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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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3(4K)

울프팩 2022. 4. 4. 00:25

1972년 1편이 나온 이래 근 20년 만인 1990년에 '대부 3'(The Godfather Part III)편으로 장엄한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은 마피아 3대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 비참하고 잔혹하며 어두운 콜레오네 집안의 가족사를 장대한 드라마로 펼쳐 놓았다.

2편으로부터 20년이 흐른 뒤, 더욱 강대해진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 Al Pacino)는 세계적 규모의 합법적 기업과 종교까지 넘본다.
겉으로는 자선 활동을 펼치는 합법적 사업가로 위장했지만 이면에서 교황청에 돈을 대 더 큰 권력과 재물을 노린다.

코폴라 감독은 원래 이 작품의 제목을 '대부 3'이 아닌 '마이클 콜레오네의 죽음'으로 하고 싶어 했으나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만큼 감독은 범죄 제국을 이룬 마이클의 비참한 죽음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더 이상 강건해 보이던 대부의 모습은 온데 간데없고 당뇨를 앓는 늙고 지친 노인이 있을 뿐이다.
코폴라 감독은 노쇠한 대부를 통해 2편에서 강조한 어두운 권력의 허상과 산산이 조각난 가족의 비극을 재차 부각한다.

이야기의 스케일도 커졌고, 거대한 가족사를 통해 삶의 허무를 꼬집는 메시지 또한 무겁게 다가오지만 전작들에 비해 그다지 좋은 평은 받지 못했다.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가 어설픈 연기로 가장 혹평을 많이 받았고 전작들에 비해 팽팽한 긴장감도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었다.

감독의 의도처럼 3부작을 다 보고 나면 마치 장엄한 오페라를 본 것 같다.
코폴라 감독은 끊임없이 전작들에서부터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내세우며 가족의 비극을 강조했는데 이 작품에서 오페라의 대입이 절정을 이룬다.

막판 오페라 공연과 암살 장면이 대비되며 이어지는 장면은 영상과 음악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특히 계단 장면에서 비통하게 절규하는 알 파치노의 연기는 명불허전, 그야말로 압권이다.

1, 2편보다 극적 재미는 떨어지지만 파노라마 같은 시리즈를 마감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대부 3과 '마리오 푸조의 대부 에필로그: 마이클 콜레오네의 죽음' 두 편이 총 4장의 디스크에 걸쳐 수록됐다.

두 편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이야기에서 일부 장면을 더하고 뺀 것으로 대부 3은 극장판, 에필로그는 감독판에 해당한다.
대부 3은 4K와 부록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으며 본편을 담은 일반 블루레이는 들어있지 않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필름의 입자감이 느껴지지만 고든 윌리스 촬영감독이 의도한 콘트라스트가 대비된 깊은 블랙이 잘 살아 있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특히 오페라 장면에서 넓게 확산되는 사운드가 마치 오페라 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부록 디스크 외에 감독 음성해설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등장하는 타호 호수 주변의 폐허가 된 콜레오네 집은 2편 제작 전에 먼저 찍었다. 감독이 친구들과 우연히 타호 호수에 들렸다가 카이저 집안의 폐허가 된 저택을 발견하고 찍어 놓았다.
감독과 원작자 마리아 푸조가 붙인 원제는 '마이클 콜레오네의 죽음'이었으나 제작사의 반대로 무산됐다. 감독은 이를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감독은 당시 18세였던 딸 소피아 코폴라를 대부의 딸로 출연시켰다. 소피아는 경험이 없어 서툰 연기를 하는 바람에 최악의 연기자에게 주는 골든 라즈베리 여우주연상에 선정됐다.
초라한 노인네가 된 대부. 알 파치노는 당뇨로 발작을 일으키는 연기를 잘했다.
3부작을 통해 3대가 내려오며 얼굴들이 많이 바뀌었다. 감독은 대부의 딸 메리 역에 처음부터 친딸 소피아를 염두에 두었다.
밴드 지휘자가 감독의 아버지 카마인 코폴라다. 촬영 후 아카데미 시상식날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새로운 대부로 등극한 앤디 가르시아.
원래 3편은 대부와 그의 형이었던 변호사가 서로 대립하는 내용을 다루려고 했으나, 전작들에서 변호사를 연기한 로버트 듀발이 알 파치노만큼 출연료를 올려달라면서 출연이 무산돼 이야기가 바뀌었다.
흰머리 여인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어머니다.
대부의 딸 메리 역에 위노나 라이더가 섭외됐으나 '가위손' 출연을 위해 촬영 전날 출연을 거절했다.
산 제나로 축제 장면은 뉴욕 엘리자베스 거리에서 촬영.
거리에서 살해당한 마피아 소두목 조이 자자는 1960, 70년대 조폭이었던 조 콜롬보를 토대로 만든 캐릭터다.
'석양의 무법자'에서 투코로 나온 엘리 왈라치(일라이 왈라치)가 돈 알토벨로를 연기.
아들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 주제가 'Speak Softly Love'가 참으로 비감하게 들린다.
이탈리아 장면은 팔레르모와 시실리 등에서 촬영.
길거리 인형극은 카리니 남작 부인 얘기를 다뤘다. 카리니 남작 부인은 사촌과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아버지에게 살해됐다. 사촌과 사랑의 빠진 대부의 딸 메리의 상황과 비슷한 내용이다.
감독은 마리아 푸조와 함께 '대부 4'도 구상했다. 1920년대 장남 소니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감독이 대본을 갖고 있다.
바티칸 촬영 허가를 받지 못해 옆 도로에서 촬영.
극 중 오페라는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다.
오페라 장면은 팔레르모 대극장에서 촬영. 촬영 당시 수리 중이어서 건물 외부와 내부 일부만 사용했다.
극 중 독살당하는 교황은 요한 바오로 1세가 모델이다. 교황 최초로 호화로운 대관식을 거부하고 미사만 올려 유명한 그는 1978년 교황에 오른 지 33일 만에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
비통한 아버지의 절규를 처절하게 표현한 알 파치노의 연기가 압권이다. 특히 편집서 비명 소리를 일부러 없애 더 고통스러워 보인다.
원작자 마리오 푸조는 '대부 4'편의 대본을 작업해 놓고 1999년 세상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