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데드풀2(4K 블루레이)

울프팩 2019. 12. 25. 14:15

마블 코믹스의 초영웅 가운데 하나인 데드풀은 독특한 캐릭터다.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죽을 뻔했는데 특수한 치료를 받은 뒤 부작용 아닌 부작용으로 절대 죽지 않은 무한대의 재생세포를 지니게 됐다.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총알이 뚫고 지나간 자리도 금새 복구되며 심지어 온몸이 절단나도 조각난 신체가 다시 자라난다.

사실상 불사신이다.

 

대신 엄청난 능력을 얻었지만 애인도 깜짝 놀랄 만큼 피부가 흉측하게 변했다.

그래서 미국의 초영웅들이 그렇듯 쫄쫄이 옷과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다닌다.

 

그런데 데드풀이 특별한 것은 그의 엄청난 능력보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수다 때문이다.

잠시도 입을 쉬지 않고 싸우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입을 놀린다.

 

아저씨 개그 같은 유머도 있고 도저히 아이들과 같이 보기 힘들 만큼 걸판진 성적 농담도 있다.

단순히 수다로 웃기는 게 아니라 험악하고 지저분한 욕설도 마구 퍼붓는다.

 

한마디로 그는 상대를 약 올리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데드풀의 상대는 그의 수다에 화가 날 수 있지만 보는 관객들을 정신없이 웃게 만든다.

 

그만큼 데드풀 시리즈에 거는 기대는 인간을 뛰어넘는 초월적 능력보다 쉼 없이 쏟아내는 개그와 화장실 농담, 그리고 이를 영상으로 풀어낸 B급 장면들에 있다.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데드풀 2'(Deadpool 2, 2018년)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

 

전작에 이어 질펀한 화장실 농담과 성적인 조롱, 하드고어 액션으로 무장했다.

오히려 액션은 전편보다 강도가 높아졌다.

 

몸을 두 동강 내고 허리가 적나라하게 꺾이고 머리에 강철이 꽂히는 등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액션의 강도가 강하다.

아마 다른 작품 같으면 거부 반응이 일었겠지만 원래 데드풀 캐릭터가 그런 충격적인 장면에서도 아무 일 없듯 툭툭 털고 일어나는 존재여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내용은 특수 능력을 지닌 돌연변이 소년을 구하려는 데드풀의 모험담이다.

데드풀의 존재는 전작과 달라진 게 없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은 달라졌다.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나타난 강력한 전사가 맞수로 등장하고, 전편에서 고군분투했던 데드풀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를 그러모아 엑스맨처럼 팀을 꾸린다.

팀을 꾸리는 과정도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모집 공고를 내고 면접을 봐서 뽑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터미네이터나 엑스맨 같은 기존 영화들에 대한 조롱과 풍자이기도 하다.

데드풀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대사 속에도 마블이나 DC코믹스의 초영웅들을 비꼬는 이야기들이 마구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런 풍자와 조롱 속에 해학과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보는 이를 자극하고 재미있게 만들려는 상업적 장치일 뿐이다.

 

이를 B급 정서로 잘 포장한 것이 데드풀의 본질이다.

더불어 다양한 반전 장치들이 기본적인 데드풀의 B급 정서와 잘 맞아떨어졌다.

 

꾸리자마자 황당하게 와해되는 팀이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작동하는 타임머신의 존재는 황당한 상황을 만들며 헛헛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래도 용서가 되는 것이, 그런 게 데드풀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극장판과 감독판을 각각 수록한 2장의 4K 디스크와 일반 블루레이 등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감독판은 119분인 극장판보다 15분이 더 늘어난 134분이다.

 

감독판은 극장판에서 삭제된 인물에 대한 설명과 일부 웃긴 장면들이 추가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좋다.

 

색감도 선명하고 윤곽선도 칼 끝처럼 뚜렷하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각 채널을 타고 넘나드는 소리의 움직임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부록으로 배우 음성해설과 삭제 장면, NG 장면, 제작과정, 인터뷰, 액션 연출, 교도소 장면, 각종 웃긴 예고편과 홍보 영상들,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모든 부록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전편처럼 귀에 익숙한 80년대 노래들이 많이 나와 반갑다. 에어 서플라이 'All Out of Love', 돌리 파튼의 '9 to 5', 에냐 'Caribbean Blue', 아하 'Take on Me',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Papa Can You Hear Me'. 팻 베네타의 'We Belong' 등이 나온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고 주연까지 맡았다.
영화 '플래시댄스'처럼 꾸민 인트로. 원작은 롭 라이펠드가 그린 만화다.
007 시리즈를 흉내낸 타이틀. 이 작품은 풍자와 비꼬기로 점철돼 있다.
실의에 빠진 데드풀이 엑스맨 멤버들과 지내는 장면은 '엑스맨 다크피닉스' 세트에서 촬영. 뒤로 칼 마르크스의 초상화가 보인다.
돌연변이 소년들을 수용하는 시설은 밴쿠버의 과거 정신병원이었던 건물에서 촬영.
카메오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워낙 감쪽같이 분장을 하고 짧게 등장해 알아보기 힘들다. 노란 모자를 눌러쓴 배불뚝이 사내는 맷 데이먼이다. 분장을 감쪽같이 해서 제작진도 몰라봤다.
극 중 데드풀이 영화 '옌틀'을 보며 거기 나오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노래 'Papa Can You Hear Me'를 따라 부른다. 이 작품에 나온 조슈 브롤린은 바브라의 사위다.
요란한 싸움이 벌어지는 감옥은 제작진이 만든 거대한 세트다.
특수 능력을 지닌 데드풀에게 신체가 접히고 휘어지는 것은 별다른 일이 아니다. 80년대 팝이 영화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감옥 폭파 장면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산에서 촬영.
소위 데드풀 특공대를 꾸리는데 등장하자마자 허무하게 부서진다. 이 또한 히어로그룹에 대한 패러디다.
히어로 그룹의 멤버로 스치듯 카메오 출연한 브래드 피트.
라이언 레이놀즈는 마스크 덕분에 입모양이 보이지 않아 나중에 대사를 자유롭게 다시 녹음할 수 있었다. 마스크 쓴 그의 입 모양은 뉴질랜드의 웨타디지털에서 CG 작업을 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저거넛의 목소리도 대신 연기.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은 스턴트맨 출신이다. 그래서 일부 장면의 액션을 직접 지도했다.
길거리 추격 장면은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촬영.
라이언 레이놀즈는 촬영장에 가기 전에 여러가지 농담을 미리 써본다. 그의 모든 대사가 애드립이 아니다.
제작진은 보안을 위해 대본을 복사하지 못하도록 빨간색으로 만들었다.
주제가 'Ashes'는 셀렌 디온이 불렀다. 오토바이 추격장면 촬영 중 스턴트를 맡았던 여성 라이더 조이 해리스가 26세 나이로 사망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마블의 초영웅 영화에 처음 등장한 동성애 연인들. 호주 출신 일본인 배우 쿠츠나 시오리가 유키오를 연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데드풀 2 (3Disc 4K UHD 2D 일반판) : 블루레이
데드풀 2 (2Disc 일반판)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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