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웅 감독의 '레슬러'(2017년)는 우연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짧은 동영상이 재미있어서 뒤늦게 찾아보게 됐다.
내용은 아들 성웅(김민재)을 혼자 키우는 아버지 귀보(유해진)가 아들과 갈등을 빚으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귀보의 꿈은 아들 성웅이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따서 레슬러로서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다.
그런데 성웅이 좋아하는 여자 친구 가영(이성경)이 귀보를 짝사랑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그 바람에 성웅은 아버지 귀보에게 반발하며 비뚫어지는 바람에 부자간에 갈등이 깊어진다.
귀보는 부자지간은 물론이고 가영과 관계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각본을 쓴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부자간 관계에 초점을 맞춘 휴먼 드라마를 지향하면서 자잘한 웃음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여자 친구가 아버지를 좋아하는 설정은 독특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데 이를 갈등의 요소로만 활용하고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이를 살려서 코미디에 무게를 실었다면 좀 더 재미있는 작품이 됐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진지한 휴먼 드라마를 지향하면서 웃음들이 파편처럼 실리다 보니 드라마와 코미디 모두 잡지 못한 어설픈 작품이 돼버렸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여의사 도나를 연기한 황우슬혜다.
그는 막무가내로 귀보를 좋아하며 어린 가영과 한 남자를 두고 경쟁하는 4차원 캐릭터를 맡았다.
황우슬혜는 톡톡 튀는 대사를 특이한 말투로 아주 능청맞게 소화를 잘했다.
인터넷에서 재미있게 본 영상이 바로 황우슬혜가 등장하는 장면이었는데 알고 보니 이 영상들이 이 작품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전부였다.
차라리 도나의 비중을 키워서 황우슬혜와 가영, 귀보의 이야기를 작정하고 코미디로 풀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 못하다 보니 이야기는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며 힘이 떨어져 웃음 코드도 옅어지고 신파가 돼 버렸다.
특히 부자지간의 갈등 표현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과장돼 거슬린다.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이웃 여자 친구의 어머니를 끌어안고 느닷없이 사랑한다고 부르짖는 장면은 과할 뿐 아니라 어색하고 불편하다.
이야기 구성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김 감독의 대사는 은근히 웃기고 감칠맛 있다.
귀보의 어머니(나문희)가 성경의 집에서 밥을 먹으며 "자세를 낮추거라, 우리는 여기서 죄인이다"라고 말하는 부분 등 상황 설정에 걸맞은 대사들이 코믹하다.
비록 전체적 구성은 아쉽지만 코믹한 대사와 우스운 에피소드들이 소소한 웃음을 주는 작품이다.
'미쓰 홍당무'와 또 다른 분위기로 웃음을 준 황우슬혜는 코미디에 강한 매력을 이 작품으로 유감없이 보여줬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하다.
전체적으로 뿌옇고 탁하며 윤곽선에 계단 현상이 보인다.
음향은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감독 및 배우들 인터뷰, 삭제 장면 성격의 뮤직 비디오가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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