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밀러스 크로싱 (블루레이)

울프팩 2011. 10. 22. 20:22

바람에 낙엽이 날리는 스산한 가을이면 딱 어울리는 영화가 있다.
바로 '밀러스 크로싱'이다.

언제나 악동같은 코엔형제가 마초들을 위해 만든 영화가 '밀러스 크로싱'(Miller's Crossing, 1990년)이다.
의리와 조직을 강조하며, 세상만사 주먹으로 해결하는 남자들이 모여 돈과 여인을 위해 피를 튀기는 얘기다.

하지만 무턱대고 총질을 해대는 홍콩 느와르와 달리 주인공은 박쥐처럼 아일랜드 갱과 이탈리아 마피아 사이를 오가며 교묘한 간계로 두 조직을 속이는 두뇌 플레이를 펼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요짐보'나 '라스트맨 스탠딩'과 닮았다.

나름 자신이 믿는 정의를 위해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해지는 사내의 모습에서 남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뚝심이 배어 나온다.
그러면서도 스산하게 울리는 선율 사이로 고즈넉히 펼쳐지는 풍광은 이 작품을 꽤나 스타일리쉬한 느와르로 바꿔 놓았다.

특히 프랭크 패터슨의 미성으로 '대니 보이'가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아일랜드 갱 두목이 집을 습격한 마피아들을 상대로 기관총을 갈겨대는 장면은 압권이다.
코엔 형제 특유의 블랙 유머와 배리 소넨필드의 수려한 영상 감각이 만나서 꽤나 훌륭한 예술작품을 빚어냈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난한 화질이다.
비록 윤곽선이 무디고 입자도 거칠지만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기엔 무리가 없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보다 명확한 대사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부록으로 배리 소넨필드의 이야기와 배우들 인터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바람에 중절모가 날아가는 타이틀 샷이 모든 것을 말한다. 박찬욱 감독은 스산한 분위기의 이 장면을 가장 아름다운 타이틀 샷으로 꼽았다.
'유주얼 서스펙트'로 잘 알려진 가브리엘 번이 주연을 맡았다.
경찰은 부패하고 갱단은 피의 전쟁을 벌이던 금주법 시대의 비정함을 그린 총격전. 이 장면에서 백기를 들고 투항한 갱단을 쏘는 형사 역할로 샘 레이미 감독이 출연했다.
제목인 밀러스 크로싱은 미국 갱단들이 배신자를 사살한 인적이 드문 숲 속 장소를 말한다.
아일랜드 갱단 두목이 집을 습격한 마피아를 사살하는 장면에서 아일랜드의 테너 프랭크 패터슨이 부르는 '대니 보이'가 흘러 나온다. 참으로 음악과 영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원작은 스튜어트 하이슬러가 감독하고 앨런 라드가 출연한 1942년작 '글래스 키'.
이 작품의 촬영 감독인 배리 소넨필드는 뉴욕대 정치학과를 나와 취직이 안돼 다시 영화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뉴욕대 영화학과에서 바로 코엔 형제를 만났다.
그렇게 시작된 소넨필드와 코엔 형제의 인연은 '아리조나 유괴사건' '밀러스 크로싱' 등으로 이어졌다.
소넨필드는 골고루 초점이 맞는 와이드렌즈를 선호한다.
소넨필드는 이 작품에서 원색이 비교적 덜 강렬하게 나오는 후지필름을 사용했다. 코닥보다는 녹색이 부드럽게 나오기 때문이란다.
존 터투로, 알버트 피니, 마샤 가이 하든 등이 출연. 모두 연기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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