때문에 고민이겠습니다 ^^;;

    • 울프팩 2008.11.27 13: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국내에서도 전기차를 개발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관련 법 때문에 골프 카트카 등으로만 쓰이는 모양입니다. 하이브리드카와 더불어 제대로 된 전기차가 나오면 공해가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차량 운영비도 줄어들겠죠.

  2. foog 2008.11.30 0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세등등하던 GM이 망해버렸군요.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급변하고 있는 것 같군요. 잘 봤습니다. 관련 트랙백 하나 날려요. :)

  3. 지나가다 2011.03.20 0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는 누진세때문에 정부의 전폭지지(주유소만큼의 충전소 배치..)가 없는한 전기차는 가망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