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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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조반니

울프팩 2017. 6. 3. 12:13

모짜르트의 유명한 오페라 '돈 조반니'는 작곡가 못지 않게 작사가도 유명하다.

작사가는 바로 로렌조 다 폰테다.

 

로렌조 다 폰테는 특이한 삶을 산 인물이다.

베니스에서 유대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천주교로 개종해 신부가 됐다.

 

하지만 본래 타고나기를 술과 음악, 여자와 도박을 너무 좋아했다.

결국 신부가 돼서도 바람둥이처럼 살다가 들켜서 사제단의 명령으로 15년 동안 베니스에 돌아올 수 없는 추방형을 받았다.

 

그때 평소 친하게 지냈던 유명한 역사적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조언에 따라 오스트리아 빈으로 옮겼다.

다 폰테는 그곳에서 뛰어난 천재 모짜르트를 만나 가극을 쓰게 됐다.

 

특히 그가 대본을 쓴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여자는 다 그래'는 다 폰테 3부작으로 불린다.

그만큼 모짜르트의 작곡 실력 못지 않게 그의 작사와 구성 능력이 뛰어났다는 뜻이다.

 

스페인의 명감독 카를로스 사우라가 만든 '돈 조반니'(Don Giovanni, 2009년)는 로렌조 다 폰테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실화에 바탕을 둔 만큼 다 폰테가 돈 조반니를 작곡하기까지 과정을 실감나게 그렸다.

 

다 폰테는 돈 조반니의 대본을 쓰면서 극 중 주인공인 돈에 자신을 투영했다.

희대의 바람둥이인 돈처럼 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결국 진실한 사랑이 중요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교훈적 메시지를 담았다.

 

사우라 감독은 다 폰테와 오페라 조반니의 연습 및 초연 장면을 번갈아 보여주며 다 폰테가 돈 조반니에 자신을 투영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보여줬다.

그래서 이를 강조하기 위한 영화의 원제도 '나, 돈 조반니'(Io, Don Giovanni)다.

 

드라마와 오페라가 번갈아 나오는 구성 덕분에 영화는 음악이 풍성하게 흐른다.

당연히 모짜르트의 '돈 조반니' 오페라 뿐만 아니라 비발디의 '4계'와 바흐의 '칸타타와 푸가' 등 다양한 음악이 영상과 함께 흘러 나온다.

 

원래 사우라 감독은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만큼 모든 음악이 마치 대사처럼 영상과 착착 들어 맞는다.

여기에 유명한 비토리오 스토라로 촬영 감독이 찍은 영상은 한 편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비록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들이 등장하지 않아 주목도는 떨어지지만 다 폰테의 흥미로운 이야기, 탁월한 사우라의 연출과 모짜르트의 훌륭한 음악, 스토라로의 아름다운 영상이 잘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블루레이와 비교하면 디테일과 색감 등이 크게 떨어지지만 DVD 타이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모짜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 나오는 거대한 기사의 석상이 배에 실려 베네치아 운하를 내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때 흐르는 음악은 비발디의 '4계' 중 '여름'의 3악장이다.

오페라 '돈 조반니'는 1787년 프라하에서 초연됐다.

다 폰테가 사랑하는 여인 아네타 역할은 에밀리아 베르기넬리가 연기했다.

돈 조반니에서 돈은 귀족을 뜻하는 칭호다. 조반니는 이탈리아에서 흔한 남자 이름으로, 영어의 존, 프랑스의 쥐앙, 독일어 요한, 스페인어로 후안에 해당한다. 즉 돈 조반니는 스페인의 유명한 바람둥이 돈 후안이다.

돈 후안은 숱한 여성과 스캔들을 일으킨 바람둥이로 유명하지만 실존 인물은 아니다.

다 폰테가 모짜르트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모짜르트가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곡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다.

영화는 풍경화 속에서 인물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다 폰테는 스페인의 극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가 1620년에 쓴 '세비야의 바람둥이와 돌조각 손님'을 바탕으로 돈 조반니의 대본을 썼다.

다 폰테의 친구이자 멘토 역할을 하는 인물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바람둥이 카사노바다.

주세페 가차니아도 몰리나의 작품을 토대로 '돈 조반니' 오페라를 만들어 베네치아에서 공연했으나 모짜르트 오페라가 너무 유명해 묻혔다.

비토리오 스토라로 촬영 감독은 사우라 감독의 영화 '탱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마지막 사랑'과 '마지막 황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우디 앨런의 '뉴욕스토리',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 등 명작들을 찍었다.

돈 조반니 (2009)
로렌조 발두치,리노 지안시알레,토비아스 모레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Wolfgang Sawallisch 모차르트: 돈 조반니 (Mozart: Don Giovanni K.527)
Wolfgang Sawalli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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