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바닷마을 다이어리(블루레이)

울프팩 2017. 7. 4. 20:38

어느날 바람이 나서 딴살림을 차린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서먹한 아버지의 장례식에 갔다가 뜻하지 않게 이복 여동생을 만난다.

 

도저히 이복 동생만 홀로 놔두고 오기 힘든 환경에서 같이 살지 않겠냐는 말을 해본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인데 선뜻 그러겠다는 대답을 한다.

 

그때부터 배 다른 네자매의 한 살림이 시작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diary, 2015년)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룬 영화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네 자매가 한 식구가 돼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조용하게 짚어 나갔다.

부모가 모두 집을 나가서 배 다른 자매끼리 살아가는 과정은 언뜻보면 막장 드라마의 소재 같지만 결코 자극적이나 선정적으로 흐르지 않은 점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이를 위해 감독은 요시다 아키미의 원작 만화를 이야기 순서대로 만들지 않고 편하게 재구성했다.

구성만 바꾼 것이 아니라 대화도 원작 만화를 따르지 않고 현장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다시 만들었다.

 

마치 배우들에게 실제 가족이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화두를 던진 셈이다.

그래서 일부 배우들에게는 대본도 주지 않았다.

 

현장 상황과 상대 배우의 대사를 듣고 반응을 하도록 놔두었다.

덕분에 영화의 구성과 이야기 전체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반면 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영화의 재미를 찾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심심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양념이나 간을 하지 않아 심심한 맛인데도 오래 생각나는 음식처럼 곱씹고 음미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영상도 정갈하다.

특별히 예쁘게 보일려고 일부러 꾸미지 않았지만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깔끔하게 담아내 담백한 맛이 느껴지는 영상이다.

 

덕분에 영화 속 무대가 된 카마쿠라 마을을 찾아가 보고 싶게 만든다.

아울러 잔잔한 이야기는 딱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팬이 아니어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소소한 일상과 정갈한 영상을 통해 영화가 얘기하는 것은 가족이란 완결된 상태에서 만나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완성을 위해 달려가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집 안 한 귀퉁이에 네 자매의 키를 표시한 부분이다.

 

이는 곧 추억의 공유를 통해 가족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 방점처럼 찍힌 막내의 이름은 곧 새로운 가족의 완성을 의미한다.

 

1080p 풀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은 자연스럽다.

 

반면 일본 영화 특유의 약간 뿌연듯한 느낌이 남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자연스런 소리를 강조해서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터뷰와 부산 방문시 찍은 영상, 감독과 배두나가 함께 한 인터뷰  영상, 영화 속 요리 관련 편집 영상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만화 '바나나피시'로 유명한 요시다 아키미가 그린 6권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네 자매의 집은 작품 속에서 카마쿠라의 고쿠라쿠지 근처에 있다는 설정이다.

아야세 하루카(가운데)가 맏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 나온 나가사와 마사미(오른쪽)가 둘째, 카호가 셋째를 연기했다.

영화 속 우미네코라는 식당은 카마쿠라의 에노시마에 실제로 있는 식당이다. 다만 식당 이름이 원래 분자쇼쿠도이다. 영화처럼 잔멸치덮밥(시라스동)을 판다고 한다.

카마쿠라는 도쿄에서 50km 가량 떨어진 곳으로 삼면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으며 남쪽만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둘째가 막내에게 매니큐어를 발라주는 장면은 감독이 여러 자매들의 일상을 취재하며 알게 된 에피소드를 영화에 집어 넣었다.

인상 깊었던 벚꽃 터널 장면. 감독은 요시다 아키미의 작품들을 모두 갖고 있을 만큼 팬이라고 한다.

막내를 연기한 히로세 스즈는 출연 당시 16세였다.

촬영은 타키모토 미키야가 맡았다. 광고와 사진 분야에서 유명한 그는 감독의 이전 작품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촬영했다.

음악은 유명한 칸노 요코가 담당.

감독은 네 자매의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각 배우들을 섭외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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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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