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레이니 데이 인 뉴욕(블루레이)

울프팩 2020. 12. 1. 00:40

여행 가서 장기간 머물지 않는 한 다양한 날씨를 경험하기 힘들다.

특히 여행은 날 좋을 때 가기 때문에 궂은 날씨의 풍경을 만나기 쉽지 않다.

 

예전에 들렸던 뉴욕(New York)도 머무는 기간 내내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눈이나 비가 왔을 때 뉴욕 풍경이 궁금했다.

 

우디 앨런(Woody Allen) 감독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A Rainy Day in New York, 2018년)은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영화다.

뉴욕에서 태어나 '맨하탄' 등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 등 뉴욕을 사랑하는 우디 앨런이 또다시 뉴욕을 영화에 담았다.

 

특이하게 이번 작품은 비 오는 뉴욕 거리가 배경이다.

야들리 칼리지에 다니는 개츠비(티모시 샬라메 Timothee Chalamet)는 학보사 기자인 여자 친구 애슐리(엘르 패닝 Elle Fanning)의 뉴욕 취재 길에 동행한다.

 

뉴욕이 고향인 개츠비는 애슐리가 유명 영화감독을 인터뷰하는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옛 친구를 만난다.

뜻하지 않게 쏟아진 비처럼 갑작스럽게 만난 사람들은 새로운 인연의 시작이 된다.

 

마찬가지로 애슐리 역시 영화판 사람들에게 휩싸이며 뜻밖의 일들을 겪는다.

우디 앨런은 언제나 그렇듯 특유의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이 작품에서도 다뤘다.

 

그 안에서 뒤바뀐 인연을 통해 진정한 관계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어찌 보면 인연이란 갑자기 내린 소낙비만큼이나 뜬금없기도 하고 예고 없는 운명 같기도 하다.

 

앨런 감독은 이런 메시지를 전매특허 같은 수다스러운 대사 속에 쏟아낸다.

마치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대사가 쏟아진다.

 

배우들이 연기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무심한 듯 내레이션을 섞어 대사를 쏟아낸 티모시 샬라메나 상큼한 매력을 선보인 엘르 패닝, 담담하면서도 정열적인 모습의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 등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더불어 이탈리아의 거장인 비토리오 스토라로(Vittorio Storaro) 촬영감독이 찍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카우프만 아스토리아 스튜디오(Kaufman Astoria Studio),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 등 비에 젖은 뉴욕 풍경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작품 개봉 당시 우디 앨런이 미투 파문에 휩싸인 것이다.

그 바람에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1080p 풀 HD의 2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그러나 블루레이 특유의 샤프니스가 높은 화질은 아니다.

 

앨런이 필터링된 색감과 영상을 강조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영상이 부드러워졌다.

색감 또한 은은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재즈 음악이 부드럽게 공간을 감싸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이렇다 할 부록은 없다.

예고편이나 다름없는 짤막한 영상들이 몇 편 들어 있을 뿐이다.

 

본편 한글 자막 중에 탈자가 있어서 '고교 동창 중에서'를 '교 동창 중에서'로 적어 놓았다.

보다 철저한 자막 감수가 필요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야들리 칼리지 풍경. 이 작품 역시 우디 앨런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다코타 패닝의 동생인 엘르 패닝이 애슐리를 연기. 저스틴 비버와 사귀면서 화제가 된 그는 '말레피센트'시리즈와 '리브 바이 나이트' 등에 출연했다.
촬영은 이탈리아의 거장 비토리오 스토라로가 했다. 그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지옥의 묵시록' '마지막 황제' 등 대작들을 찍었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동상이몽이다.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얘기다.
독립영화 촬영 장면은 유명한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찍었다.
주드 로가 바람피는 아내를 발견하고 흥분하는 시나리오 작가를 연기. 예전의 꽃미남 모습이 많이 바랬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장면은 실제로 미술관에서 찍었다.
1870년에 설립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200만점 이상의 작품과 문화유산들을 보존하고 있다. 한국관에 400여점의 우리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셀레나 고메즈가 우연히 만난 친구 여동생 역할로 나왔다.
퀸즈 아스토리아에 위치한 카우프만 아스토리아 스튜디오는 영상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파라마운트사 본사였던 이 곳에서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이 말해주듯 100편 이상의 무성영화를 찍었다.
개츠비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술집은 어퍼 이스트의 칼라일 호텔에 있는 베멜만스 바. 화가 루드비히 베멜만스가 1947년 센트럴파크를 그린 그림이 벽을 휘감고 있다.
센트럴 파크도 잠깐 등장. 
티모시 샬라메는 'Everything Hanppens To me' 등 노래 두어 곡을 직접 불렀다. 다만 피아노 연주는 코널 포크스가 했다. 피아노 연주장면을 보면 그랜드 피아노의 현이 움직이지 않는다.
엄마의 과거 등 깜짝 반전이 잠깐씩 등장한다. 우디 앨런의 미투 파문 이후 티모시 샬라메와 셀레나 고메즈 등은 이 작품의 출연료를 성폭력 반대단체에 기부했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레이니 데이 인 뉴욕 (1Disc 풀슬립) : 블루레이
우디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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