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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두 성당의 카라바조

울프팩 2016. 9. 2. 20:06

로마에서 카라바조의 그림을 볼 수 있는 성당 중에 산타 아고스티노 성당과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이 있다.

산타 아고스티노 성당은 나보나 광장과 판테온에서 가깝고,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은 이름처럼 포폴로 광장에 있다.

 

나보나 광장과 판테온 중간쯤에 있는 산타 아고스티노 성당(Chiesa di Sant’Agostino)은 1483년 콜로세움에서 가져온 석자재들을 이용해 건축됐다.

설계는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가 했고 성당 정면은 자코모 디 피에트라산타가 만들었다.

 

[산타 아고스티노 성당의 정면. 골목 안쪽에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 곳에는 몇 가지 볼거리가 있는데 그 중에 으뜸은 입구에서 가까운 카바라조가 그린 '순례자들의 성모'다.

'로레토의 성모'로도 불리는 이 그림은 성모 마리아가 안고 있는 아기 예수를 향해 남녀 순례자가 무릎을 끓고 있는 내용이다.

 

카라바조 답게 이 작품 역시 논란이 됐는데 하필 애인이었던 창부 레나를 모델로 성모 마리아를 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리아가 성스럽다기 보다 예쁘고 고혹적으로 보인다.

 

[산타 아고스티노 성당에 걸린 카라바조의 그림 '순례자들의 성모'.]

 

카라바조 그림 못지 않게 유명한 또다른 작품은 라파엘로의 '선지자 이사야' 그림이다.

성당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 중 하나에 그려 놓은 그림을 보면 이사야의 근육이 뭉글 뭉글 살아 있다.

 

이 성당은 무덤이 몇 개 있는데 성당 이름의 기원이 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어머니인 성 모니카와 체사레 보르지아의 애인 등이 여기 잠들어 있다.

성 모니카는 방종했던 아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마음을 돌려세워 카톨릭 4대 교부 중 하나로 만든 인물이다.

 

[성당 기둥에 그려 놓은 라파엘로의 '선지자 이사야'.]

 

성 모니카의 무덤은 중앙 제단 아래 놓여있다고 한다.

모니카는 아프리카 사람이어서 제단 한복판에 걸린 그의 초상을 보면 검게 그려 놓았다.

 

이 성당에서 특이한 또 한 가지는 입구 쪽에 위치한 출산의 성모 조각이다.

르네상스 시대 조각가인 자코포 산소비노가 만든 이 조각은 이 앞에서 기도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속설 때문에 숱한 사람들이 찾아오며 그들이 남긴 기원의 메시지가 주변에 잔뜩 붙어 있다.

 

[멀리 보이는 성당 제단 아래 성 모니카의 무덤이 있다. 제단 중앙에 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포폴로 광장 입구 쪽에 있는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Santa Maria del Popolo)은 유명한 거장들의 손길이 배어 있는 곳이다.

성당이 처음 들어선 것은 1099년이다.

 

교황 파스칼 2세가 도미티아 가족묘 위에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할 목적으로 세웠다.

일설에 따르면 광장에 네로 황제 유령과 까마귀 모양의 악마들이 출현한다며 사람들이 무서워하자 까마귀 둥지가 있던 거대한 호두나무를 베어버리고 경배당을 세웠다고 한다.

 

[산타 아고스티노 성당의 명물인 '출산한 성모 마리아'. 아기를 갖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벽면에 기원을 적은 문구를 잔뜩 붙여 놓았다.]

 

이때 로마 시민들이 기금을 냈는데, 여기서 '시민들에 의한'이란 뜻을 가진 델 포폴로(del popolo)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후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1227년 증축하면서 성당으로 승격시킨 뒤 아우구스티노회에 하사해 지금까지 여기서 관리를 하고 있다.

 

성당이 오늘날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5세기 이후 증축을 통해서다.

1472~77년 안드레아 브레뇨가 성당 정면을 재건축했고, 1655~60년에 키지 가문 출신 교황 알렉산더7세가 유명한 건축가 겸 조각가 베르니니를 시켜서 내부를 개축했다.

 

[포폴로 광장 입구 오른편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

 

뿐만 아니라 내부의 키지가 예배당은 라파엘로, 치보가 예배당은 카를로 폰타나가 설계했다.

키지가 예배당의 돔 모자이크인 '천지창조'도 라파엘로의 작품이다.

 

대가들이 거쳐간 만큼 이 곳에도 대단한 작품들이 있다.

우선 체리시 예배당에 유명한 카라바조의 그림 '십자가에 못 박힌 성 베드로'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 두 점이 걸려 있다.

 

[카라바조의 그림 '십자가에 못 박힌 성 베드로'. 캄캄해서 그림이 보이지 않는데 앞쪽에 위치한 장치에 동전을 넣어야 불이 들어오면서 제대로 볼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인물 묘사 때문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십자가에 못 박힌 성 베드로'는 제목처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베드로를 그린 그림인데, 베드로를 초라한 노인네로 묘사했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은 성 바울의 개종을 다룬 그림이다.

기독교인을 박해했던 사울은 하늘에서 비춘 빛 때문에 말에서 떨어지며 사흘간 눈이 멀었다가 세상을 다시 보게 된 뒤 이름을 바울로 바꾸고 기독교로 개종했다.

 

[카라바조의 그림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

 

그런데 카라바조는 하늘에서 비춘 빛을 희미하게 그리고 사도 바울보다 말을 더 크게 다뤘다.

아무리 성인을 다룬 그림이지만 사실에 어긋나게 그릴 수 없다는 그의 생각이 배어 있다.

 

베르니니도 키지가 예배당에 '하박국과 천사' '사자굴의 다니엘' 등의 조각작품을 남겼다.

하박국은 사자굴에 떨어진 다니엘에게 음식을 주라는 천사의 말을 거부했다가 머리채를 잡혀 끌려간 인물이다.

 

[베르니니의 조각품 '하박국과 천사'. 영화 '천사와 악마'에 등장하는 작품이다.]

 

키지가 예배당 앞쪽에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만든 초상화가 있는데 주인공은 18세기 키지 가문으로 시집을 갔다가 20세에 사망한 마리아 플라미니아 오데스칼키다.

입구 쪽에는 팔을 엇갈려 모으고 있는 해골 조각이 있는데 17세기 폴란드 출신의 이탈리아 건축가 겸 조각가인 지오반니 바티스타 기슬레니(giovanni battista gisleni)의 무덤이다.

 

[마리아 플라미니아 오데스칼키를 기리는 아름다운 대리석 초상.]

[지오반니 바티스타 기슬레니의 추모비 겸 무덤.]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의 내부.]

카라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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