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도깨비'의 공원들, 퀘벡시티

울프팩 2019. 7. 28. 06:00

tvN 드라마 '도깨비'는 퀘벡시티의 공원 몇 군데에서 촬영을 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거버너스 가든(governors' garden)이다.

 

이 곳은 샤토 프롱트낙 호텔 바로 옆, 뒤프랭 테라스의 대포들이 줄 지어 늘어선 뒤쪽에 있다.

드라마에서는 김신(공유)이 지은탁(김고은)을 다시 만났지만 신들의 장난으로 지은탁이 김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답답함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거버너스 공원에서 찍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거버너스 가든.

특히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서 첫 사랑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나온다.

"혹시 그거 알아요? 떨어지는 단풍잎을 잡으면 함께 걷던 사람과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걸."

"하, 첫 사랑 그분이 얘기해 주셨나 봐요? 그런데 그걸 믿어요? 남자들은 호감 있는 여자한테 옛 여자 얘기하거든요. 바보처럼."

"그런가요?"

"아닌가요!"

 

김신의 옛 추억담에 지은탁이 발끈하며 바닥에 쌓인 낙엽을 툭툭차는 대목이다.

그 장소가 바로 거버너스 공원이다.

'도깨비'에서 김고은과 공유가 거버너스 가든으로 통하는 이 계단을 내려오며 첫사랑 이야기를 한다.

거버너스 가든 한편, 샤토 프롱트낙 호텔 쪽으로 가다 보면 뾰족한 첨탑 같은 오벨리스크가 서 있다.

1827년에 세운 이 오벨리스크는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전쟁 기념탑이다.

 

이 곳에서 멀지 않은 아브라함 평원에서 싸우다가 전사한 제임스 울프와 루이스 조셉 몽캄 두 장군을 기리는 일종의 추모비다.

군인이었던 존 크로포드 영 대위가 설계했고 존 필립스라는 석공이 화강암을 깎아 만들었다.

뒤프랭 테라스에서 바라본 거버너스 가든. 울프와 몽캄 장군을 추모하는 오벨리스크가 서 있다.

그다지 큰 공원은 아닌데 조용하면서도 커다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줘서 시원한 장소다.

'도깨비'에 나오는 또다른 작은 공원은 사무엘 올랑드 파크(Parc samuel hollande)다.

 

이 공원은 드라마에서 지은탁이 떨어지는 단풍잎을 잡던 장소다.

퀘벡의 신시가지에 위치한 이 작은 공원은 샤토 프롱트낙 호텔에서 걸어서 1시간, 버스를 타면 15분 정도 걸린다.

사무엘 올랑드 파크는 동네의 작고 허름한 공원이다. 드라마에서만 근사하게 보일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추천하는 장소는 아니다.

막상 가보면 그다지 별로 볼 게 없는 도심 속 허름하고 작은 공원일뿐이어서 실망할 수 있다.

 

정작 여기는 공원보다 걸어서 가는 길이 예쁘다.

아브라함 평원 쪽으로 대로를 따라 걷다 보면 평화롭게 살아가는 퀘벡시티 사람들의 주택가를 볼 수 있다.

사무엘 올랑드 파크는 공원보다 공원까지 향하는 길에 늘어선 집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길도 드라마에서 마차가 등장하는 장면에 잠깐 나온다.

숲 속에 놓인 듯한 잔디가 깔린 집들을 보면 절로 이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무엘 올랑드 파크는 이 곳에 살았던 네덜란드 출신의 군인 겸 지도제작자였던 사무엘 요한스 올랑드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올랭드는 1728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으나 영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장교 생활을 했다.

1758년 캐나다의 퀘벡으로 건너와 퀘벡 조사관으로 일하면서 마리 요셉 롤러와 결혼해 10명의 자녀를 낳았다.

퀘벡시티의 노트르담 대성당 건너편에 있는 크리스마스 상점.

이후 1779년 가족과 함께 퀘벡시티에 올랑드 하우스를 짓고 1801년 죽을 때까지 살았다.

공원은 아니지만 퀘벡시티에서 '도깨비'를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상점이 하나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 상점, 부티크 노엘(boutique de Noel)이다.

샤토 프롱트낙 호텔에서 바로 앞에 있는 다름 광장을 가로질러 화가의 거리를 관통하면 쭉 뻗은 도로가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강과 반대 방향으로 1,2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2층에서 내려다본 크리스마스 상점.

찾기 힘들면 무조건 노트르담 대성당을 찾으면 된다.

성당 정문에서 대각선 방향에 있다.

 

드라마에서는 뒤늦게 기억을 되찾은 지은탁이 울면서 안타깝게 도깨비를 소환하기 위해 촛불을 끄던 장소다.

이름처럼 상점 1,2층 모두 크리스마스 용품을 판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참에 줄줄이 걸려있는 선물용 양말들.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할 각종 장식품과 기념품, 벽에 걸어놓을 커다란 양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그다지 물건이 고급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가게 역시 드라마에서 훨씬 더 예쁘게 나온 편.

이 곳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하며 휴일도 1년에 두 번, 크리스마스와 1월 1일에만 쉰다.

부티크 드 노엘 역시 실물보다 드라마에서 훨씬 더 예쁘게 나왔다.

별로 살만한 물건은 없지만 드라마를 떠올리며 사진을 찍기는 좋은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