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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머더리스 브루클린(블루레이)

울프팩 2020. 3. 22. 18:07

추리 소설사에 보면 희한한 탐정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 어니스트 브라머가 쓴 '브룩벤드 주택의 비극'에 등장하는 맥스 캐러도스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고, 앨러리 퀸의 'X의 비극'과 'Y의 비극'에 나오는 명탐정 드루리 레인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클레이튼 로슨의 대표작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에 나오는 멀리니는 마술사 탐정이며, 87분서 시리즈로 유명한 에드 맥베인이 커트 캐넌이라는 필명으로 쓴 '주정뱅이 탐정'의 주인공 커트 캐넌(작가와 이름이 같다)은 제목 그대로 술주정꾼이다.

심지어 아일랜드의 JB 오설리번이 쓴 '홀린 죽음'에 등장하는 탐정은 유령이다.

 

독특하기로 따지면 '머더리스 브루클린'(Motherless Brooklyn, 2019년)의 주인공 라이어넬(에드워드 노튼)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소위 틱 장애로 알려진 투렛 증후군을 앓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찡그리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특이한 단어, 때로는 욕설까지 큰 소리로 내뱉는다.

라이오넬은 일종의 강박증상처럼 부지불식간에 찾아드는 이 행동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만 아주 비상한 기억력을 갖고 있다.

 

그가 아버지처럼 키워준 프랭크(브루스 윌리스)의 죽음 뒤에 숨어 있는 비밀을 캐내는 이야기다.

조나단 레덤이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개발 이권을 둘러싸고 뉴욕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세력 다툼을 다뤘다.

 

영화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원작을 1950년대로 옮겨 놓았다.

오늘날 뉴욕의 모습이 태동하던 시대로 이동하면서 도시가 형성되는 과정에 발생한 탐욕스러운 이권 다툼과 인종 차별 문제를 녹진하게 녹여 넣었다.

 

무엇보다 1950년대는 누아르를 만들기 좋은 시대다.

지금처럼 조명이 화려하지 않아 적당히 어두운 골목은 우수에 젖은 사내들이 말없이 총과 주먹을 휘두르기 좋다.

 

여기에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1950년대 재즈 음악이 흐른다면 금상첨화다.

아마 이 영화를 감독한 에드워드 노튼은 필름 누아르를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애써 시대 배경을 옮기고 필립 머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들을 어두운 재즈바로 밀어 넣은 것을 보면 그에게는 누아르에 대한 향수와 미련이 있었던 것 같다.

이를 위해 노튼은 감독뿐 아니라 각본을 쓰고 제작과 주연까지 했다.

 

어쨌든 1950년대 누아르 분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이상 묘미를 살리지는 못했다.

 

라이어넬이라는 주인공 자체가  '말타의 매'의 샘 스페이드처럼 하드 보일드 탐정이 아니다 보니 거친 액션을 곁들이기도 힘들고, 터렛 증후군을 앓고 있어서 필립 머로처럼 우수에 찬 분위기를 살리기도 어렵다.

개성이 강하긴 하지만 누아르를 이끌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캐릭터다.

 

그 바람에 영화는 누아르 흉내만 낼뿐 진정한 누아르는 되지 못한 채 부유하다 사라진다.

마치 몽롱한 꿈처럼 음모의 원점이 된 여주인공(구구 바사로)의 비밀을 어둠 속에 간직한 채 막을 내리고 만다.

 

에드워드 노튼은 비록 제대로 된 누아르를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많이 보여줬다.

촬영감독 딕 포프와 함께 만들어낸 착 가라앉은 영상은 우수 어린 재즈  선율과 잘 어울렸다.

 

윈튼 마살리스가 연주한 재즈 음악은 정작 내용보다 더 강렬하게 뇌리에 남는다.

그만큼 영상과 음악이 더 돋보인 영화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차체에 반사된 영상을 보면 금속 질감이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리어 채널을 잘 활용해서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부록으로 음성해설, 제작 과정, 삭제 장면 등이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에드워드 노튼은 이 작품에서 주연, 감독, 각본, 제작 등 1인 4역을 했다.
원작은 조나단 레뎀이 쓴 동명 소설이다. 브루클린에서 태어나서 자란 그는 1999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비롯해 여러 편의 소설을 썼다.
필립 머로의 소설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누아르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늘어진다.
안정적인 구도가 인상적인 영상은 전체적으로 차분하다. 딕 포프 촬영감독은 '레전드' '일루셔니스트' 등을 촬영.
주인공 라이어넬은 터렛증후군과 강박증을 함께 갖고 있는 인물이다.
트럼펫을 부는 킹 루스터는 마일스 데이비스를 모델로 했다.
구구 바사로가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여주인공으로 등장. 그는 '미녀와 야수' '미스 슬로운' 등에 출연했다.
에드워드 노튼은 1999년인 원작의 시대 배경을 1957년으로 바꿔 놓았다.
철골이 인상적인 펜실베니아 기차역은 롱아일랜드의 거대한 격납고를 개조한 세트다.
에드워드 노튼은 지인의 소개로 책이 출판되기도 전에 읽어보고 영화판권을 확보했다.
알렉 볼드윈이 연기한 모세 랜돌프는 뉴욕시 설계자였던 로버트 모스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태어난 캐릭터다.
'엄마없는 브루클린'이라는 제목은 고아인 주인공 라이어넬 브루클린을 뜻한다. 그와 동시에 브루클린을 둘러싼 음모를 다뤘다는 점에서 중의적 표현이기도 하다.
주제가 'Daily Battles'는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가 불렀고 윈튼 마살리스가 연주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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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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