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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당산대형 (4K 블루레이)

울프팩 2018. 4. 14. 16:05

영화 '당산대형'(The Big Boss, 1971년)은 홍콩이 낳은 세계적 스타 이소룡을 널리 알린 시발점이 된 작품이다.
이소룡은 미국에서 직접 창시한 무술 절권도를 알리기 위해 영화 출연을 시도했으나 잘 되지 않자 실의에 빠진 채 홍콩으로 건너갔다.

당시 홍콩에서는 이소룡이 주인공을 돕는 운전사 겸 조수 카토로 출연한 미국 TV시리즈 '그린호넷'이 방영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신생 영화사였던 골든하베스트는 이를 눈여겨보고 이소룡에게 영화 제작을 제의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당산대형'이다.
중국 당산 출신의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태국으로 왔다가 마약밀매단을 깨부수는 내용이다.

이소룡은 열악한 제작 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촬영했고, 덕분에 홍콩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대대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의 인기 비결은 역시 호쾌한 이소룡의 액션이다.

과장된 몸짓과 표정 등 당시 중국 경극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계는 있지만 전광석화 같은 이소룡의 액션은 당시 중국 무협영화들과 달리 굉장히 사실적이다.
특히 이소룡은 이 작품에서 구사한 무술이 카메라 장난을 통한 눈속임이 아니라 실제라는 것을 확인시키기 위해 원 컷으로 찍도록 요구했고 여러 장면에서 빠른 그의 발놀림과 손동작을 볼 수 있다.

뒤에 나오는 '정무문' '맹룡과강' '용쟁호투' 등과 달리 이소룡이 칼과 톱 등 무기를 사용해 적을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과 베드신 등이 등장하는 점도 이채롭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의 의의는 풋풋한 이소룡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 개봉 2년 뒤인 1973년 7월 20일, 이소룡은 약물 과민 반응에 따른 뇌부종으로 34세에 세상을 떴다.
국내에서는 1973년 7월에 두 번째 작품 '정무문'이 개봉하면서 이소룡이라는 이름 석 자를 처음 알렸을 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정무문' 개봉 석 달 뒤인 73년 10월 스카라 극장에서 개봉했고, 이어 그해 말 '용쟁호투'가 상영되면서 이소룡 붐을 일으켰다.

4K 리마스터링을 거쳐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과거 홍콩판 DVD에 등장하는 톱으로 사람 머리를 찍는 등 일부 잔혹한 장면이 삭제됐다.
희한한 것은 상영 시간이다.

잔혹한 장면이 나오는 홍콩판 DVD는 95분인데, 4K 블루레이 타이틀은 100분이다.

살펴보니 도박장의 속임수를 폭로하는 장면 등 드라마 요소가 더 늘어났다.

2160p U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기존 블루레이보다 화면이 밝아지면서 색깔이 더 옅어졌다.

 

무려 41년 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좋은 편이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음량을 지나치게 과장했다.

특히 이 작품은 원래 이소룡 특유의 괴조음이 들어가 있지 않은데 블루레이 타이틀은 이를 인위적으로 집어넣어 오히려 귀에 거슬린다.

 

부록으로 주성치가 말하는 이소룡, 영화감독 동위가 말하는 이소룡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무술로 1970년대를 평정했던 세계적 스타 이소룡은 전설이었다. 이 작품은 전설의 시작을 알린 영화다.
당산 출신의 중국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태국으로 떠난 설정이어서 태국에서 촬영했다.
이소룡의 발차기는 제작진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빨랐다. 미처 카메라가 쫓아가기 힘들 정도여서 눈속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 앵글을 고정시킨 채 원컷으로 촬영.
노점상으로 출연한 노라 미아오. 중국명 묘가수인 그는 꽤 예쁜 배우다. 이 작품 이후 그는 '정무문' '맹룡과강'에서 여주인공으로 올라섰고, 그 바람에 이소룡과 염문설이 돌았다.

이후 이소룡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선혈이 낭자한 장면과 전기톱으로 시체를 토막 내고, 이소룡이 칼과 톱으로 사람을 죽이는 잔혹한 장면 등이 등장한다.
원래 감독은 오가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성질이 괴팍해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거칠게 다뤄 촬영장에서 말이 많았다. 이를 지켜본 여류 제작자 류량화가 골든하베스트 사장 레이몬드 쵸에게 전화를 걸어 감독 교체를 요구해 류량화의 남편 로 웨이가 감독을 맡았다.
그러나 로 웨이 감독도 다를 게 없는 인물이다. 도박광이던 그는 촬영보다 경마에 더 관심이 많아 촬영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큰 소리로 경마 얘기를 떠들어 이소룡을 화나게 했다.
무술 감독은 악당 두목을 연기한 한영걸이다. 그러나 이소룡의 결투 장면은 이소룡이 직접 구성했다.
유교 문화권인 만큼 드러내지 못하고 알듯 말듯 이어지는 1970년대식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등장. 이소룡이 화류계 여성을 만나 악당들의 범죄 전말을 듣는 장면과 매춘부와 술에 취해 밤을 보내는 장면 등은 실제 사창가에서 촬영.
이소룡에게 얻어맞은 악당이 나무판자를 뚫고 쓰러지며 벽에 사람 모양의 구멍이 나거나 허공을 휙휙 나르는 등 만화 같은 장면도 더러 보인다.
이소룡은 어려서 어두운 곳에서 책을 봐 심한 근시가 되는 바람에 콘택트렌즈를 끼고 촬영.
이 작품은 전형적인 저예산 영화다. 당시 미국에서 CF 한 편 촬영비에도 못 미치는 10만 달러가 채 안 되는 돈으로 제작. 그 바람에 이소룡과 배우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했다.
이소룡은 이 작품에서 특유의 날카로운 기합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4K 블루레이 타이틀의 광둥어 트랙에는 가짜로 만들어 넣은 기합 소리가 나온다. 그 바람의 이소룡의 입모양과 소리가 맞지 않는다.
유명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Time'을 무단 삽입하는 등 음악 사용에 문제가 있다. 긴장감을 높이려고 그런 모양인데 느닷없이 터져 나오는 'Time'의 멜로디를 들으면 황당하다.
이 작품이 예상외 빅 히트를 기록하자 골든하베스트는 이소룡을 잡기 위해 홍콩의 구룡지역 워털루 힐 에 작은 아파트를 제공했다. 하지만 13층짜리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걸어 다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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