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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반지의 제왕1 반지원정대(4K 블루레이)

울프팩 2021. 1. 11. 00:00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1편 반지원정대'(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 2001년)를 처음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 전이다.
그당시 국내에서는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던 JRR 톨킨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은 이 영화 때문에 널리 알려졌다.

신화가 죽고 낭만이 죽고 더불어 사람들의 꿈이 죽은 시대를 살아가던 노교수 톨킨은 주저없이 교수자리를 박차고 나와 신화를 되살리는 작업을 했다.
신화가 살아야 사람들이 꿈과 용기를 갖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려 15년 동안 쓴 반지의 제왕은 완벽한 하나의 역사다.
비록 가공이지만 언어도 있고, 역사도 있고, 문화가 있어서 장대한 고대의 서사시를 보는 느낌이다.

피터 잭슨 감독은 원작의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한 편으로 만들자는 제작진을 설득해 무려 세 편의 작품으로 늘렸다.
1편은 세상의 권력을 움켜쥘 수 있는 절대반지가 악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인공 일행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원작 삽화가인 앨런 리가 가세해 만든 가상의 세계는 실제 원작 속 판타지를 보는 것 처럼 실감난다.
특히 잭슨 감독이 이 작품을 위해 세운 특수효과 회사 웨타디지털에서 작업한 컴퓨터그래픽 덕분에 과거 같으면 불가능했을 대규모 전투 장면이나 가공할 괴물 등 여러가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하다면 기나긴 상영 시간은 고역일 수 있다.
특히 4K 블루레이는 잭슨 감독이 4시간으로 늘린 확장판을 담고 있다.

워낙 판타지 세계가 우리와 거리가 있다보니 톨킨의 생각을 헤아리는게 쉽지는 않지만, 눈으로라도 그가 재현하려 했던 신화와 꿈의 세계를 쫓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트릴로지 박스세트에 수록된 1편은 3장의 4K 디스크로 구성됐다.

 

한 장은 극장판, 2장은 227분 분량의 확장판을 나눠서 담고 있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우수하다.

 

돌비 비전 HDR 영상을 지원하면서 화면이 밝고 화사해졌다.

특히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약간 아쉬웠던 디테일이 좋아졌다.

 

간달프의 주름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보일 정도로 디테일이 개선됐다.

또 주홍빛 용암 등을 보면 발색도 좋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확실하다.

소리의 방향감이 확실한 가운데 저음이 묵직하게 깔리며 청취 공간을 뒤흔든다.

 

과거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의 경우 1편만 무려 5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부록이 보다 지칠 정도로 많고,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2장의 블루레이 디스크에는 영화 본편과 무려 4종류의 음성해설이 들어 있고, 나머지 3장의 DVD 디스크에는 제작과정, 특수효과, 인터뷰, 음향 등 온갖 부록이 포함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작자 존 톨킨은 1892년 남아공 블룸폰테인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소위로 프랑스 전선에서 복무했다. 당시 지리한 참호전 와중에 습작처럼 쓴 글이 중간계의 바탕이 된 '실마리온'이다.
톨킨은 영국이 신화를 경시한다고 생각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신화 창조에 매달렸고, 옥스퍼드대 교수로 부임한 뒤 '호비트'와 '반지원정대'를 집필했다. 뉴질랜드 마운트 빅토리아 공원서 촬영한 장면.
초반 인트로에 나오는 아홉 왕 중 오른쪽 세 번째가 유명 삽화가 앨런 리다.
호빗들의 마을 호비튼은 뉴질랜드 마타마타 지역에 세트를 지어 촬영.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흑기사 중 한 명의 목소리도 담당. 호빗이 다른 배우들과 섞여 있는 장면은 키 작은 대역배우들이 실리콘 마스크를 쓰고 촬영.
톨킨을 만난 적이 있을 정도로 골수 '반지의 제왕' 팬인 크리스토퍼 리는 간달프 역을 하고 싶었으나 이동이 많고 촬영이 힘들어 사루만을 선택했다. 당시 79세였으니 무리한 촬영은 곤란했다.
뉴질랜드 스키퍼스 캐년에서 촬영한 장면.
리븐델은 1.8m 높이의 미니어처와 실제 사람이 연기한 세트, CG를 섞어서 촬영.
아라곤 역의 비고 모르텐슨과 아르웬 역의 리브 타일러. 잭슨 감독은 원작에서 미미한 아르웬 이야기를 풍부하게 부풀렸다. 뒤에 보이는 그림은 앨런 리가 그렸다.
프로도 역의 일라이저 우드. 절대 반지는 스웨덴 금세공사가 디자인했다. 세공사는 이듬해 암으로 사망했다.
리븐델 세트는 뉴질랜드 웰링턴 북부 카이토케에 지었다.
뉴질랜드 아스피링산 정상에서 촬영. 일행에 섞인 조랑말은 실제 말이 아니라 사람 2명이 탈을 뒤집어 쓴 것.
웅덩이는 커다란 수영장 세트에서 촬영. 밝게 빛나는 문은 도로표지판에 쓰이는 3M의 비드를 붙여 만든것.
로스로리엔은 뉴질랜드 남섬 파라다이스숲에 만들었다. 8.5m 높이의 거대한 나무들은 철골을 폴리우레탄으로 덮어 만든 가짜다.
숲 속 전투장면은 케이블캠으로 촬영. 이를 위해 800m 길이의 케이블을 설치했다.
모르도르를 내려다보는 산 정상은 뉴질랜드 루하피우산에서 촬영.
톨킨은 절대 반지를 현대의 핵으로 해석하는 등 다른 현상들에 비유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신화의 부활과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였다.
호빗 배우들은 폼라텍스로 만든 특수 분장을 했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있을 때 키를 낮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연기했다.
특수 효과를 담당한 웨타디지털은 잭슨 감독의 영화 '천상의 피조물'에 나오는 곤충 이름이다.
이 작품에서 요정 레골라스를 연기해 인기를 끈 올랜도 블룸.
호빗의 작은 키는 일부 장면에서 원근법을 이용해 촬영.
아라고나스 석상은 2.4m 높이의 미니어처다.
초반 호비튼 부분의 녹색이 과한 것은 잭슨 감독이 평화로운 호비튼 마을을 따뜻하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녹색을 강조했기 때문. 부록에 보면 잭슨 감독이 이 작업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