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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더 셰프(블루레이)

울프팩 2021. 5. 1. 19:05

요리사에게 미쉐린 가이드(미슐랭 가이드 Michelin Guide)가 부여하는 별은 영광이다.

별을 받아 책자에 소개되면 요리사의 명예도 올라가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 자연스럽게 돈도 벌 수 있다.

 

그러니 요리사라면 미쉐린 스타를 욕심 낼 만도 하다.

존 웰스(John Wells) 감독의 '더 셰프'(Burnt, 2015년)는 이런 요리사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요리사 아담 존스(브래들리 쿠퍼 Bradley Cooper)는 과거의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요리계를 떠나 여기저기 떠돌았다.

그러다가 영국 런던(London)으로 돌아와 별 3개의 미쉐린 스타에 도전하기 위해 음식점을 연다.

 

그러나 그의 괴팍한 성격과 완벽한 요리에 집착하는 그의 고집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힘들어한다.

결국 뜻밖의 사건을 겪으면서 존스는 위기를 맞게 된다.

 

요리사들의 세계를 다룬 만큼 갖가지 요리와 이를 만드는 과정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를 위해 웰스 감독은 마커스 웨어링(Marcus Wareing)과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등 유명 요리사들을 데려와 촬영 현장에서 철저한 감수와 자문을 거치고 배우들도 요리 교육을 받도록 했다.

 

덕분에 주방 장면이 꽤 그럴듯하고 실감 나게 나왔다.

하지만 주방을 떠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주인공 아담 존스의 과거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인과관계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의 욕심 때문에 스승이었던 요리사와 좋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는 것만 토막 나서 등장하는 대화를 통해 유추할 수 있을 뿐 정확히 어떤 사건이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그의 과거사는 현재 존스의 모습이면서 그가 온갖 신경질을 부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원인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사건을 끌어가려니 요령부득의 이야기가 돼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인물들의 등장도 뜬금없고 전후관계가 베일에 쌓여 있다.

아담 존스에게 돈을 받기 위해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두들겨 패는 깡패들은 도대체 어떻게 얽힌 인연인지 설명이 없다.

 

그저 친구의 대사 속에 존스가 힘들었을 때 마약에 손을 대면서 약값을 빚졌다는 말만 나올 뿐이다.

그렇더라도 깡패들이 프랑스에서 영국까지 찾아올 정도면 만만찮은 사건일 텐데 언급이 없다.

 

더불어 과거의 연인이었던 앤 마리(앨리시아 비칸데르 Alicia Vikander)의 등장도 느닷없다.

칼 한 자루 주고 사라지는 앤 마리 역시 어떤 사연으로 존스와 얽혔는지 언급이 없어서 등장과 퇴장이 모두 황당하다.

 

요리 프로그램도 아니고 영화라면 적어도 충분한 설명과 개연성 있는 구성으로 등장인물에 대한 의문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기본 요소를 모두 비껴갔다.

 

결국 남는 것은 존스의 신경질뿐이다.

전후 맥락 없이 요리사들을 들볶는 그의 짜증과 분노는 보는 사람까지 불안하게 한다.

 

존스의 신경질을 받아주려고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버렸다.

영화 속 요리가 미쉐린 스타를 받을 만한지는 모르겠고 영화로서는 별 한 개도 아까운 작품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블루레이와 DVD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의 화질은 괜찮은 편이다.

 

요리의 현란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각종 효과음이 리어 채널을 묵직하게 울린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삭제 장면, 감독과 배우 인터뷰 등이 들어 있는데 한글자막이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장면은 아니지만 초반 브래들리 쿠퍼가 옛 지인을 만나는 식당은 코빈 킹이 운영하는 런던의 유명한 레스토랑 들로네다.
브래들리 쿠퍼는 15세때 음식점에서 설겆이를 하며 요리를 배워 대학 때 예비 요리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극 중 요리 장면을 직접 연기했다.
브래들리 쿠퍼는 연기를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 고든 램지에게 특별 교육을 받았다. 존 웰스 감독은 미국 NBC TV의 유명 의학 드라마 'ER'을 연출한 PD 출신이다.
빌링스게이트 마켓은 런던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이다. 16년간 미쉐린 2스타인 유명 요리사 마커스 웨어링이 요리 자문을 맡았다.
빌링스게이트 마켓은 오전 3시에 문을 여는데 요리사와 소매상 대상의 도매판매를 먼저 하고 오전 5시 이후 일반 판매를 한다.
시에나 밀러가 여자 요리사로 등장. 밀러 역시 마커스 웨어링에게 요리 교육을 받았다.
세계적인 요리전문학교인 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루가 지원했다.
제작진은 실제 음식점 주방과 똑같이 주방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독일의 유명한 헹켈사에서 만든 칼이 등장. 우마 서먼이 요리 비평가로 나온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매년 펴내는 '미쉐린 가이드'는 원래 타이어 구입자들에게 나눠주던 지리 안내서였다. 나중에 음식점 평가가 인기를 끌자 1922년부터 유료 판매를 했다.
실제 요리사들이 주방 장면에 출연해 그릇을 배치하고 요리를 도왔다. 미쉐린 평가원들은 철저하게 신분을 숨긴채 1년에 5,6회 방문해 맛을 평가한다. 영화처럼 포크를 떨어뜨린 뒤 종업원들의 서비스를 평가하거나 그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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