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퓨처(4K 블루레이)

로버트 저멕키스(Robert Zemeckis) 감독의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1985년)는 타임캡슐 같은 영화다.

개봉 당시에는 그렇게 재미있거나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사진첩처럼 1980년대 추억을 다시 끄집어낸다.

 

당시 일본 여학생들 사이에 유행한 바지 위로 양말이 올라오게 신는 패션과 이 영화에 주제가로 등장하는 휴이 루이스(Huey Lewis)의 'Power of Love', 길거리를 달리는 스케이트 보드 등이 그 시절 기억들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만든다.

내용은 시간 여행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그렇듯 특별할 게 없다.

 

1980년대 사진첩 같은 영화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로 시간여행을 간 주인공 마티(마이클 J 폭스 Michael J. Fox)가 고교생인 부모를 만나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는 얘기다.

마티가 미래의 자식이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 못한 어머니 로레인(리아 톰슨 Lea Thompson)은 혜성처럼 나타난 아들에게 연정을 품는다.

 

자칫 잘못하면 족보가 꼬이면서 세상에 태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위기를 맞게 된 마티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타임머신을 발명한 과학자 에미트(크리스토퍼 로이드 Christopher Lloyd)와 협력한다.

마티는 어머니 로레인이 아버지가 될 조지(크리스핀 글로버 Crispin Glover)를 사랑하도록 하기 위해 갖은 작전을 짠다.

 

하필 이때 힘없는 학생들을 괴롭히는 못된 비프(토마스 윌슨 Thomas F. Wilson)가 로레인을 좋아하며 사건이 확대된다.

마티는 비프 패거리를 상대하며 부모의 사랑을 연결해주고 다시 미래로 돌아가기 위한 힘든 싸움을 벌인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적 사실들이 마티의 행동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역사를 비튼 이야기들이다.

마티가 비프를 피해서 달아나다가 스케이트 보드가 탄생하고 고교 졸업 무도회에서 요란하게 연주한 음악이 로큰롤의 시초가 된다는 식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들을 장난치듯 왜곡하며 소소한 웃음을 준다.

저멕키스 감독은 '포레스트 검프'에서도 이런 식의 역사 비틀기 장난을 쳤는데 그 이전에 이 작품에서 그런 유머로 재미를 봤다.

 

드로리언의 변신

눈에 띄는 것은 타임머신으로 등장한 드로리언이라는 자동차다.

흔히 타임머신이라면 비행체를 연상하거나 캡슐형 장치 등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 작품에서는 자동차가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시공간을 뛰어넘는 식으로 등장한다.

 

이런 설정 또한 자동차라면 환장하는 미국인들에게 잘 들어맞았다.

하지만 시대적 한계 때문에 ILM이 담당한 시간 여행 등의 시각효과는 어색한 티가 많이 난다.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서 마이클 J 폭스와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유명인이 됐다.

스타성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아서 마이클 J 폭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품 속의 어설퍼 보이는 역할을 잘 연기했다.

 

마이클 J 폭스는 1991년부터 파킨슨씨 병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대본 암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병이 악화해 사실상 은퇴했다.

 

내용이나 유머 등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영화지만 당시 대중의 기호에 잘 들어맞으며 'ET'와 더불어 1980년대 할리우드의 아이콘이 된 오락 영화다.

ET를 만든 스티블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고 실제로 그의 의견이 작품에 중요하게 반영됐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2편과 3편까지 묶은 3부작 박스세트로 출시됐다.

1편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약 40년 전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화질이 좋다.

잡티나 스크래치 하나 없이 말끔하고 색감 또한 선명하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도 확실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요란한 효과음들이 사방 채널에서 쏟아져 나온다.

 

부록으로 삭제 장면과 제작과정, 음악 설명, 배우 인터뷰, 제작자들 음성 해설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일부 부록들은 내용이 겹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타임머신에 대한 환상을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자동차와 결합시켜 만든 영화다. 스피커 폭발 장면은 내부에 폭발장치를 연결해 촬영.

마티의 여자친구 제니퍼로 나온 클라우디아 웰즈. 나중에 멜로라 하든을 제니퍼로 섭외했으나 마이클 제이 폭스보다 키가 커서 어울리지 않아 원래대로 클라우디아 웰즈에게 다시 맡겼다.

주제가를 부른 휴이 루이스(왼쪽에서 두 번째)가 교내 밴드 오디션의 심사위원으로 깜짝 출연했다. 저멕키스 감독이 휴이 루이스의 광팬이어서 그에게 주제가를 맡겼다.

저멕키스 감독은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불꽃이 일면서 시간여행으로 들어가는 시각효과는 ILM에서 제안했다.

자동차를 원격조종하는 개념이 먼저 등장. 에미트 박사를 연기한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처음에 대본을 받고 관심이 없어서 읽지도 않았다.

타임머신 역할을 한 드로리안 DMC12 자동차. GM의 엔지니어였던 존 드로리언이 창업한 회사에서 만든 스포츠카였다. 새의 날개처럼 문을 들어올리는 독특한 차였는데 주차장에서 양쪽에 차를 세우면 문을 열 수 없고 실내가 좁아 많이 팔리지 않았다. 결국 드로리안은 파산했다.

제작진은 유니버셜스튜디오에 1950년대 마을 세트를 만들어 과거 장면을 먼저 찍은 뒤 이를 1980년대로 바꿔서 현대 장면을 촬영했다.

마이클 J 폭스는 스케이트 보드를 탈 줄 알아서 위험하지 않은 장면은 직접 탔다.

학교 장면은 위티어 고교에서 외부와 입구, 복도 부분을 찍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이 학교 출신이다.

마이클 J 폭스는 14세때부터 기타를 연주해 곧잘 다룬다. 폭스는 당시 TV드라마 '사랑의 가족'에 출연 중이라 영화 촬영을 거절했다. 그래서 제작진은 에릭 스톨츠를 기용해 상당 부분 촬영했으나 감독이 안어울린다고 보고 다시 폭스로 교체했다. 폭스는 드라마와 영화를 겹치기 촬영하느라 몹시 고생했다.

처음에 제의를 받은 디즈니사는 부모와 자식의 사랑 이야기가 비도덕적이라며 제작을 거부했다. 같은 이유로 국내 개봉이 늦어졌다.

젊은 배우였던 크리스핀 글로버와 리아 톰슨이 특수 분장을 하고 노년의 부모까지 연기했다. 노년 연기를 위해 특수 분장을 했다. 스필버그는 부모와 자식간의 세대차이를 다룬 영화라고 생각해 대본이 훌륭하다며 제작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속편 제작 계획이 없었다. 타임머신도 자동차가 아닌 냉장고였다. 이를 감독이 자동차로 바꿨다.