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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로보캅 (리메이크작, 블루레이)

울프팩 2014. 5. 24. 17:58

흑백TV 시절, 주말이면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던지고 즐겨 보던 낮 방송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600만불의 사나이'와 사촌 격인 '소머즈'다.

 

리 메이저스와 린제이 와그너를 스타로 만든 두 작품은 사고로 신체 일부를 기계로 바꾼 사이보그 얘기다.

'뚜뚜뚜뚜' 거리는 특수 효과음과 함께 그들이 발휘하는 엄청난 능력은 동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 바람에 600만불 사나이를 쫓아서 높은 데서 뛰어내리다 다쳐서 병원에 실려간 아이들 이야기가 간간히 신문에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두 프로그램은 당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인기의 비결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 누구나 부러워하는 능력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리 메이저스가 연기한 '600만불의 사나이' 스티브 오스틴과 린제이 와그너가 연기한 소머즈는 사이보그물의 시조 격이다.

 

1987년 폴 바호벤 감독이 선보인 '로보캅'도 이와 유사한 컨셉이다.

사고로 죽기 일보 직전인 경찰관을 살려내 로봇 기능과 결합해 탄생시킨 사이보그 경찰이야기다.

 

머리가 먼저 돌아가고 몸이 나중에 따라 도는 특유의 로보캅 움직임과 독특한 메카닉 덕분에 로보캅은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브라질 출신의 호세 파딜라 감독이 리메이크작(RoboCop, 2014년)을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원작의 아우라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아우라란 오직 유일한 원초적 존재가 지닌 복제 불가능한 에너르기를 말한다.

그러니 당연히 리메이크작이 원작보다 재미있을 수는 있어도 아우라를 뛰어넘기란 불가능하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

리메이크작은 1980년대보다 발달한 기술에 힘입어 꽤나 우아하고 세련된 로보캅을 선보였지만, 원작의 로보캅이 보여준 사이보그의 고통과 이를 드러내기 위해 폴 바호벤이 구성한 이야기와 액션을 뛰어넘지는 못한 작품이다.

 

특히 원작에서는 머피가 악당들에게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만큼 처절한 고통을 당하면서 로보캅으로 거듭났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로보캅이 구사하는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만들었고, 나아가 인간적 격정에 공감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폴 바호벤 감독은 모든 것이 자동화 되는 세상에서 기계 문명에 대한 비판과 인간적 삶을 대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리메이크작은 이 부분이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

다만 원작에 없는 선동적인 보수 언론의 존재를 부각시켜 정치적 메시지로 승화한 점은 돋보였다.

 

원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좀 더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로보캅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도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적극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특히 총소리가 요란하고 묵직하게 울린다.

부록으로 삭제장면, 옴니코프 제품 소개 영상, 제작과정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C에서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초기 로보캅 디자인은 폴 바호벤 감독이 만든 오리지널 작품에 대한 오마주로 흡사하게 만들었다. 오리지널 영화의 로보캅 복장은 롭 보틴이 디자인했다. 

사실을 왜곡하고 선동하는 미디어는 악당 못지 않게 또다른 악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숀 펜은 새뮤얼 잭슨이 연기한 노박 역을 거절했다. 

로봇디자인은 원작보다 우아하고 세련됐지만,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인간적 격정은 원작에 미치지 못한다. 

호세 파딜라 감독은 MGM 경영진과 여러 편의 작품을 놓고 리메이크 제작을 의논하던 중 회의실에 걸린 포스터를 보고 이 작품의 리메이크를 제안했다. 

로보캅의 부인을 연기한 애비 코니쉬. '써커펀치' '골든에이지' 등에 출연. 제시카 알바와 케리 러셀, 케이트 마라도 부인 역할을 오디션 봤다. 레베카 홀은 이 역할을 거절했다. 

로보캅을 연기한 조엘 킨나만이 춤추는 장면에 프랭크 시나트라의 영상이 나온다. 러셀 크로와 마이클 파스벤더도 로보캅 후보에 올랐다. 

아이언맨과 달리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로봇이 된 사람의 이야기다. 그만큼 공포심, 본능과 편견, 연민 등 인간적 감정이 존재한다. 

각종 무기는 오리지널 영화에 나온 총 디자인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권총을 많이 흉내냈고, 기관총은 독자 디자인했다. 

배트맨 바이크를 연상케 하는 '크루저1'이라는 바이크는 가와사키 Z-1000을 변형해 만들어 실제 작동한다. 

로보캅 수트는 LA의 레거시 이펙츠라는 회사에서 만들었다. 실리콘으로 배우의 몸을 본을 떠서 3D프린터로 기본 모양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고무를 이용해 제작했다. 

조엘 킨나만은 고무로 된 수트를 착용하면 많이 더워서 그물 조끼 형태의 쿨 수트를 안에 받쳐 입었다. 쿨 수트는 쿨러에 연결된 고무호스를 장착해 펌프로 내보낸 냉수가 순환하도록 제작됐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로보캅 (스틸북 한정판) : 블루레이
로보캅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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