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도신-정전자 (블루레이)

울프팩 2019. 3. 5. 00:00

왕정 감독의 '도신'(賭博, God Of Gamblers, 1989년)은 원제보다 국내 개봉 제목인 '정전자'가 더 익숙하다.

유명한 도박의 신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1980년대 비디오테이프의 추억이 가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극장에서도 인기를 끌었지만 당시 동네마다 몇 개씩 있었던 속칭 비디오 가게, 즉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에서 최고 인기였다.

비슷한 시기에 '지존무상'이 개봉했는데 지존무상이 '영웅본색'처럼 비장미를 강조한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홍콩 누아르 분위기를 싹 빼고 유머 코드로 승부를 걸었다.


내용은 당대 최고의 도박의 신이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10세 지능을 가진 아이로 퇴행해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머리를 부딪쳤다고 갑자기 도박의 천재에서 열 살짜리 아이가 된다는 설정도 이해가 잘 가지 않지만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 못 하면서 어떻게 도박의 속임수를 기억하는지 불가사의다.


그만큼 구성이 엉성하고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즉 이 작품은 내용보다 유명 배우들의 스타덤에 기댄 졸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주윤발, 유덕화, 왕조현 등 당대 최고의 홍콩 청춘스타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너무 젊어서 마치 왁스칠을 한 것처럼 반짝거리는 이들의 피부를 보면 새삼 흘러간 세월을 실감할 수 있다.


조연들도 홍콩 영화를 꽤나 본 사람들이면 얼굴을 쉽게 알아볼 만한 배우들이 많다.

이렇다 할 액션이나 기발한 카드 속임수도 등장하지 않아 볼거리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기억나는 것은 높다란 건물의 대나무 비계에서 원숭이처럼 건너뛰며 싸움을 벌이던 유덕화와 주사위 도박을 하던 주윤발이다.


두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정전자'하면 우선 떠올랐다.

구성도 엉성하고 영화의 완성도도 크게 떨어지지만 '우묵배미의 사랑'에도 극장 간판으로 등장할 만큼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작품이다.


추억팔이 외에는 별 볼일 없는 작품이란 점이 안타깝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중경과 원경의 디테일이 떨어지며 전체적으로 화면이 뿌옇다.

지글거림과 입자감도 두드러지는 편.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주윤발이 주사위를 흔들 때 나는 소리가 스피커를 따라 이동한다.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왕정이 만든 이 영화는 국내에서 '정전자'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극적 재미는 떨어진다.

재미는 없지만 스타 파워에 힘입어 인기를 끌자 1993년에 속편과 3편도 제작됐다.

내용은 도신으로 불리는 도박의 신이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1980년대 홍콩 모습.

동양의 브룩 실즈로 통했던 길쭉한 미인 왕조현이 유덕화와 함께 출연.

이 영화는 홍콩에서 왕정 감독의 '지존무상' 개봉 후 3개월 만에 나왔다. 제작사는 지존무상이 인기를 끌자 같은 감독과 스타들을 동원해 3개월 만에 비슷한 도박류를 서둘러 만들었다.

왕정의 '지존무상'이 홍콩판 도박영화 붐의 문을 열었다면 이 작품이 굳히기에 들어간 셈.

1990년대 같은 제목의 만화도 국내에 나왔다. 도신이 지존무상이라는 비장의 수법을 사용해 승리하는 만화다.

유덕화가 날다람쥐처럼 높다란 건물의 대나무 비계를 건너뛰는 장면이 인상적.

왕조현이 꽤 매력적으로 나왔는데 어찌 된 일인지 후반에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후반에는 주윤발의 '영웅본색' 이미지를 살려서 쌍권총 액션이 등장한다.

촬영은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은 포덕희가 맡았다. 그는 '백발마녀전' '신조협려' 등을 찍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도신 : 정전자 777 (1Disc 풀슬립 한정판) : 블루레이
도신:정전자(일반판)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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