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즈윅(Edward Zwick) 감독의 '라스트 사무라이'(Last Samurai, 2003년)를 처음 본 것은 2003년 11월 일본에서였다.
프로모션차 일본을 방문한 톰 크루즈(Tom Cruise)를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워너 측에서 마련한 시사 필름을 보고 난 뒤 반감과 아름다움이 교차된 묘한 느낌을 받았다.
한마디로 사무라이 찬가였기 때문이다.
막부 말기 일본이 신식 군대를 도입하면서 쓸모없어진 사무라이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는 내용의 실화를 다뤘다.
주연을 맡은 톰 크루즈는 사무라이에 반해 제작자로 나서기까지 했다.
처음부터 사무라이에 감화된 상태에서 만든 작품인 만큼 무조건 사무라이를 찬양하는 식의 내용은 거슬렸지만 존 톨이 카메라를 잡은 수려하고 아름다운 영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비장미 넘치는 한스 짐머의 음악까지 더해져 감정을 자극한다.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영화 말미에 톰 크루즈가 천황의 신식군대와 최후의 일전을 앞두고 준비하는 대목이다.
사무라이에 동화돼 죽으러 나가는 톰 크루즈는 그동안 부상당한 자신을 돌봐준 일본 여성(코유키 小雪)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방에 들어선다.
여성은 전장에서 톰 크루즈의 손에 전사한 사무라이 장수의 부인이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남편을 죽인 원수를 돌본 셈이다.
그러나 여인은 그동안 톰을 보살피며 정이 들었다.
여인은 톰을 불러 유품으로 간직한 남편의 사무라이 갑옷을 건네며 살아 돌아와 달라는 뜻을 전한다.
그러면서 갑옷을 하나씩 입혀준다.
갑옷밑에 받쳐 입는 하오리를 건네주고, 뒤로 돌아 허리춤에 띠를 천천히 매어준다.
어깨선도 반듯하게 펴주고 옷깃도 매만져 준다.
그 손길이 한없이 유장하다.
카메라는 마치 톰의 눈이 된 양, 여인의 손길을 천천히 따라간다.
끝으로 갑옷을 입혀준 여인은 톰의 뒤로 돌아가 조용히 톰을 안아본다.
한마디 말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 장면에서 옷을 입혀주는 모습이 그토록 애틋한 에로티시즘으로 다가올 줄 몰랐다.
오히려 죽으러 가기 전 마지막 인사처럼 나누는 뜨거운 정사보다 이 장면이 더없이 숭고하고 비장하며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사람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야릇한 에로티시즘이 깔려 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전장의 박력을 그대로 전달한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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